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영화 '말아톤'이 처음 나왔을 때 흥행에 성공하리라 예상한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자폐증을 앓는 청년의 마라톤 완주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적인 이야기로 흥행 돌풍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엄마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한 자폐증 청년이 끝내 스스로의 힘으로 정상인도 하기 힘든 42.195㎞의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해낸 이야기.'
언론에서는 앞다퉈 영화와 함께 실제 주인공을 소개하고 나섰다.
그 가운데 일부는 적절하지 않은 말을 사용해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정상인'이란 단어가 문제였다.
"장애인들이 정상인처럼 활동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문명의 진보를 결정하는 중요한 척도라고 생각합니다." "정상인들도 하기 힘든…" 식으로 많이 쓰이는 이 말은 최근까지도 무의식적으로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대부분 칭찬하고 격려하기 위해 하는 말이지만 당사자인 장애인들에겐 되레 아프게 들렸을 말이다.
'장애인'의 사전적 풀이는 '신체의 일부에 장애가 있거나 정신적으로 결함이 있어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제약을 받는 사람'을 말한다. '장애자'와 같이 쓰인다.
그렇다면 '장애인'에 대응하는 말,즉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제약을 받을 만한 신체적 정신적 장애나 결함이 없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은 무엇일까.
말 그대로 장애가 없는 사람,곧 '비장애인'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이미 2001년 중앙일간지 기사 분석을 통해 장애인 비하어들이 여전히 쓰이고 있다는 통계 자료를 내놓은 적이 있다.
당시 자료는 "장애인에 대한 상대어로 많이 사용하는 '정상인'이란 단어는 '장애인은 비정상인'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며 "잘못된 장애 관련 용어의 대표적인 경우"라고 지적했다.
장애인은 단지 거동이 불편한 사람일 뿐,'비정상적'인 사람은 아니다.
그러니 장애인에 대응하는 말은 당연히 '비장애인'인 것이다.
'정상인'이란 말 속에는 장애인을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으로 여기는 의식이 담겨 있다.
복지나 인권에 대한 개념이 약했던 예전엔 이런 간단한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장애인'과 '정상인'을 대비하는 오류가 있었다.
'장애인' 역시 '장애자'에서 진일보한 단어이다.
'심신장애자라 함은 지체부자유,시각장애,청각장애,음성 · 언어기능 장애 또는 정신박약 등 정신적 결함으로 인하여 장기간에 걸쳐 일상생활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로서….' 1981년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에 대한 복지와 처우를 법제화한 '심신장애자복지법'이 처음으로 만들어지면서 '장애자'란 용어가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장애인이라 함은 지체장애,시각장애,청각장애,음성장애 또는 정신지체 등 정신적 결함으로 인하여….' 1989년 전부 개정된 '장애인복지법'이 나옴으로써 '장애자'를 대체한 '장애인'이 비로소 법적으로도 자리매김하게 됐다.
'장애자'가 '장애인'으로 바뀐 데는 일부에서 줄기차게 제기한,'놈 자(者)'자에 대한 거부감이 반영된 결과다.
'장애우'란 말은 '장애인'이 한 번 더 진화한 단어이다.
'장애인'에 좀 더 친근한 어감을 담기 위해 만들어졌다.
'벗 우(友)'를 넣어 만든 이 말은 그러나 다른 사람이 '장애인'을 가리켜 말할 때만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쓰임새가 제한적이다.
가령 스스로를 나타내는 상황에서 "나는 장애우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어색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장애인'에 버금가는 세력을 얻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과 대비해 '정상인'이란 말을 써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모든 상황에서 이 말을 쓸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국어사전에는 엄연히 '정상인'이란 말이 올라 있다.
그 뜻은 '상태가 특별한 변동이나 탈이 없이 제대로인 사람'이다.
가령 '당직 의사는 염려했던 증세들이 전혀 나타나지 않을 뿐 아니라 수술 경과도 매우 좋아 환자가 정상인과 다름없는 거동을 한다고 했다.
'전상국,퇴장,표준국어대사전'처럼 쓰일 수 있다.
