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베트남 여성이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들어온 지 열흘도 안 돼 남편에게 살해당한 사건이 있었다.

남편은 이미 정신질환으로 수십 차례 정신병원을 출입한 환자였다.

하지만 피해자인 베트남 여성은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이 같은 '사기 결혼'의 사례는 국제 결혼 중매업계에서는 흔한 일이다.

대부분의 경우에서 국제결혼을 할 때 남성에게는 여러 명의 외국인 여성을 보여주고 마음에 드는 여성을 고르게 하는 특혜가 주어진다.

하지만 대부분 동남아 여성들에게는 상대 남성이 제대로 교육을 받은 사람인지,가정 폭력 전과가 있는지 등 기초적인 정보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그동안 한국 남편들의 각종 폭행 및 구타 사건 등이 종종 발생해 물의를 일으켰지만 이러한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번 베트남 여성 살해사건은 잘못된 한국의 국제결혼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이에 정부가 개입하기 시작했다. 물론 정부가 이전까지 국제결혼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여태까지는 주로 외국인 여성들에게 한국 문화를 교육하는 방식이었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방향이 바뀌었다.

그 내용은 국제결혼을 계획하는 남성들 중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은 가려내고 출국 전에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사전 소양 교육을 받게 하는데 문제는 그 소양교육이 겨우 3~4시간 안에 끝난다는 사실에 있다.

아직도 국제결혼에 대해 '돈으로 여성을 사온다'는 의식이 만연해 있는 한국에서 기껏해야 서너 시간의 교육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게다가 우리나라의 외국인 아내에 대한 횡포는 한국의 국제적 이미지를 많이 훼손시켰다.

이미 작년에 유엔에서 한국의 국제결혼 체계에 대한 시정을 요구한 바 있고 지난 3월 캄보디아에서는 한국인과의 국제결혼을 금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과연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이 외국인 여성을 아내로 둔 한국인 남편들에게만 있는 것일까.

아니다.

동남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외국인 신부들,동남아계 한국인인 코시안 어린이들이 한국에서 받는 대접을 생각하면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생각조차 부끄럽다. 책임은 그들을 비뚤어진 시선으로 바라보는 우리 사회 전체에 있기 때문이다.

G20 정상회의가 오는 11월 우리나라에서 개최된다.

TV 광고에서는 우리 모두가 외교관이라며 높은 수준의 시민의식을 갖출 것을 당부한다. 대학생들 중에서는 이미 영 앰버서더들이 선발돼 대내외에 우리나라를 홍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다친 몸을 이끌고 쫓겨나듯 출국하고,어린 베트남 신부들이 남편에게 폭행당하며 신음하고 살고 있으며,코시안 어린이들이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학급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현실에서 우리가 과연 국제 시민으로서 자질을 갖췄는지 의문이 생긴다.

김민선 생글기자(창덕여고 1년) mia82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