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 논술 첨삭노트] (17) 추상적 논제의 경우 구체적 사례를 들어 서술하라

⊙ 문제해설과 예시답안

근·현대사를 공부한 사람들은 이미 알겠지만, 1920년대 이후의 독립운동은 국외에서 계열별로 나뉘어진 집단에 의해 주도 도비니다.

그렇기 때문에 광범위한 지역에서,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가진 이들에 의해 아주 복잡하게 구성되는 것이지요.

국내에서는 이런 분열된 독립운동을 하나로 합치기 위해 6·10 만세 운동을 기점으로 '민족 유일당 운동'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하지만그 결과 만들어진 신간회는 4년 만인 1931년, 내부의 계열 간 갈등으로 해소(解消)되고 맙니다.

왜 식민지 공간이라는 하나의 공간에서 각기 다른 입장을 갖고 독립을 축했던 것일까요?

그들의 이해관계는 어떠했길래 하나로 힘을 합치지 못했던 것일까요?

이 문제는 그 책임을 묻고자，그 분열의 양상을 즐기고자 만들어진 문제가 아닙니다.

이 문제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코 ‘이해관계’(利害關係)입니다.

즉，자신들의 이익과 손해를 따져서 형성된 관계란 뜻이지요.

제시문(가)와 (나)의 화자들의 이해관계는 서로 상이합니다.

식민지 공간을 살아가는 당시 조선인들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를 지배하고있는일본인들을몰아내고조선인들만의독립을쟁취할것이냐，혹은일본인이고조선인이고를 떠나 가난함 속에서 착취당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독립을 쟁취해낼 것이냐로 서로 대립되었기 때문입니다.

제시문(가)는민족을민족이라칭할수있는몇가지기준들에대해이야기하고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던 것보다 꽤 많은 기준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구분하는 것도 꽤 힘들어 보입니다.

직접적인 예시를 떠올리지 못한다면，저런 알쏭달쏭한 단어들의 나열로는 구분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이렇게 추상적인 서술인 경우 구체적인 사례를 매치 시키면서 진행하는 것이 문제를 풀기 훨씬 편합니다.

혹은 답안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지적된 유전적 조합이나，정치적 이해관계，문화적 차이 같은 단어를 직접 지칭해서 분류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예시 답안을 보면，그 구체적인 평가가 어떻게 드러나는지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시문 (나) 물산장려 운동이 자본계급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일 뿐，그들이 내세우는 외화배척，산업 및 경제 활성화 등의 효과는 허울뿐인 명분에 불과 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노동자들은 자본주의 사회가 계속되는 한 얻게 되는 이익이 한정적일 수 밖에 없다고 말하면서 계급적 격차에 의한 이해관계의 차이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았을 때 (가)의 밑줄친 부분은 같은 시대 상황속에서도 이념 대립이나 계급간의 이해관계 차이와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 하고 있다는 점에서 타당성을 의심 받을 수 있다.

제시문 (가)의 밑줄 친 부분은 민족의 정체성이 문화의 공통성에 의해 형성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족은 같은 역사，동일한 문화，공통된 상황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각자의 이해관계의 차이나 상반된 정치 이념에 의해 언제든지 대립할 수 있기 때문에 민족을 단순히 문화의 정체성으로만 규정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이다.(재수생 김대환)

제시문 (나)에 따르면，물산 장려 운동은 외화를 배척함으로써 자국의 경제를 발달 시킨다는 명분을 가지고 있지만，실제로는 중산 계급의 이해 관계만을 반영한 운동에 불과하다.

이처럼 한 민족안에서 총체적인 민족의 경제발전을 위하는 것처럼 보이는 물산장려운동도 실제 사회 안의 다양한 계급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았을 때，제시문(가)의민족에 대한 정의는 민족 내부에 존재할 수 있는 계급적 이해관계의 차이를 간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인다.

밑줄친 부분에 따르면，민족은 오랜 시간에 걸쳐 민족 내부에서 공유된 기억과 같은 공통 관념에의해 형성된다.

즉，민족 구성원들은 당연히 공통적인 생각과 관념들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그러나，이는 민족 내부에 존재할 수 있는 계급의 이해 관계의 대립과 같은 차이점이 고려 되지 않은 결론으로서，민족에 대한 단편적이고 협소한 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 (이화외고 김다봄)

⊙ 실전문제

이번주 문제는 2010학년도 서강대 수시 2학기 기출문제(국제문화，경제학부)중에서 편집해 보았습니다.

