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말짱 글짱'] ‘안성맞춤’ 도시의‘ 안성마춤’ 상품들
"혼자 살기에 ○○○인 오피스텔." "그 양복이 너한테는 딱 ○○○○이로구나. "

요구하거나 생각한 대로 잘 된 물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또는 조건이나 상황이 어떤 경우나 계제에 잘 어울림을 나타내는 말.

○○○○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말이다.

한 가지 힌트를 더하면 경기도 안성에서 유래한 말이다.

안성은 1937년 7월 1일 읍으로 승격되었는데 이때 경기도에서 수원과 개성이 함께 읍으로 승격됐다.

그만큼 안성은 예로부터 번성한 큰 고장이었다.

그 옛날 이곳에서 생산된 유기(鍮器 · 놋그릇)는 다른 지방의 것보다 품질이나 모양에서 단연 뛰어나 궁궐의 진상품으로,관가와 서울 양반가들의 생활용품으로 올라갔다. 유기의 재료가 되는 놋쇠는 비교적 가공하기 쉽고 잘 녹슬지 않아 예로부터 공업 재료로 많이 쓰였다.

특히 안성에서 맞춰온 유기는 주문한 사람의 마음에 꼭 들게 해준다는 데서 자연스럽게 '안성맞춤'이란 말이 생겨났다.

그런데 정작 안성에 가면 이 '안성맞춤' 제품은 없다. 대신 안성의 특산품인 '안성유기'를 비롯해 '안성마춤 포도' '안성마춤 쌀' '안성마춤 인삼' '안성마춤 배' '안성마춤 한우'가 있을 뿐이다.

안성시에서 대표상품으로 집중 홍보 · 육성하고 있는 이들 품목은 안성맞춤의 고장에서 만드는 '안성마춤' 특산품인 셈이다.

현행 맞춤법 이전엔 '맞추다'와 '마추다'를 구별해 썼다.

'맞게 하다'란 뜻의 말로는 '맞추다'를, '일정한 규격의 물건을 만들도록 미리 주문을 하다'란 뜻으로는 '마추다'를 썼던 것이다.

가령 '맞추다'는 '입을 맞추다/문짝을 문틀에 맞추다/깨진 조각을 본체와 맞추어 붙이다/분해했던 부품들을 다시 맞추다/시곗바늘을 5시에 맞추다/다른 사람의 비위를 맞추다/화투짝을 맞추다'처럼 썼다.

이에 비해 '마추다'는 '구두를 마추다/안경을 마추다/양복을 마추다' 식으로 구분해 썼다.

하지만 1988년 고시된 현행 한글맞춤법에서는 '마추다'란 말은 버리고 일괄적으로 '맞추다'로 통일해 쓰도록 했다.

따라서 지금 우리말에는 '마추다'란 단어가 없는 셈이다.

'맞추다'와 함께 알아둬야 할 게 '맞히다'이다.

'정답을 맞추다/맞히다. ' '답안지를 정답과 맞춰보다/맞혀보다.

' 비슷한 것 같지만 두 문장에는 차이가 있다.

'정답을 맞추다/맞히다'에서는 '적중하다'란 의미가 있는 단어를 써야 한다.

이에 해당하는 말은 '맞히다'이다.

'정답을 맞히다/화살을 과녁에 정확히 맞혔다'처럼 쓴다.

그러니 '정답을 맞추다'라고 하는 것은 틀린 말이다.

이에 비해 '맞추다'는 '대상끼리 서로 비교하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답안지를 정답과 비교해 보는 것은 '답안지를 정답과 맞춰보다'라고 한다.

'안성맞춤' 역시 본래 그전엔 '안성마춤'으로 적던 것인데, '마추다'란 말이 없어지면서 자연스레 안성마춤도 안성맞춤으로 바뀌었다.

한데 안성시에서 고장의 특산품을 육성하기 위해 농협 및 생산자들과 함께 1998년 '안성마춤'을 공동상표로 등록하면서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우리 국어사전들은 일관되게 '안성마춤'을 '안성맞춤의 잘못'으로 풀고 있는데 안성의 브랜드 '안성마춤'이 전국 각지로 퍼져가기 시작한 것이다.

쌀과 인삼, 배, 포도, 한우 등에 '안성마춤'을 브랜드로 달고 시판한 이후 2006년 '올해의 브랜드 대상' 20007년 대한민국 우수특산품 대상, 2007~2009년 퍼스트브랜드 대상(3년 연속) 2009년 한국지방자치브랜드 대상 등을 잇따라 수상하면서 '안성마춤'은 고유 상표명으로 자리 잡았다.

안성시로서는 일반명사인 '안성맞춤'보다 예로부터 써오던 '안성마춤'을 달고 상품화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안성에는 이 외에도 '안성마춤 직거래장터' '안성마춤 홍보관'도 있어 활발하게 '안성마춤'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안성시에서 쓰는 구호 '안성맞춤의 고장'을 비롯해 지난 2002년 중앙대 안성캠퍼스 내에 개관한 '안성맞춤박물관', 매년 5월 열리는(올해는 지난 13~16일 열렸다) 안성예술제의 '안성맞춤 시화전/백일장/예술체험' 등은 규범을 따른 것이다.

인명이든 지명이든 상표명이든 이름은 고유한 것이어서 규범이란 틀 속에 억지로 잡아둘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다만 일반명사로서의 '안성맞춤'과 고유명사로서의 '안성마춤'이 함께 쓰이는 데서 오는 언중의 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