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21세 나이에 루게릭병을 진단받고 시한부 삶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그는 이후 초인 같은 의지와 노력으로 연구에 몰두해 아인슈타인 이후 가장 뛰어난 우주물리학자란 명성을 얻었다.
그가 앓고 있는 루게릭병은 온몸의 운동신경세포가 점차 파괴돼 근육이 마비돼 가는 특이한 질환이다.
사람들은 그 병을 가리켜 '희귀병(稀貴病)'이라 부른다.
희귀병이라 붙인 것은 아마도 인구 10만명당 1~2명이 발병하는 정도로 드문데다가,특별한 치료법조차 없이 일단 발병하면 대개 수년 안에 사망하는 치명적 질병이란 뜻을 담은 것일 터이다.
그런데 이 말은 사전에 오른 말은 아니다. 아직 단어로 자리 잡지 못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 말을 언론을 통해서나 일상적인 말글살이에서나 접해온 지는 꽤 오래 됐다.
1990년 1월1일 이후의 종합일간지 기사검색이 가능한 KINDS(한국언론진흥재단 사이트)를 통해 찾아보면 1990년 1년 동안 '희귀병'이란 단어가 쓰인 기사는 1개에 불과하다.
당시만 해도 언론들은 '희귀병'이란 말 대신 대부분 난치병 또는 불치병을 썼다.
신문에서 '희귀병'이란 단어가 빈번하게 등장하기 시작한 때는 1994년 들어서다.
당시 유럽에서 발생한 괴박테리아 공포(피부가 썩어가는 괴저병 사태)가 한국에 전해지면서 이 낯선 질환에 대해 일반적으로 통칭하길 '희귀병'이라 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증가한다.
우리 입에 오르내린 지가 이미 십수년이 됐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 말은 정식 단어가 아니다.
같은 한자어권인 일본이나 중국 사전에서도 '희귀병'이란 단어는 다루지 않는다.
'희귀(稀貴)'는 '드물 휘,귀할 귀' 자로 이뤄진 말이다.
단독으로는 쓰이지 않고 '희귀하다'의 어근으로만 존재한다.
'희귀하다'의 사전적 풀이는 '드물어서 매우 진귀하다'이다.
이때 '진귀하다'는 말 그대로 '보배롭고 보기 드물게 귀하다'는 뜻이다.
한자어 '귀하다'는 몇 가지 쓰임새가 있는데,'신분 지위 따위가 높다' '아주 보배롭고 소중하다' '구하거나 얻기가 아주 힘들 만큼 드물다' 등의 의미를 담은 말이다.
'입각한 뒤론 귀하신 몸이 되어 그를 만나기도 힘들다' '목숨보다 더 귀한 것' '자동차가 귀하던 시절' 식으로 쓰인다.
그러니 희귀병은 '드물어서 매우 진귀한 병'이란 뜻이 된다.
어떤 대상이 드물어서 비싸고 귀해지는 것은 경제학의 기초상식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희귀'가 들어간 단어로 희귀본(드물어서 매우 진귀한 책) 희귀종(드물어서 매우 진귀한 물건이나 품종) 두 개를 올리고 있다.
이 외에도 희귀 동전,희귀 우표,희귀 금속 같은 말을 쓸 수 있지만 이들은 한 단어가 아니므로 띄어 쓰면 된다.
모두 '드물고 귀하다'는 의미를 살린 말들이다.
그러면 도대체 '희귀병'이란 어떤 병이기에 드물어서 귀한 것일까.
'희귀병'이란 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병'이란 단어의 속성에 '희귀'의 의미 자질이 있어야 한다.
어떤 병이 '드문' 것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으므로 문제는 '귀하다'란 의미 자질을 만족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병'과 '귀하다'란 말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가령 2001년 9 · 11 테러로 뉴욕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무너져 내렸을 때 이를 두고 "보기 귀한 장면"이라고 말했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어떤 병이든지 그것을 구하거나 얻으려는 대상이 아닌 터에 '귀한 병'이란 말이 성립할 여지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희귀'와 '병'은 본래 결합할 수 없는 단어 사이이다.
오래 전부터 써 왔지만 아직 사전에 오르지 못한 까닭도 단어 구성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귀하다' 또는 '희귀하다'란 말은 가치를 담은 단어이다.
이에 비해 '희소(稀少)하다'는 어떤 현상의 많고 적음만을 나타내는 가치중립적 단어이다.
산출량이 매우 적은 금속인 희유금속은 줄여서 '희금속',매우 드문 성(姓)은 '희성'이라 한다.
마찬가지로 드물어서 보기 힘든 병은 '희병'이라 하면 자연스럽다.
