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미분양 방치하면 경기 회복에 치명타 될수도”

반 “지방선거용 포퓰리즘이며 도덕적해이 부추겨”

정부와 한나라당은 최근 지방 미분양 아파트에 대해 내년 4월30일까지 양도소득세를 60~100%까지 깎아주기로했다.

당초 양도소득세 감면은 지난 2월11일로 1차로 종료됐었다.

또 오는 6월 말 종료되는 취득세 등록세 감면 시한도 내년 4월 말까지 연장하되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중 · 대형 주택의 경우 분양가 인하 폭에 따라 50~75%를 감면해주기로 했다.

지방 민간택지에 짓는 주상복합 아파트에 한해 분양가 상한제도 폐지키로 했다.

당정이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은 최근 지방 소재 미분양 주택 수가 9만3000호로 10만가구에 육박하는 등 지방 건설경기 침체가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방 미분양 가구 수는 전국 미분양 가구 수 12만여채의 약 78%에 달한다.

특히 지은 지 2~3년 동안 주인을 찾지 못한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4만2000여채로 지방권에 92%가 몰려있다.

건설경기 침체에 대해 또다시 정부가 세제지원을 해주기로 한 이유는 미분양 주택이 장기간 판매되지 않을 경우 단지 건설업체가 부도나는 것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건설업체의 하도급을 받아 공사에 참여한 수많은 업체들이 줄 도산할 우려가 있고 그럴 경우 수많은 근로자들이 밀린 임금을 못 받는 것은 물론 직장마저 잃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회복을 위해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최대 정책 과제로 내걸고 있는 마당에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있는 일자리마저 없어지면 경기회복은 더욱 어렵게 된다.

그렇지만 이렇게 자꾸 정부가 세제지원을 통해 건설업계를 지원할 경우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는 비난도 만만치 않다.

정부의 '지방 주택 경기 활성화 대책'을 둘러싼 논란을 분석해 본다.

⊙ 찬성 측, "건설업계는 물론 금융시장의 시한폭탄인 지방 미분양을 방치해선 안된다"

이번 조치를 주도한 김광림 한나라당 제3정조위원장은 이번 조치가 시장을 흔들지 않으면서 가장 효과적인 미분양 해소책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지난 2월까지 시행된 양도세 감면제도와 이번 조치가 다른 것은 업계의 분양가 인하를 유도한 것이라며 건설업체가 분양가를 떨어뜨리면 수요가 늘게 되고 소비자 역시 세금 혜택을 입어 소위 '윈-윈'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건설업과 금융시장의 시한폭탄인 지방 미분양을 그대로 둬서는 경기회복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번 조치가 '또 다른 감세'에 불과하다는 일부의 비판에 대해서도 감세가 아니라 오히려 세수가 늘어나게 할 것이라며 반박한다.

주택 거래가 늘면서 세 수입이 많아지고 건설경기도 살릴 수 있다는 논리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미분양 주택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3%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를 방치하면 건설사 자금난과 고용 감소 등으로 지역경제가 위축되고 정부의 경기부양 효과도 반감될 우려가 있다"며 해당 업체의 자구노력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 반대 측, "지방선거용 포퓰리즘이며 건설사의 모럴해저드만 부추긴다"

이번 대책은 정작 미분양이 심각한 수도권은 빠져 있어 지방선거를 겨냥한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국토해양부 통계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규 분양이 올스톱 되면서 지방 미분양주택 수는 지난해 3월을 정점으로 10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는 반면 수도권의 경우 작년 10월 이후 증가세로 반전한 상태인데 이번 대책에서 수도권은 빠졌다는 것이다.

이재영 건설정책연구원장은 "지방은 실수요 위주이고,미분양 아파트 가격도 주변 시세보다 높기 때문에 이번 대책의 효과는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며 "심각한 수도권 미분양과 중견 건설업체들의 자금난 숨통을 터주기 위해서는 수도권 내 기존 미분양 주택에 대한 양도세 감면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이 지연될 것이라는 비난도 있다.

안 팔리면 파격적 할인을 하든지 해서 집을 팔아야 할 텐데 정부가 계속 지원을 해주다보니 건설사들이 모럴해저드에 빠지게 됐고 결과적으로 부실 업체가 계속 살아남는 결과만 낳은다는 주장이다.

정부 정책 신뢰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얼마 전까지 양도세 감면 연장을 하지 않고 있다던 정부가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은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 지역별로 차별화된 대책이 절실

교육정책과 부동산 대책만큼 우리나라에서 어려운 대책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긴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대책에 큰 영향을 받는 만큼 정부가 완전히 손을 놓을 수도 없는 것은 분명하다.

최근 부동산 시장을 봐도 지방과 수도권은 심각한 침체 국면을 보이고 있는 반면 서울의 경우는 그렇게 나쁜 상황이라고까지 단정하기에는 어렵다.

서울에서도 강북과 강남, 강남 지역도 어떤 구에 속하느냐에 따라 집값이나 부동산 시장 동향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방에 대해서만 세금 감면 대책을 내놓은 것도 서울이나 수도권에 비해 투기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지역별로 다른 대책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나 이것 역시 지나치게 세분할 경우 '버블세븐'에서 발생한 것과 같은 문제점도 있을 수 있다.

또 한 가지 고려할 점은 경기상황에 따라 정부의 부동산 시장 개입 정도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 상황은 어쨌든 정부의 경기부양이 필요한 시점이고 미분양 대책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원리에 의해 건설업체들도 철저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업체와 정리될 업체가 자연스럽게 정리되어야 할 것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용어풀이

양도소득세

토지나 건물 등 고정자산의 영업권,특정 시설물의 이용권이나 회원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타 재산의 소유권 이전에 따라 생기는 소득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양도소득은 시가(時價)가 오르면서 생기며,높은 양도소득세율은 거래를 규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 자산은 토지와 건물의 매매로 인하여 발생하는 소득,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 · 지상권 · 전세권과 등기된 부동산임차권 등의 부동산에 관한 권리의 양도로 인하여 발생하는 소득,일정한 주식 또는 출자지분의 양도로 인하여 발생하는 소득,기타 일정한 자산의 양도로 인하여 발생하는 소득 등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지만 주식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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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신문 3월 19일자 A1면

정부와 한나라당은 18일 지방 미분양 아파트에 대해 내년 4월30일까지 양도세를 60~100%까지 감면해 주기로 했다.

당정은 이날 국회에서 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어 이 같은 지방주택경기 활성화 대책을 마련했다.

지난 2월11일 현재 미분양 상태인 지방소재 주택 약 9만3000호가 대상이다.

당정은 취득 후 5년간 발생한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감면하되,건설업계의 분양가 인하율(0~20%)에 따라 60~100%까지 감면율을 차등화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지방미분양 주택에 대한 리츠와 펀드,P-CBO(프라이머리 담보부채권) 등 투자 상품에 대해 법인세 추가과세(30%)를 내년 4월30일까지 면제키로 했다.

당정은 또 취득 · 등록세 감면 시한을 내년 4월까지 연장하되,중 · 대형주택(전용면적 85㎡ 초과)은 분양가 인하폭에 따라 50~75%를 감면해줄 방침이다.

지방 민간택지에 짓는 주상복합에 한해 분양가 상한제도 폐지키로 했다.

김유미 한국경제신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