오는 4월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이제 더 이상 '장애인'을 무심코 '정상인'과 비교해 본의 아니게 상처 주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
자폐증을 앓는 청년의 마라톤 완주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적인 이야기로 흥행 돌풍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엄마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한 자폐증 청년이 끝내 스스로의 힘으로 정상인도 하기 힘든 42.195㎞의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해낸 이야기.'
언론에서는 앞다퉈 영화와 함께 실제 주인공을 소개하고 나섰다.
그 가운데 일부는 적절하지 않은 말을 사용해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정상인'이란 단어가 문제였다.
"장애인들이 정상인처럼 활동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문명의 진보를 결정하는 중요한 척도라고 생각합니다." "정상인들도 하기 힘든…" 식으로 많이 쓰이는 이 말은 최근까지도 무의식적으로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대부분 칭찬하고 격려하기 위해 하는 말이지만 당사자인 장애인들에겐 되레 아프게 들렸을 말이다.
'장애인'의 사전적 풀이는 '신체의 일부에 장애가 있거나 정신적으로 결함이 있어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제약을 받는 사람'을 말한다. '장애자'와 같이 쓰인다.
그렇다면 '장애인'에 대응하는 말,즉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제약을 받을 만한 신체적 정신적 장애나 결함이 없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은 무엇일까.
말 그대로 장애가 없는 사람,곧 '비장애인'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이미 2001년 중앙일간지 기사 분석을 통해 장애인 비하어들이 여전히 쓰이고 있다는 통계 자료를 내놓은 적이 있다.
당시 자료는 "장애인에 대한 상대어로 많이 사용하는 '정상인'이란 단어는 '장애인은 비정상인'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며 "잘못된 장애 관련 용어의 대표적인 경우"라고 지적했다.
장애인은 단지 거동이 불편한 사람일 뿐,'비정상적'인 사람은 아니다.
그러니 장애인에 대응하는 말은 당연히 '비장애인'인 것이다.
'정상인'이란 말 속에는 장애인을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으로 여기는 의식이 담겨 있다.
복지나 인권에 대한 개념이 약했던 예전엔 이런 간단한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장애인'과 '정상인'을 대비하는 오류가 있었다.
'장애인' 역시 '장애자'에서 진일보한 단어이다.
'심신장애자라 함은 지체부자유,시각장애,청각장애,음성 · 언어기능 장애 또는 정신박약 등 정신적 결함으로 인하여 장기간에 걸쳐 일상생활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로서….' 1981년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에 대한 복지와 처우를 법제화한 '심신장애자복지법'이 처음으로 만들어지면서 '장애자'란 용어가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장애인이라 함은 지체장애,시각장애,청각장애,음성장애 또는 정신지체 등 정신적 결함으로 인하여….' 1989년 전부 개정된 '장애인복지법'이 나옴으로써 '장애자'를 대체한 '장애인'이 비로소 법적으로도 자리매김하게 됐다.
'장애자'가 '장애인'으로 바뀐 데는 일부에서 줄기차게 제기한,'놈 자(者)'자에 대한 거부감이 반영된 결과다.
'장애우'란 말은 '장애인'이 한 번 더 진화한 단어이다.
'장애인'에 좀 더 친근한 어감을 담기 위해 만들어졌다.
'벗 우(友)'를 넣어 만든 이 말은 그러나 다른 사람이 '장애인'을 가리켜 말할 때만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쓰임새가 제한적이다.
가령 스스로를 나타내는 상황에서 "나는 장애우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어색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장애인'에 버금가는 세력을 얻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과 대비해 '정상인'이란 말을 써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모든 상황에서 이 말을 쓸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국어사전에는 엄연히 '정상인'이란 말이 올라 있다.
그 뜻은 '상태가 특별한 변동이나 탈이 없이 제대로인 사람'이다.
가령 '당직 의사는 염려했던 증세들이 전혀 나타나지 않을 뿐 아니라 수술 경과도 매우 좋아 환자가 정상인과 다름없는 거동을 한다고 했다.
'전상국,퇴장,표준국어대사전'처럼 쓰일 수 있다.
오는 4월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이제 더 이상 '장애인'을 무심코 '정상인'과 비교해 본의 아니게 상처 주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