⊙ 252호 2011학년도 한국외대 모의논술문제 해설

개인이 모여서 사회를 이루는 것입니다.

하지만,개인이 모여진 사회라고 해서 모두 같은 형태를 보이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 결합 방법에 있어 차이가 있기 때문이지요. 과거에는 개인을 전체 밑에 복속시키려고 했던 국가들이 많았습니다.

한 개인을 국가의 구성품으로 여기고 이들의 뜻을 하나로 모을 때 국가가 더욱 부강해진다고 믿었던 것이지요.

힘이 지배하던 당시에는 제국주의가 당연한 결론이었으며,그 결론이 1차 세계대전을 만들어내죠.현대사회가 이런 역사를 교훈 삼아 현재의 시스템을 갖춘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 이전에 이미 자본주의의 성장은 부르주아의 득세를 가져왔고,이들은 귀족들만이 누리던 특권을 동등하게 나누고자 했으니 말입니다.

자본주의의 성장을 발판 삼아 힘을 얻은 시민 세력은 정치적 평등을 요구했고,결과적으로 현대사회를 구성하게 되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토대가 마련되었습니다.

현대사회는 개인의 권리와 가치를 적극적으로 인정해주는 사회입니다.

개인이 가지는 고유한 개성과 기호,취향을 존중하도록 조직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뒷받침해주는 것이,사유재산제로서의 자본주의와 권력의 주체로서의 시민을 근간으로 하는 민주주의입니다.

이 시스템 속에서 개인은 자신의 권리와 가치를 주장할 수 있으며,전체 속에서 개별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이번 문제는 개별적 요소가 전체 속에서 어떻게 화합되느냐를 놓고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물론 소재는 다르지만,개인이나 개별적 요소가 전체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느냐가 핵심적인 질문인 것은 맞습니다.

문제의 난이도가 낮은 덕에 많은 학생들이 답을 무리없이 맞혀주었습니다.

하지만,여전히 핵심적인 득점 포인트를 이해하지 못하고 제시문만 줄줄 요약하는 상황도 많았습니다.

2번 문제의 경우 제시문 A와 B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야 함에도 불구하고,마치 문제 조건을 잊은 듯 연결만 해놓고 그만둔 경우가 많더군요.

1번 문제의 예시답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두 제시문의 공통적인 핵심어는 조화(Harmony)이다.

제시문 A의 경우,다양한 맛과 향을 지닌 재료를 섞어서 수프(국)를 요리하는 과정에 있어,부족하거나 더한 맛이 없이 균형있게 요리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하나의 조화로운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으므로,다양한 요소를 모아 하나의 균형을 찾는다는 조화가 핵심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제시문 B의 경우도,모자이크의 예를 들어 조화를 강조하고 있다.

성당의 유리벽이나 집안의 장식을 위해 사용되는 모자이크는 각기 서로 다른 색을 지닌 유리나 돌 조각을 합쳐 하나의 조화로운 그림을 완성해낸다.

이것 역시 다양한 요소들을 모아놓음으로써 새로운 전체를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조화를 강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음은 2번 문제에 대한 예시답안입니다.

제시문 A와 B는 개별적인 요소들이 합쳐져 전체 속에서 조화를 이룬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가지나,전체 속에서 고유한 특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각각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제시문 A의 경우는 각기 다양한 향과 맛을 지닌 요리 재료들이 수프(국)라는 전체 속에서 조화를 이룬다는 점에서 고유한 특성을 잃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이는 개별적 요소들이 모여 하나의 특성을 지닌 전체 속에 모인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로의 변신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제시문 A는 자료 1과 같은 입장이라고 볼 수 있다. 자료 1의 티타늄 역시 개별적 원소들이 갖는 성질과는 별도로 배합비에 따라 새로운 성질의 금속이 만들어진다.

금속의 고유한 성질은 전체 속에서 사라지고,이를 대신한 새로운 성질이 전체를 대표하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제시문 B의 경우는 개별적 요소들이 모여 전체를 이루더라도,그 고유성을 잃지 않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모자이크의 부분이 되는 유리나 돌 조각의 개별적인 색상과 모양은 전체 속에서도 그대로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료 2 역시 하나의 사회 내에서 다양한 문화와 인종들이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고유성을 보존하려는 노력을 보인다는 측면에서 이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말미암아 인종 간,문화 간 차별이 사라질 뿐더러,고유한 주체들이 특성을 잃지 않은 채로 전체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서울여고 정한별 학생

⊙ 실전문제

이번 주 문제는 2010학년도 동국대학교 수시 1차 기출문제 중 첫 번째 세트문제입니다.

동국대는 한국외대,경희대와 더불어 영어제시문을 내는 학교이지요.

