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 등 12개 파트너 기업 월드컵 특수 사냥 ‘초대’받지 못한 기업도 앰부시 마케팅 전력 투구
[Global Issue] 월드컵, 축구 승부만 있는게 아니네!… ‘총성없는마케팅전쟁’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개최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월드컵은 지구촌 최고의 스포츠 축제임과 동시에 세계 대기업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마케팅의 향연이 펼쳐지는 장이기도 하다.

축구팬들이 올해 우승국은 과연 어디일지 바쁘게 점치는 사이,업체들은 월드컵 마케팅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막바지 채비에 발걸음을 분주히 재촉하고 있다.

올해 월드컵의 공식 후원,파트너 기업은 총 12곳(아디다스 코카콜라 에미레이트항공 현대기아차 소니 비자카드 버드와이저 캐스트롤 콘티넨탈 맥도날드 MTN 사티암)이다.

FIFA가 이들 후원사에 주는 혜택의 파워는 막강하다. 월드컵의 명칭과 로고를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경기장 광고판도 설치 가능하다.

흥미로운 점은 계약 품목이 후원사마다 따로 있다는 것이다.

아디다스는 스포츠 의류 · 용품을,현대차는 승용차와 미니버스,밴을 제공한다.

까다로운 조건 같지만 FIFA의 보호는 더 철저하다. FIFA가 주최하는 모든 행사의 음료는 무조건 파트너 기업의 제품이어야 한다.

심지어 FIFA 관계자가 투숙하는 호텔도 그런 조건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FIFA는 이 호텔을 이용하지 않는다.

월드컵 경기장에 반입할 수 있는 물건은 FIFA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공식 파트너가 아닌 기업이나 단체가 관람객에게 무료로 티셔츠 또는 모자를 제공할 수 없다.

하지만 이들뿐 아니라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초대받지 못한 기업들'까지도 월드컵 특수를 누리기 위해 각종 '앰부시 마케팅(ambush marketing · 매복 마케팅)'에 공을 들인다.

앰부시 마케팅이란 공식 파트너 기업이 아님에도 교묘한 위장광고로 대회 또는 선수를 연상하게 하는 것이다.

FIFA에 따르면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공식 집계된 앰부시 마케팅만 84개국 3300여건으로 나타났다.

⊙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총성 없는 전쟁'

매년 월드컵 경기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것은 스포츠용품 업계의 양대 산맥인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마케팅 대결이다.

특히 이들이 후원하는 대표팀의 유니폼은 세계 축구팬들의 훌륭한 눈요깃거리가 된다.

독일의 아디다스는 주최국 남아공을 비롯해 스페인 독일 프랑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일본 덴마크 슬로바키아 그리스 멕시코 파라과이 등 32개 출전국 중 3분의 1이 넘는 12개국 대표팀을 후원하고 있다.

대륙별 분포나 국가의 지명도도 폭넓다.

또 미국의 나이키는 한국 브라질 네덜란드 포르투갈 미국 호주 뉴질랜드 세르비아 슬로베니아 등 9개국을 후원하고 있다.

아디다스는 월드컵 공식 후원사라는 이점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경기 선수들이 사용하는 공인구 '자블라니(남아공어로 축하한다는 뜻)'와 심판들의 유니폼,광고판 등 곳곳에 아디다스 브랜드로 도배될 예정이다.

반면 공식 후원사가 아닌 나이키는 대표팀 지원을 통해 앰부시 마케팅에 승부를 걸 계획이다.

나이키는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과 브라질을 후원했고 4강 진출과 우승이란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고,이런 추세는 2006년에도 이어졌다.

⊙ 소셜미디어,월드컵 마케팅 핵심 수단으로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선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가 마케팅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각 기업들이 TV와 보드판의 전통적인 마케팅 방법에서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를 통한 온라인 홍보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코카콜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행복을 여세요(Open Happiness)' 캠페인을 선보인다.

사용자제작콘텐츠(UCC) 사이트인 유튜브에 120개국에서 네티즌들이 '골 세러머니 댄스' 동영상을 직접 제작해 업로드하도록 할 계획이며 회사 측은 FIFA를 설득해 가장 근사하게 춤을 춘 동영상을 선정,시상하겠다는 전략도 짰다.

소말리아 출신의 가수가 부른 축하송은 이미 애플 아이튠스에서 인기다.

3억500만달러를 지급하고 월드컵 공식 후원사가 된 소니에릭슨은 '소셜 미디어'에 사실상 '올인'했다.

축구를 통한 마케팅을 처음 시작한 소니에릭슨은 팬들과 디지털 커뮤니티를 만들어 홍보활동을 펼친다는 계획을 세웠다.

'소셜 네트워킹 월드컵'이라는 모토 아래 트위터와 유튜브,페이스북을 팬들과 접촉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소니에릭슨은 온라인 축구 애플리케이션을 팬들에게 제공하고 '트위터 월드컵'을 통해 참가국 간 트위터 경쟁을 유도할 방침이다.

모바일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휴대폰에 월드컵 검색 엔진 '월드컵피디아(WorldCupedia)'를 깔았으며 저장된 애플리케이션으로 월드컵 주요 장면을 친구들에게 보낼 수 있도록 했다.

공식 후원사인 현대차도 지난달 포털사이트 다음의 트위터 서비스 '요즘(YOZM)'에 월드컵 공식 트위터를 개설했다.

이 사이트를 오는 7월 말까지 운영하면서 월드컵 관련 소식과 현대차 월드컵 프로그램 등을 실시간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비자는 페이스북에 경기 일정을 모니터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올려놓고 '가자(Go)'라는 슬로건 아래 모든 마케팅 활동을 펼치겠다는 각오다.

나이키 역시 유명 축구 선수들이 등장해 운동 노하우와 훈련법 등을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인다.

트레보 에드워즈 나이키 브랜드 매니저는 "월드컵은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시청하는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인데 이를 놓칠 순 없는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 FIFA "앰부시 마케팅,가만두지 않을것"

올해 FIFA 측은 앰부시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단속하겠다며 451건의 소송을 제기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4000만달러 이상을 내는 공식 후원사를 월드컵 브랜드를 마구 사용하는 불청객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공식 항공 후원사로 에미레이트항공을 지명한 FIFA는 남아공 저가 항공사인 쿨룰라 측에 월드컵 경기장과 선수 이미지를 사용한 광고물을 철거하도록 요구했다.

4년 전 루프트한자가 항공기 앞부분에 축구공 문양을 그려넣고 공식 파트너사처럼 행동했을 땐 그냥 넘겼으나 이번엔 가만있지 않겠다는 각오다.

FIFA의 제재가 지나치다는 비판도 나온다. 월드컵을 주제로 한 막대 사탕의 생산을 중단시키고 남아공 행정수도 프리토리아의 한 술집 지붕에 걸린 월드컵 축하 현수막까지 내리도록 한 것은 심하다는 얘기다.

상표전문 변호사인 안드레 반 데르 메르베는 "막대 사탕이 월드컵을 방해하고 이 생산업체가 공식 후원사의 수입을 뺏지는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미아 한국경제신문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