그것이 어색하면 차라리 '희소병'이라 해도 된다. 풀어서 '드문병'이라 하면 더 좋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
그러나 그는 이후 초인 같은 의지와 노력으로 연구에 몰두해 아인슈타인 이후 가장 뛰어난 우주물리학자란 명성을 얻었다.
그가 앓고 있는 루게릭병은 온몸의 운동신경세포가 점차 파괴돼 근육이 마비돼 가는 특이한 질환이다.
사람들은 그 병을 가리켜 '희귀병(稀貴病)'이라 부른다.
희귀병이라 붙인 것은 아마도 인구 10만명당 1~2명이 발병하는 정도로 드문데다가,특별한 치료법조차 없이 일단 발병하면 대개 수년 안에 사망하는 치명적 질병이란 뜻을 담은 것일 터이다.
그런데 이 말은 사전에 오른 말은 아니다. 아직 단어로 자리 잡지 못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 말을 언론을 통해서나 일상적인 말글살이에서나 접해온 지는 꽤 오래 됐다.
1990년 1월1일 이후의 종합일간지 기사검색이 가능한 KINDS(한국언론진흥재단 사이트)를 통해 찾아보면 1990년 1년 동안 '희귀병'이란 단어가 쓰인 기사는 1개에 불과하다.
당시만 해도 언론들은 '희귀병'이란 말 대신 대부분 난치병 또는 불치병을 썼다.
신문에서 '희귀병'이란 단어가 빈번하게 등장하기 시작한 때는 1994년 들어서다.
당시 유럽에서 발생한 괴박테리아 공포(피부가 썩어가는 괴저병 사태)가 한국에 전해지면서 이 낯선 질환에 대해 일반적으로 통칭하길 '희귀병'이라 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증가한다.
우리 입에 오르내린 지가 이미 십수년이 됐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 말은 정식 단어가 아니다.
같은 한자어권인 일본이나 중국 사전에서도 '희귀병'이란 단어는 다루지 않는다.
'희귀(稀貴)'는 '드물 휘,귀할 귀' 자로 이뤄진 말이다.
단독으로는 쓰이지 않고 '희귀하다'의 어근으로만 존재한다.
'희귀하다'의 사전적 풀이는 '드물어서 매우 진귀하다'이다.
이때 '진귀하다'는 말 그대로 '보배롭고 보기 드물게 귀하다'는 뜻이다.
한자어 '귀하다'는 몇 가지 쓰임새가 있는데,'신분 지위 따위가 높다' '아주 보배롭고 소중하다' '구하거나 얻기가 아주 힘들 만큼 드물다' 등의 의미를 담은 말이다.
'입각한 뒤론 귀하신 몸이 되어 그를 만나기도 힘들다' '목숨보다 더 귀한 것' '자동차가 귀하던 시절' 식으로 쓰인다.
그러니 희귀병은 '드물어서 매우 진귀한 병'이란 뜻이 된다.
어떤 대상이 드물어서 비싸고 귀해지는 것은 경제학의 기초상식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희귀'가 들어간 단어로 희귀본(드물어서 매우 진귀한 책) 희귀종(드물어서 매우 진귀한 물건이나 품종) 두 개를 올리고 있다.
이 외에도 희귀 동전,희귀 우표,희귀 금속 같은 말을 쓸 수 있지만 이들은 한 단어가 아니므로 띄어 쓰면 된다.
모두 '드물고 귀하다'는 의미를 살린 말들이다.
그러면 도대체 '희귀병'이란 어떤 병이기에 드물어서 귀한 것일까.
'희귀병'이란 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병'이란 단어의 속성에 '희귀'의 의미 자질이 있어야 한다.
어떤 병이 '드문' 것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으므로 문제는 '귀하다'란 의미 자질을 만족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병'과 '귀하다'란 말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가령 2001년 9 · 11 테러로 뉴욕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무너져 내렸을 때 이를 두고 "보기 귀한 장면"이라고 말했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어떤 병이든지 그것을 구하거나 얻으려는 대상이 아닌 터에 '귀한 병'이란 말이 성립할 여지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희귀'와 '병'은 본래 결합할 수 없는 단어 사이이다.
오래 전부터 써 왔지만 아직 사전에 오르지 못한 까닭도 단어 구성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귀하다' 또는 '희귀하다'란 말은 가치를 담은 단어이다.
이에 비해 '희소(稀少)하다'는 어떤 현상의 많고 적음만을 나타내는 가치중립적 단어이다.
산출량이 매우 적은 금속인 희유금속은 줄여서 '희금속',매우 드문 성(姓)은 '희성'이라 한다.
마찬가지로 드물어서 보기 힘든 병은 '희병'이라 하면 자연스럽다.
그것이 어색하면 차라리 '희소병'이라 해도 된다. 풀어서 '드문병'이라 하면 더 좋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