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석탄 사재기… 日영토 분쟁도 불사…

美국방부가 전략 원자재 구입 직접 챙겨

세계 자원 전쟁이 갈수록 뜨겁다.

발전소용 석탄을 마구잡이로 사들이는 중국의 '폭식' 때문에 석탄값은 1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은 국방부가 나서 국가 안보 차원에서 무기 제조 등에 필요한 아연 주석 같은 전략 원자재 구입을 직접 챙기고 있다.

일본의 경우 자원 확보를 위해서라면 영토분쟁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야심을 드러내 주변국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 전 세계 석탄 집어삼키는 중국
[Global Issue] “원자재 절대 양보 못해”… 세계 자원전쟁 ‘점입가경’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 중국의 석탄 확보전에 불이 붙었다고 보도했다.

최근 호주 뉴캐슬 항구에서 수출된 발전용 석탄의 기준가격은 t당 108달러로 2008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뉴캐슬은 세계 최대 석탄 수출 항구로,이곳의 수출가격이 세계 석탄 가격의 기준이 된다.

지난 3월 중국의 석탄 수입량은 1년 전보다 165%,1~3월 수입량은 지난해 동기보다 226%나 증가했다.

중국의 석탄 '사재기'는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회복세가 두드러지자 본격적으로 매입에 나선 것이다.

저우시저우 'IHS케임브리지 에너지리서치협회' 애널리스트는 "석탄업계는 경제위기를 두려워 했으나 중국이 자진해서 가격 하락을 막아준 셈"이라고 분석했다.

석탄 거래가는 현재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석탄 예상가격을 올렸다.

중국 전력기업연합회는 발전용 석탄 수요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석탄은 중국 전력 생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경제 '엔진' 역할을 한다.

중국의 독식에 긴장한 전 세계 석탄업계는 최근 생산량 조절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 미 국방부,원자재 확보에 잰걸음

미국은 펜타곤이 직접 나서 무기 제조에 필요한 원자재를 챙기고 있다.

WSJ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전략원자재 보안 프로그램'이라는 새 비축 시스템을 의회에 요청한 상태다.

코발트 아연 주석 등 전략 원자재 구입 및 비축에 대한 국방부의 권한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시스템에는 정부가 의회 승인 없이도 구매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 규정에선 새 원자재를 비축품 명단에 추가할 때 의회 승인을 받게 돼 있는데 승인 과정이 최대 2년까지 걸려 물량 확보에 걸림돌이 돼 왔다는 게 미 국방부의 판단이다.

국방비축센터의 폴라 스테드는 이에 대해 "위기관리 프로그램의 일종이며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원자재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국방부가 정부 비축창고에 저장 중인 코발트 주석 아연 등은 2008년 9월 기준으로 16억달러어치다.

미군은 희토류 원소를 레이저나 고출력 자력 등 군사용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지난해 10월 비축물량 리스트에 몇몇 희토류를 추가했다.

⊙ 일본, 자원 위해선 영토분쟁도 불사

최근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다시 들고나온 일본은 이번엔 중국과 영토 다툼이 한창인 동중국해에서 니켈과 망간 등 희귀금속을 캐내겠다고 선언했다.

희귀금속은 컴퓨터와 휴대폰,LCD(액정표시장치) 패널과 자동차 장비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 쓰이는 중요한 원자재로,최근 들어 각국이 확보 전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총리실 직속의 종합해양정책본부는 '해저 자원에너지 확보 전략'을 통해 동중국해 배타적경제수역(EEZ) 인근 해역에서 희귀금속을 비롯한 각종 해양자원 탐사를 조만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2020년 이후엔 사업화까지 추진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추진 일정 등은 오는 6월 초 일본 의회에서 논의하는 '성장전략안정 방안'에 반영할 예정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현재 자국이 중국과 EEZ 경계로 정한 중간선에서 류큐열도에 걸친 동중국해 지역,일본 동부 이즈반도와 도쿄 남쪽 오가사와라 군도 사이의 해상 등 총 34만㎢의 해역에서 '해저열수광상'과 망간단괴 등을 탐사할 계획이다.

해저열수광상은 수심 약 2000m의 해저 화산 근처에서 분출된 마그마 때문에 수백도까지 뜨거워진 바닷물이 찬물과 만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물 속에 녹아 있던 각종 광물질이 응고돼 만들어진 광물덩어리다.

이 안엔 아연과 구리를 비롯한 일반 금속과 니켈 및 카드뮴,코발트 등 각종 희귀금속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어 '바닷속의 화수분'으로 불릴 만큼 개발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국제해저기구(ISA)는 해저열수광상의 가치를 t당 489~1360달러(평균 819달러/t)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이 같은 계획은 동중국해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제도)의 영유권을 주장 중인 중국과 마찰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탐사 예정 구역이 중국과의 분쟁지역과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과 일본은 춘샤오(일본명 시라카바)와 룽징(일본명 아스나로) 등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과 관련해 해묵은 다툼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희귀금속 탐사에 대해서도 중국 정부의 반발이 매우 클 것으로 우려된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지난달 28일 "일본이 댜오위다오와 그 부속도서를 실효 지배하고 있으나 중국 역시 논쟁할 여지가 없는 자국 영토라고 맞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일본의 댜오위다오 부근 탐사 계획으로 충돌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또 저우용성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일본의 탐사 범위가 소규모이면 막으려 하지 않겠지만 대규모일 경우 분명히 충돌이 야기돼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린보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도 "(댜오위다오 부근 탐사와 관련) 일본 정부가 독자적인 행동을 취하기 전에 중국 정부와 대화를 해야 오해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동중국해에서 서로 다른 EEZ 경계선을 주장하며 대립해온 중국과 일본은 2008년 6월 경계선 사이 수역을 공동 개발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일본이 주장하는 경계선에 있는 가스전 가운데 춘샤오 개발에는 일본 기업이 투자 형태로 참여하고,룽징은 공동 탐사를 진행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출자비율 등 구체적 사안에서 1년 이상 합의에 이르지 못하다가 지난해 하반기 중국이 독자 개발에 들어가면서 일본이 거세게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1월 오카다 가쓰야 일본 외상은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장관)과의 회담에서 "중국이 춘샤오 가스전 개발을 강행할 경우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미아 한국경제신문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