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사회질서 파괴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 있어”

반 “야간이라고 집회 막는건 명백한 기본권 침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0조의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 개정안 처리가 지난 29일 국회에서 무산됐다.이에따라 새로운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까지 야간 옥외집회는 시간에 관계 없이 허용된다.

집시법 10조는 ‘누구든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집회의 성격상 부득이하여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미리 신고한 경우에는 관할경찰관서장은 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도 옥외집회를 허용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2009년 9월 이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집시법 10조가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라는 식의 광범위하고 가변적인 시간제한은 과도하다고 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을 2010년 6월 30일까지 국회가 개정토록 했으며 개정 전까지는 계속 적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임시국회가 끝나는 29일까지 개정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해 결국 이 조항은 자동으로 효력을 잃게됐다.

문제는 집시법 10조의 효력이 상실되면서 법 공백 사태를 맞고 있다는 데 있다.

시간에 관계없이 집회가 가능해지자 야간 집회신고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데다 이 조항 위반으로 이미 형을 확정 받은 사람들도 소급적으로 이를 무효화 해달라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야간 집회 금지를 둘러싼 논란을 알아본다.

⊙ 야간 집회 금지 찬성측, “사회질서 파괴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


한나라당은 문제가 됐던 집시법 10조 조항의 기본적인 취지는 유지하되 시간을 구체적으로 명문화한 개정안을 추진중이다.

조진형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한나라당 개정안은 오후 10시에서 다음날 오전 6시 사이에는 야간 옥외집회를 불허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한나라당은 민주당 측에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옥외집회 금지 시간을 조정한 안을 절충안으로 제시하기도 했으나 어쨌든 현재로서는 국회 통과가 무산된 상황이다.

한나라당의 기본 입장은 야간 옥외집회를 무제한 허용할 경우 촛불 집회에서 드러났듯이 사회질서를 파괴해 혼란을 조성하려는 일부 극력 세력의 파괴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집회를 최대한 보장하는 선진국도 야간 옥외집회는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도 한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민주주의는 자신의 의견을 주장할 권리를 보장하지만 어디까지 타인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해선 안 된다”며 “대다수 국민들이 휴식을 취하는 야간에까지 집회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런 민주주의 기본 원리에 비춰 앞뒤에 안 맞는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시위를 꼭 하려면 대낮에 하면 될 것을 굳이 한 밤중에 시위를 벌일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찬성론자들은 또 오는 11월 열리는 G20 정상회의와 같은 중대한 국가적 행사 기간중 대대적인 야간 반대시위라도 벌어지게 된다면 이를 적절히 통제해야 하는데 그럴 수단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치안유지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 야간 집회 금지 반대측, “헌법이 명문화하고 있는 기본권 침해다”


집회및 시위에 관한 자유는 아주 기본적인 인권중 하나이기 때문에 헌법에서도 명시적으로 보장하고 있는데 이를 야간이라고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다른 위급한 상황이나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나 특정 장소에서의 집회나 시위를 제한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지만 막연히 야간에 열리는 모든 집회를 막는 것은 기본권 침해라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야갼 집회 금지를 이미 오래 전에 사라진 통행금지를 부활시키는 것과 같은 시행착오적 발상이라고 주장한다.

통행금지를 없애기 전에 이를 폐지하면 마치 한 밤중에 큰 일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걱정들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야간에 집회를 전면 허용한다고 해서 치안 등에서 지금과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는 얘기다.

애초에 헌법재판소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던 이유가 일몰 후 집회에 대해 관할 경찰서장의 조건부 허용을 규정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에 대한 허가제도로서 이는 위헌이라고 했던 점도 상기시킨다.

그렇다면 조건부 허용보다 집회의 자유가 더 보장되는 방향의 입법을 해야 하는데 한나라당은 그에 대한 개선입법으로 조건부 허용보다도 후퇴한 안을 추진한다고도 비난한다.

야간 집회에 대해 직접적인 시간 제한을 두는 나라는 러시아 중국 정도인데 이들 나라와 우리나라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도 반박한다.

⊙ 법 공백 사태부터 시급히 해소해야


집회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는 결코 쉽지 않은 이야기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집회의 자유는 아주 기본적인 국민의 권리로 꼽힌다.

우리 헌법이 이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집회는 시간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허용되는 것을 대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다만 치안이나 보안 등 특정한 사유로 인해 불가피할 경우에 한해 장소나 시간을 정해 아주 제한적으로 이를 금지하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입법과정에서는 어느 선까지를 불가피한 제한으로 정할지가 매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더 중요한 것은 지금과 같은 입법 공백상태가 결코 장기화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여야 정치권은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나 집시법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나 그 전에 임시국회를 열어서라도 이 문제를 하루 속히 처리해야 할 것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용어풀이

◆헌법불합치


헌법재판소는 어떤 법률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신청을 받으면 합헌과 위헌 결정 이외에 한정합헌, 한정위헌, 일부위헌, 헌법불합치, 입법촉구의 5가지 변형결정을 내린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법률이 사실상 위헌이기는 하지만 즉각적인 무효화에 따르는 법의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법을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그 법을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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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6월 30일자 보도 기사

대검은 30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의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이 효력을 상실함에 따라 관련 혐의로 1심 재판을 받는 이들의 공소를 취소하고 수사 중이면 무혐의 처분하도록 일선 검찰청에 지시했다.

봉욱 대검 공안기획관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무효 결정이 난 법 조항이 효력을 잃으면 공소취소나 무혐의 처분을 하게 규정한 대검 예규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공소취소 결정이 나면 법원은 관련 혐의에 대해 사실상 무죄와 같은 공소기각 판결을 내리게 된다.하지만 검찰의 공소취소는 1심 재판만 가능해 2,3심으로 넘어갔으면 법원의 무죄 선고를 기다려야 한다.

현재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은 전국적으로 1천100여명에 달하고, 이 중 공무집행방해나 일반교통방해 등 다른 혐의 없이 이 조항 한가지만 적용된 사람은 100여명인 것으로 추산된다.

헌재는 작년 9월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을 ‘위헌’으로 판단하면서 올해 6월30일까지 법을 개정할 것을 주문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으나, 여야의 입장차로 시한내 개정이 안돼 내달 1일부터 이 조항은 효력이 아예 상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