제시문 내의 단어 뜻을 맥락에 맞게 파악하고，그것과 관련하여 원인을또다른제시문속에서찾아내는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명백히 제시문 독해 문제입니다.

(가)(나)(다)가 가지고 있는 관점의 유사함을 이해한다면 쉽게 풀 수 있을 듯합니다.


문제에 대한 학생글은 6월20일(일)까지 sgsgnote@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보내주실 때는 학교/이름/주소를 같이써서 보내주세요.

첨삭에 당첨 되신분들께는 소정의 상품을 보내드리고，글을 보내준 모든 학생들에게는 친절한 해설서를 보내드립니다.

또한，지금 연재되는 생글 첨삭노트가 파일 형태로 필요하신 선생님이나 학생들 역시 같은 이메일 주소로 신청해 주세요.

이 연재의 원본이 되는 논술 기초교재를 보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논술 기초교재를 다 보신 분들께는 그 다음 단계(중급)에 해당하는교재도 보내드립니다.

교재에는 기본적 해설과 문제，문제에 따른 해설과 예시 답안까지 수록되어 있으니 혼자서 공부하는 데 자그마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단계별진행에 맞게 7월 즈음하여 고급교재도 나눠드릴 예정입니다。


<문제>다음 제시문을 읽고(가)의 <재앙>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나)와(다)를 활용하여 ‘재앙’의 발생 원인에 대하여 논술하라. (500~600자)

가 많은 사람들은 인간의 다양성을 부인하고 평등을 동일성으로 대체해 버린다。

피부색이나 외모와 같은 형태적 특징만이 유전자에 의해 지배되고，성격이나 사회성 같은 비형태적 특징들은 유전적 요인이 아닌 환경이나 교육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유전적으로 동일한 쌍둥이 형제들이 보여주는 학업 성취도와 같은 비형태적 특징의 차이를 유전적 요인이 미치는 효과가 없다는 증거로 편리하게 해석해 버린다.

즉 인간이 가지고 있는 비 형태적 특징의 차이점이 오로지 조건화와 같은 후천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단정하는 오류를 범한다.

이렇게 명백히 잘못된 전제를 기초로한 이데올로기는 <재앙>으로 직결될 수 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 되었다고 토마스 제퍼슨이 말했을 때，그가 강조한 것은 인간의 생물학적 동일성이 아니라 권리의 평등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많은 사람들은 인간의 평등은 인간이 동일하기 때문에 옹호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 에른스트 마이어，「동물종과 진화」

나 옛날 바닷새가 노나라 서울 밖에 날아와 앉았다.

노나라 임금은 이 새를 친히 종묘안으로 데려와 술을 권하고，궁중의 음악을 연주해 주고，소와 돼지，양을 잡아 대접했다.

그러나 새는 어리둥절해하고 슬퍼할 뿐，고기 한 점 먹지 않고 술도 한 잔 마시지 않은 채 사흘만에 죽어 버리고 말았다.

이것은 ‘사람을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기른것(以己養養鳥)’이지，‘새를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기른것(以鳥養養鳥)’이 아니다.

―「장자」

다 만약 우리가 생물학적 증거를 토대로 인종 차별과 성 차별을 한다면 우리의 행위는 정당화될까?

물론 아니다!

우리는 집단의 평균적 특성에 따라 개개인을 평가 해서는 안 된다는 도덕적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편협한 사고에 반대한다.

문명사회에서는고용，승진，봉급，입학，사법제도등에서 인종，성，민족의 차이를 무시한다.

그렇게하지않으면결과적으로우리는도덕적불쾌감을경험할것이다.

사람을 인종，성，민족에 따라 차별하는 것은 불 공정한 일 이며，이러한 차별은 태생적인 특성에 가하게 되는 벌칙이나 다름없다.

차별은 흑인，여성 등의 집단이 속박되고 억압당했던 과거의 불공평한 상태를 영속화하는 것이다.

또한 사회를 적대적 분파들로 분열 시킬 것이고，단계적으로 증폭되면 무서운 박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차별에 반대하는 이 주장들은 모두 인간 집단들이 유전적으로 구별될 수 있는지 여부와는 무관하다.

스티븐핑거，「빈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