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역사에서 '춘추전국시대'란 대표적으로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는 전쟁과 내전으로 사회가 혼란스러웠다는 것이고,두 번째는 다양한 학파와 학자들(제자백가)이 자유롭게 자신들의 사상과 학문을 펼쳤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가요계를 보면 온전치 못한 춘추전국시대나 다름없다.

첫 번째 특징,즉 가요계는 아이돌의 포화상태로 혼란스럽고 경쟁이 난무하지만 두 번째 특징,즉 다양하고 개성 있는 아티스트들과 가수들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가요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중음악이 가장 큰 수용자인 청소년들의 기호에 형태를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청소년들의 기호만 고려하면서 전반적인 음악의 질은 갈수록 떨어지고 서커스에서나 필요할 것 같은 현란한 쇼맨십과 퍼포먼스 기술만 늘고 있다.

10대 청소년들은 사실 음악의 질보다 시각적인 효과,비주얼과 현란한 퍼포먼스에 현혹되기 쉽다.

이런 청소년의 특성을 이용해서 대중음악 가수들은 음악 실력을 키우고 자기의 색깔을 찾기보다는 단기간에 청소년들의 관심을 확 끌 수 있는 시각적 효과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최근 아이돌 그룹(10대를 겨냥한 가수 그룹)이 대거 등장하면서 서로 음악성의 차별화를 기하기보다는 선정적인 뮤직비디오나 노출 등 청소년에게 적합지 않은 문화적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청소년들의 특성을 이용해 청소년의 문화적 권리를 농락하고 무시하는 것이다.

원래 음악이란 한 나라의 문화의 선진화 정도를 가늠할 척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음악이란 옛날부터 사람들에게 정서적 안정감과 힘을 주는 즐거운 문화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음악이란 청소년들과 심지어 어른들까지 이미지와 외모에 집착하게 만들 뿐 원래 갖고 있던 문화적인 성격은 점점 잃어가고 있다.

음악에서 자극적이고 현란한 퍼포먼스는 부차적인 일이다.

그런데 한국 음악계에서는 시각적인 효과가 음악의 질보다 영향력이 크고 대중에게 더 잘 먹히는 '주객전도' 현상이 일어났다.

물론 우리나라 음악계에는 대중의 흐름에 이끌려 다니기보다는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적 성향을 키워나가는 음악가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은 대중가요 시장에서는 힘도 없고 존재감도 덜한 약자일 뿐이다.

우리나라 음악가 윤상은 어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자신은 '꿈꾸는 대중음악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즉 대중음악이라는 현실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더라도 대중음악의 흐름에 의지하기보다는 계속 새로운 음악의 장을 상상하고 창조하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가수들과 연예계 소속사들이 윤상처럼 음악을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대중가요의 질은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다.

정말로 윤상과 같은 음악가들이 제대로 대접받는 분위기가 정착된다면 우리나라 가요계는 진정한 춘추전국시대,즉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공존하고 개성을 중시하는 시대를 맞게 될 것이다.

이승연 생글기자(용인외고 2년) seung.yeo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