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달려!"

점심시간 5분 전,수업이 끝나기도 전인데 학교 전체가 시끄러워지고 급식실 앞에는 이미 학생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이토록 학생들이 학교 급식에 목숨을 거는 이유는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고 피곤해서, 저녁에는 학교가 끝나자마자 야간자율학습 또는 학원을 다녀야 해서 제대로 집에서 식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보니 학생들이 제대로 끼니를 채울 수 있는 점심시간에 학부모들이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이렇게 학생들에게 중요한 중식이 충분한 영양섭취가 될 만큼 만족스럽게 제공되는 경우가 드물고, 식중독이나 위생문제 등으로 학생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모든 초 · 중 · 고등학교 급식을 위탁(급식 대리 회사에 급식을 맡김)하지 않고 직영(학교 내에서 직접 급식을 만듦)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유감스럽게도 대부분의 학교장들은 이 개정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우선 학교에서 급식을 직영하게 되면 학교로서는 모든 급식사고에 대한 책임문제 등 번거로운 일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또한 이동이 잦은 급식 조리원들의 퇴직금 부담 때문에 학교재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도 학교장들이 직영 급식을 꺼리는 이유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 직영급식을 하고 있는 K초등학교장은 이런 주장이 별 근거가 없다고 말한다.

한번 취직을 한 조리원들은 이동이 거의 없어 퇴직금 부담문제가 없고, 오히려 나이가 들어 순발력이 떨어지는 직원들을 해고할 수 없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라는 것이다.

조리원들도 교사처럼 5년마다 순환 근무를 하게 하거나 근무 효율이 떨어지는 사람에 대한 조치를 정부가 지원해주기를 원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조리원의 퇴직금 문제는 학생들이 내는 한 끼 밥값(약 2000원선)에서 10원가량의 아주 적은 돈을 꾸준히 비축하면 충분히 적자를 보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다.

전국 영양사 대표 L씨의 말에 따르면 학교 급식을 직영으로 할 경우 식대의 50%를 재료비에 사용하던 위탁방식에 비해 오히려 80%까지 늘릴 수 있어서 더 질좋은 급식을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사실에서 왜 대부분의 학교들의 위탁업체 급식들이 부실한지 알 수 있다.

강남구 모 중학교의 학부모들은 이전부터 학교 급식이 부실하다는 주장을 해왔다.

이번에 급식을 직영으로 바꾸는 내용의 개정안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장은 급식 체제를 바꿀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당시 학부모들은 황당한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받았는데, 학교급식을 신청할 경우 매일 중식과 화요일의 의무 석식을 신청해야 하고 급식 신청 대신 도시락을 지참할 경우에는 왜 그렇게 하는지 이유를 써내라는 것이었다.

학교에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아마도 학교 급식 위탁 허락을 얻어내기 위해 필요한 인원을 맞추기 위한 것으로 보여졌다.

이미 이런 방식으로 위탁 급식을 운영하는 학교가 적지 않다고 한다.

학교에서 공부를 조금 더 하느라 석식을 먹는 것은 좋은 취지이나,위탁 급식을 하기 위해 석식을 먹게 하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발상이다.

강남의 모 중학교는 결국 학부모 투표를 거쳐 문제가 해결되었지만,급식 직영 문제는 학교장들의 전국적인 보이코트으로 이어지면서 한동안 시끄러웠다.

이번 학교 급식 직영 과정에서 빚어진 떠들썩한 해프닝에서 몇가지 문제점을 찾아볼 수 있다.

우선 학교는 국회에서 정한 사항을 따르지 않고 법규정의 사각지대를 찾아서 피해갈 생각만 했다.

또 국회는 애초에 법을 제정할 때 학교를 배려해서 잘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법을 만들고 시행하는 소위 '어른'들이 학생들을 별로 배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허백 생글기자(경기고 2년) huhbaek10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