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세계 88개국에서 시행하는 보편적 복지의 기본축”

반 “선거의식한 포퓰리즘이며 부익부 빈익빈 부추겨”

아동수당은 보편적 복지의 한 축으로 아이를 양육하고 교육하는 비용을 보조하기 위해 특정 연령의 아동을 둔 가정에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정부의 공공지출을 말한다.

아동 빈곤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2006년부터 도입 움직임이 있었는데 최근 다시 도입 논의가 본격화 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아동복지법' '아동수당법' 등 아동 수당 도입 관련 법안들이 이미 발의되어 있는 상태다.

학교 무상급식이 6 · 2 지방선거의 쟁점으로 부상한 가운데 출산과 보육 문제와 직결되어 있는 '아동수당 도입' 또한 보편적 복지의 기본 축이라는 관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아동이 있는 세대의 소득을 보전해 아동과 가정의 빈곤을 막고 아동이 성장해 국가와 사회의 미래 성장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사회적인 책임을 강조하며 아동수당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반면 자녀 양육의 여력이 있는 중산층에까지 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재정 낭비를 불러 올 수 있고 기존의 세제혜택과 중복되는 등 선거를 앞둔 선심성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무상급식과 아동수당 같은 보편적 복지정책을 더 확충해 가야 한다는 주장과 현실을 감안할 때 보편적 복지를 논하기보다 저소득층이나 대상자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집중하는 선택적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아동수당 제도 도입을 둘러싼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측, "이미 88개 국가가 도입하고 있는 아동수당은 보편적 복지의 기본 축이다"

민주당의 양승조 의원과 민주노동당의 곽정숙 의원이 현재 아동수당 도입을 골자로 한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고 있다.

양 의원은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아동수당 도입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달 초 열린 아동수당 도입에 관한 공청회에서 "출산 육아 교육에 대한 파격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며 "현재의 출산 장려 제도는 중산층이 혜택에서 제외돼 있고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아동들은 사실상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현행 제도의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려면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방법이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곽의원은 "세계 88개국이 도입하고 있는 제도로 보편적 복지의 기본 축"이라며 유엔 아동권리 협약의 아동복지권 정신을 옹호하고 자녀양육 가정에 대한 소득지원을 통해 사회보장을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저출산을 양산하는 양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12세 미만 전체 아동에게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의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이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은 개별 가정뿐 아니라 국가적인 책임이라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동안 개발과 성장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 삶의 질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진지하게 따져야 할 때가 됐으며 아동수당은 그런 시도의 하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반대 측,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이며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킨다"

사회복지의 기본 개념은 부유한 계층으로부터 많은 세금을 거둬 이를 가난한 계층에 재분배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아동수당은 이와는 관련 없이 아이가 없는 가정에서 아이가 많은 가정으로의 소득이전을 가져올 뿐이라는 지적이다.

이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특히 최근에는 교육비 부담이 워낙 만만치 않다보니 상대적으로 부유한 집안에서 아이를 많이 낳고 가난한 집안은 아이를 많이 낳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아동수당을 지급할 경우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질 뿐 이라고 강조한다.

아이가 없는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어떻게 해소시키느냐도 과제다.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하는 불임 부부가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인데 이들을 위로해 주지는 못할 망정 아이가 있는 집안에만 추가로 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막대한 재원에 비해 실제 가계가 받는 혜택은 미미하고 결과적으로 출산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있다.

2006년 도입이 검토됐을 때 정부는 이런 이유를 들어 결국 도입을 미뤘다.

선거 포퓰리즘이라는 비난도 받는다.

주로 야당 측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상급식 문제와 함께 이 문제를 들고 나오는 데 대해 표만 의식한 무책임한 주장이라는 것이다.

⊙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

아동수당 도입을 둘러싼 논란을 보면 찬성하는 측은 국가 전체의 복지 확대에, 반대 측은 현실적인 적용 범위나 실질적인 효과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양쪽 모두 일리가 있는 주장인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도입론자들이 주장하는 월 10만원가량의 아동수당을 가계 소득에 상관 없이 무차별 지급하는 것은 예산은 예산대로 많이 드는 한편 이를 받는 세대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실제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있는 나라 중 상당 수는 출산율을 높이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이를 축소 · 폐지하고 세제지원 등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동수당의 취지는 훌륭하지만 아이가 있는 모든 세대에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돈을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보다는 실제 아동 보육지원이 필요한 세대를 좀 더 선별, 이들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해주는 것이 좀 더 효율적인 정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용어풀이

◆ 보편적 복지

사회복지 시스템 중 국민 모두를 대상으로 동일한 혜택을 주는 개념이다.

세대당 혹은 개인당 일정한 물질적 비물질적 혜택을 같은 정도로 제공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모두가 행복할 수도 있지만 엄청난 국가 예산이 들면서도 국민 누구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할 수 있는 가능성도 크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은 잔여적 또는 선택적 복지라고 불리는데 상대적으로 소외된, 소위 못 가진 자를 선택적으로 국가에서 일정한 혜택을 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더 효과적이지만 소득 이전에 대한 사회불만이 나올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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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2009년 11월26일자 보도기사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2명 이상의 자녀가 있는 가정에 아동 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의 아동수당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이 제정안은 한 가정에 자녀가 2명 이상일 경우 둘째 자녀에게는 매월 5만원씩,셋째 자녀부터는 자녀 1명당 매월 7만원씩의 수당을 만 7세까지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의원은 "아동수당법이 통과되면 출산율도 높이고 아동의 복지 향상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