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쓰면 안 될 ‘틀리다'

#같은 회사에서 공급한 아파트라도 위치나 방향이 모두 틀리므로 주의해서 골라야 합니다.

#어머, 아들이 아버지와 얼굴이 너무 틀리네요.

#쌍둥이인데도 서로 성격이 어쩌면 이렇게 틀릴 수 있지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하는 말 가운데 잘못 쓰는 대표적인 말이 '틀리다'이다.

입말에서 잘못 쓰다 보니 글말에서까지 '틀리다'를 남발한다.

위 문장에서 쓰인 '틀리다'도 모두 '다르다'를 써야 한다.

'다르다'는 '비교가 되는 두 대상이 서로 같지 아니하다'는 뜻이다.

'나는 너와 다르다/

군자와 소인은 다르다/

나이가 드니까 몸이 예전과 다르다/

칠월이 되자 날씨가 하루가 다르게 더워진다/

형제가 달라도 너무 다르군'처럼 쓰인다.

따라서 '얼굴 생김이 아버지하곤 전혀 틀리군요/

한창 자라는 어린이의 모습은 해마다 틀리지요' 식의 표현은 옳지 않다.

이에 비해 '틀리다'는 '셈이나 사실 따위가 그르게 되거나 어긋나다'는 뜻의 말이다.

'답이 틀리다/

계산이 틀리다/

그 사람의 이야기에 어디 틀린 대목이 있습니까?'처럼 쓰인다.

또 '오늘 밤 잠자기는 다 틀렸다'에서와 같이 '바라거나 하려는 일이 순조롭게 되지 못하다'란 뜻으로도 쓰인다.

'그는 인간이 틀렸어'라고 할 때는 '마음이나 행동 따위가 올바르지 못하고 비뚤어지다'란 뜻을 나타낸다.

두 말의 구별을 좀더 쉽게 풀면 '다르다'는 어떤 비교 대상이 서로 '같지 않다'는 뜻이다.

즉 차이가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에 비해 '틀리다'는 어떤 일이나 계산 등이 '맞지 않다'는 뜻이다.

그릇되거나 잘못됐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서로 반대되는 말인 '같다-다르다' '맞다-틀리다'를 한 묶음으로 익혀두는 게 요령이다.

말을 하면서 '다르다'와 '틀리다'를 구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이 '다르다'란 개념의 자리에 '틀리다'를 넣어 말하고 생각하는 나쁜 버릇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마 우리 사회의 다양성 부족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는 것 같다.

가령 내 생각과 다른 의견을 대할 때 그냥 '다른' 것으로 여기지 않고 '틀린'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서로 다를 수는 있어도 틀린 게 아닌데도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틀린 점을 고려해 시설을 만들었다"란 말을 한다.

다문화 시대에 외국인은 한국인과 모습이 다른 것일 뿐이지만 그들을 두고 무심코 "한국인과 모습이 틀리다"고 말한다.

'다르다'를 써야 할 곳에 자꾸 '틀리다'를 쓰다보면 자칫 우리의 사고마저 흑백논리로 단순해질 우려가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틀리다'를 함부로 써서는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