물론 어려운 수준은 아니지만,영어 해석에 울렁증이 있는 학생들이라면 다소 난감할 수도 있겠지요?

문제에 대한 학생 글은 8월1일(日)까지 sgsgnote@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대신 첨부파일을 이용하지 말아주세요. )

글을 보내주신 모든 학생들에게는 친절한 해설서를 보내드립니다.

또한,기초/중급/고급 논술교재가 필요하신 분들도 메일주세요.

조만간 10회분의 문제풀이와 추가 문제풀이 5개를 묶어서 교재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글이든 교재 신청이든 메일을 보내주실 때는 학교/이름/주소/전화번호를 같이 써서 보내주세요.

[문제1] 제시문 [가]의 신호 유형을 '핸디캡 원리'를 중심으로 요약 · 정리하시오.(300자 내외)

[문제2] 제시문 [나]의 현상과 밀접하게 관련되는 신호 유형을 제시문 [가]에서 찾고,그 이유를 설명하시오. (350자 내외)




동물 세계에는 적자(適者)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진화론적 사고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형태나 행동이 있다.

예컨대 공작의 화려하고 큰 꼬리나 가젤(gazelle)의 뛰어오르기 행동은 해당 개체로 하여금 약탈의 위험에 노출시키거나 애써 얻은 에너지를 낭비하게 만들 수 있다.

동물학자 자하비(Amotz Zahavi)는 외견상 낭비적으로 보이는 이러한 형태나 행동이 진화론적으로 발전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핸디캡 원리'를 제시한다.

예를 들어,집단선택 가설에 의하면 가젤의 뛰어오르기 행동은 약탈자의 출현을 다른 개체들에게 알리거나 약탈자를 혼란시키는 집단적 행동이 되지만,자하비에 의하면 그러한 행동은 자신이 다른 가젤보다 더 빨리 도망칠 수 있을 만큼 건장함을 과시함으로써 자신을 먹잇감으로 쫓아오지 말라는 신호가 된다.

자하비는 이러한 과시를 그 비용 때문에 신뢰성이 생겨나는 신호의 일종으로 본다.

신호란,발신자나 그 환경의 어떤 속성을 나타내는 인지 가능한 행위나 형태이다. 핸디캡 원리는,신호가 신뢰성을 가지려면 반드시 그 신호의 속성과 관련된 비용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그러한 속성을 과시할 만큼의 능력이 있다는 신호를 내보냄으로써 그 속성을 구비하지 못한 개체에게 핸디캡이 생기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이처럼 특정한 속성과 연결된 신호를 만들기 위해서 높은 비용이 수반되는 신호를 '평가신호'라 하는데,신호와 속성이 연결되는 방식에 따라 두 가지 유형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속성의 과시가 높은 비용을 필요로 하는 '고비용 신호'로,그 신뢰성은 속성을 과시하는 행위 자체로부터 생겨난다.

고가의 장신구 착용은 재력이 요구되는 고비용 신호이다.

다른 하나는 신호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높은 비용뿐만 아니라 신호와 속성 간의 내적 연관이 반드시 요구되는 '지표신호'인데,그 신뢰성은 신호와 속성 간의 이러한 내적인 연관성에서 비롯된다.

난이도 높은 운동을 잘하는 것은 발달된 운동신경을 필요로 하는 지표신호이다.

평가신호와는 달리 신호와 속성의 관계가 관례에 따르는 신호를 '관례신호'라 한다.

관례신호는 신호와 속성 간에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신호의 신뢰성은 사회적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신입생이 헤겔이나 라캉의 저작을 들고 다니면서 지식인처럼 보일 수도 있고,자전거 초보자도 헬멧과 복장을 갖춰 입으면 사이클 선수처럼 보일 수가 있다.

서적이나 장비를 위한 경제적 비용이 다소 들기는 하지만 신호의 속성,즉 지식 수준이나 사이클 능력과 관련된 어떤 비용도 들어가지 않는다.

Conspicuous* consumption of valuable goods is a means of reputability* to the gentleman of leisure.

As wealth accumulates on his hands, his own unaided effort will not avail to sufficiently put his opulence* in evidence by this method.

The aid of friends and competitors is therefore brought in by resorting to the giving of valuable presents and expensive feasts and entertainments.

Presents and feasts had probably another origin than that of naive ostentation*, but they acquired their utility for this purpose very early, and they have retained that character to the present: so that their utility in this respect has now long been the substantial ground on which these usages rest.

Costly entertainments, such as the potlatch* or the ball*, are peculiarly adapted to serve this end.

* conspicuous 과시적인, reputability 좋은 평판,opulence 부(富),ostentation 겉치레,potlatch 선물 파티,ball 무도회

- Thorstein Veblen, The Theory of the Leisure Class

이용준 S · 논술 선임 연구원 sgsgno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