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압력 피하고 물가 안정·내수시장 확대 목적
[Cover Story] 중국은 왜 위안화의 평가 절상을 용인했나?

중국이 위안화시세의유연성확대’를 정한것은 대내외적 필요에 따른 것이다.

먼저 대외적으로 중국은 대 중국 무역적자에 시달리는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의 압력을 해소할 필요가 있었다.

그동안 미국은 물론이고 인도 브라질 등 경쟁 국가들까지나서 위안화 절상을 압박했었다.

또다른 이유는 자국내 물가 상승압력을 억제하고 ‘내수 시장 활성화’라는 정책 기조를 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올해 부동산가격이 급등하고 농산물가격이 뛰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돼왔다.

그러나 위안화가 절상되면 이를 예상한 투기성자금(hotmoney)이 급속히 유입 되고 수출 경쟁력은 약화되는 부작용이 있다.

따라서 중국정부는 단기간에 위안화 가치가 높아지도록 방치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 G2 대립 해소될까

위안화에 관한 한 중국은 국제 사회의 '공적'(公敵)이었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는 물론 같은 브릭스(BRICs) 국가로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브라질과 인도까지 위안화 절상을 촉구해 왔다.

단순히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게 아니라 거대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으로 수출을 늘리겠다는 의도다.

이들 나라는 26~27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중국에 위안화 절상을 강하게 압박할 태세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G20 정상들에게 위안화 절상의 필요성을 역설한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미국 의회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제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중국 정부는 공식성명을 통해 G20 회담에서 특정 국가의 특정사안을 논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등 긴장이 고조됐었다.

G20 회담 직전 중국이 위안화 환율 절상 가능성을 공식화한 것은 그만큼 국제적 압력에 부담을 느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중국 정부가 자국 경제의 회복속도에 자신이 있어 위안화의 평가절상을 허용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은 "중국 지도부가 세계경제 회복이 앞으로도 지속할 것임을 확신하고 위안화 절상을 용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물가 억제와 내수 확대가 우선

마크 잔디 무디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위안화 절상은 인플레이션 억제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수입상품의 값을 떨어뜨려 생산원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국민들은 소득이 증가된 효과를 볼 수 있어 그만큼 내수시장은 커지게 된다.

중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정부의 연간 통제 목표선(3.0%)을 넘어선 3.1%로 19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는 위안화 절상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중국경제의 필요에 따라 위안화 절상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언급해 왔다.

그러나 위안화 절상에 따른 부담도 크다.

먼저 수출경쟁력의 약화를 피할 수 없다.

저부가가치 산업은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임금이 빠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위안화 절상까지 이뤄지면 중국에서 원부자재를 조달해 수출공장을 운영하는 외국기업들의 원가 상승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핫머니의 대량 유입도 문제다. 이미 엄청난 규모의 국제적 투기자금이 위안화 절상을 노리고 중국에 둥지를 틀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 유입된 핫머니 규모만도 1670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핫머니가 증가하면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고 물가도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

중국은 또 올해 외환보유액이 2조8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 최대의 외환보유국가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은 그만큼 앉아서 손해를 보게 된다.

⊙ 절상폭은 크지 않을 듯

이런 양면적인 영향 때문에 전문가들은 중국이 위안화 절상을 용인하더라도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연내 3%의 위안화 절상을 전망했고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은 1.9%로 분석했다.

오히려 위안화가 절하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유로화가 급락할 경우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이 새로 내세운 복수통화바스켓 제도는 달러 유로 엔 원 등 4개 주요 통화와 다른 7개의 통화 가치를 가중 평균해 산정된다.

만일 유로화 가치가 크게 낮아지면 위안화도 달러에 비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안화의 절상폭이 생각보다 미미할 경우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이 실력 행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미국 의회는 지금도 저평가된 위안화를 일종의 수출보조금으로 간주해 중국상품에 대해 관세를 매기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위안화 가치를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김태완 한국경제신문 기자 tw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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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경제엔 得일까 失일까

수출에는 호재··· 수입가격 올라 물가엔 부담


위안화 가치가 오르면 중국산 상품과 경합하는 해외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중국 내수시장 또한 커져 수출에는 호재다.

반면 중국으로부터 들여오는 수입제품의 가격이 비싸져 국내 물가에는 부담이다.

⊙ 수출입 영향은 양면적

중국은 우리 나라의 최대 수출국이자 최대 수입국이다.

한국은 지난해 중국과의 교역에서 수출 867억달러,수입 542억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수출과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3.9%,16.8%다.

위안화 값이 올라가면 중국의 수출 기업들이 수출 대금을 위안화로 바꿀 때 불리하게 된다.

예를 들어 노트북PC를 100달러에 수출하는 중국 기업이 달러당 위안 환율이 6.8위안에서 6.0위안으로 하락한다면 100달러로 바꿀 수 있는 위안화가 680위안에서 600위안으로 줄어든다.

따라서 이 기업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노트북 가격을 100달러 이상으로 올리게 된다.

결국 중국은 수출이 줄어들고 수입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나라의 수출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중국 시장으로 수출하는 우리 제품은 물론이고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 시장에서 중국 제품과 경쟁하는 우리 제품도 가격 경쟁력에서 유리해진다.

전반적으로 수출이 늘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이 원료나 반제품을 중국에 수출한 다음 거기서 조립 가공해 다시 미국 유럽 등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 중 93% 이상이 원자재 자본재 등 중간재이고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중국에서 완성품으로 가공돼 제3의 국가로 수출된다.

이는 중국의 수출 감소가 우리에게 반드시 긍정적일 수 없다는 점을 말해 준다.

중국의 수출이 줄어들면 중국으로 수출되는 우리의 중간재도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위안화 가치 상승은 우리나라 수출에 유리하지만 그 폭은 제한적이라고 볼 수 있다.

⊙ 성장률엔 호재… 물가엔 부담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달러에 대해 위안화 가치가 10% 뛰고 원화 가치는 변동하지 않으면 국내 성장률은 0.28%포인트 높아진다.

또 무역흑자는 49억달러 늘어나고 실업률은 0.18%포인트 감소한다.

약 4만4000개의 일자리도 생긴다.

반면 소비자물가는 0.24%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산 수입제품의 가격이 비싸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안화 강세와 함께 원화가 동반 절상되면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은 어느 정도 상쇄될 가능성이 있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