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이어서 요약의 형태를 마저 알아보고,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전에 우리가 표현에 있어 유의해야 할 몇 가지들을 알아보도록 하자.

④ 내연을 먼저 쓰고 외연을 확장해서 쓰기

(나)는 비생산적 경제 문화의 특징으로 지식 및 개선 능력 부족을 들고 있다. 비생산적 경제 문화에서는 나쁜 정치가 조장되고 경영관리 지식이 더디게 확산되며 해외 투자가 부진하다.

그러므로 기술 및 경영관리 개선이 빨라지고 생산적 경제 문화가 세계적으로 전파될 때 그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압력을 받게 될 수밖에 없게 된다.

(라)는 인간의 뇌를 오랜 시간에 걸친 진화의 관점에서 설명할 때 발생하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인간의 뇌는 석기 시대에 완성된 상태로 현재에 이르렀기 때문에 종교 단체,입양기관,제약 회사같이 현대 사회에서 발생하는 적응에 반하는 선택을 하게 만드는 제도에 적응하는 것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이와 같은 요약은 '제시문'이라는 주어로 핵심요약을 하고,그것에 대해 제시문 내의 주어로 외연 상술을 하는 구조를 띤다.

이 구조는 초반부에 핵심을 던져놓고 그에 따른 외연을 요약함으로써 전체 내용을 채워주는 것이다.

이 요약은 첫 문장에 핵심이 등장하므로,차이점을 비교하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이 요약은 내용을 길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⑤ 배경설명의 도입

경쟁은 필연적으로 승자와 패자를 갈라놓을 수밖에 없다. 모두가 이기는 경쟁이란 우리의 상식으로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제시문 (가)는 모두가 이길 수 있는 방법으로 따듯한 환대와 우정의 공동체를 제안하고 있다. (가)에 따르면,환대와 우정의 공동체란 인간의 사회성을 기반으로 하여 (…)

가장 어려운 수준의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제시문을 다만 제시문만으로 요약하는 것이 아니라,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과 결부시켜 그 의미를 자연스레 끌고 들어가는 것이다.

이것은 논제에 대한 파악이 어느 정도 자신있어야 가능한 일이며,그에 맞는 다양한 사고의 유형 또한 갖춰야 하는 것이다.

글의 길이를 언제든 조절할 수 있으며,내용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어느 정도의 분량이 있는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는 '가진 자의 여유'라고 할 수 있다.

요약 훈련을 할 때는,고정된 하나의 패턴이 아니라 이렇게 다양한 요약의 형태를 두루두루 경험해보는 것이 좋다.

분량이나 문제조건에 따라서 요약형식의 장 · 단점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 글을 쓰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표현상의 유의점들

① 동사의 입체화

제시문 요약은 답안을 작성하기 위해 필요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이미 요약에 대해 여러 차례 연재를 통해 강조하였던 바,이제는 그것의 수준을 좀 더 높이기 위한 방법이 필요하다.

물론 이것은 내용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표현에 관련된 것이다.

답안을 채점하다 보면 '제시문 (가)는 -라고 말하고 있다'는 요약을 매우 자주 보게 된다.

왜냐하면 논술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글쓰기와 달리 특정한 텍스트를 읽고 그것이 말하는 바를 요약하면서 문제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즉,'문제는 a다'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제시문 (가)가 문제는 a라고 말했어요'라고 인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그다지 신경써서 생각해보지 않은 학생의 경우,그것이 습관으로 굳어졌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자신이 자주 사용하는 습관은 남이 굳이 지적해주지 않으면 좀처럼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논술은 첨삭이 중요하다.

자,그럼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자.

하나의 답안을 3문제 2000자 정도로 본다면 제시문 세트 수에 따라서 요약이 4~8개 정도 나올 수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요약을 '제시문(가)는 -라고 말하고 있다'라고 처리했을 경우,지나치게 기계적이라는 인상을 주기 쉽다.

그 문단이나 제시문이 가지는 기능에 대한 고민없이 그저 말해지거나,언급하는 수준에서 처리되는 것이다.

당연히 모든 제시문이 그저 말해지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므로,우리는 핵심내용을 둘러싼 동사에 대해 제시문의 뉘앙스나 문제의 조건을 고려하여 표현을 입체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리가 참고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동사들은 아마도 다음과 같을 것이다.
[생글 논술 첨삭노트] ⑤ 요약은 ‘구체적인’ 주어와 동사를 담아야한다
② 소재만 언급하지 말자.

"위 글은 서바이벌 로터리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병이 없는 미래 사회의 유토피아에서는 병에 걸린 이들을 위해 서바이벌 로터리라는 제도를 통해 (…)"(소재만 언급하는 요약이 서두에 사용됨)

이런 식의 요약도 심심치 않게 발견되는 요약 중 하나이다. 물론 이런 표현에 대해서 관대하게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정확하게 보자면 저 문장을 쓸 이유는 전혀 없다. 보통의 문제들은 소재 따위를 묻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제 아무리 제시문이 설명문이라고 하더라도 단지 '-에 대해 말하고 있다' 따위로 요약할 리는 없다.

요약이란 반드시 전체 내용을 포괄하는 주어와 동사를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진정 '-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고 요약하고 싶다면 그 앞에 구체적인 정보를 담아야 한다.

단지 서바이벌 로터리라고 말해서는 아무런 기능을 갖지 못한다.

'전체의 이익을 위해 개인을 희생시키는 것을 정당화하는 서바이벌 로터리라는 제도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고 해야 어느 정도 구체성이 확보된다.

그리고 이미 알겠지만 이렇게 요약하는 순간,벌써 서바이벌 로터리(S)와 정당화하다(V)라는 요약의 핵심 요소가 등장한 것이다.

③ 나열식의 요약을 유의하자!

"제시문 (가)는 사물들의 본질이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서로 달라질 수 없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또한 사람들의 주관적 생각이 이름을 통해 대상의 의미를 다르게 한다고 한다." ('또한'이 의미없이 사용된 경우)

"제시문 (가)의 '나'는 돈 많은 아내를 만나 출세를 한다. 하지만 참담했던 과거의 기억이 있는 무진으로 휴가를 가서 하인숙과 불륜을 저지른다. 그 후 아내의 돌아오라는 전보를 받고 하인숙을 서울로 데려갈 것인가의 갈등에 빠지고 만다. 결국 '나'는 아내와 하인숙 중 아내를 선택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과거에 얽매였던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다." (의미없는 스토리 나열식의 요약)


요약이 낯설거나,혹은 요약훈련을 한 지 지나치게 오래된 경우,의미군 간의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그저 나열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기껏 많아봐야 보통 2500자를 쓰는 논술에서 쓸모없는 문장이란 없다.

각 문장은 당연히 고유의 기능을 지녀야 한다.

그리고 그 문장끼리 당연히 일정한 관계를 가지게 된다.

요소들이 나열-설명되어 있는 제시문을 요약하는 것이라면 나열이 가능하겠지만,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제시문들은 절대로 나열로 요약되지 않는다.

그리고 간혹 나열된 요소들이 눈에 보인다고 하여,그저 <또한>으로 묶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나열된 것>으로 보이는 것뿐이지,사실 대부분의 그런 글들은 <확장의 논리>를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앞의 논리 속에서 발견된 논리를 확장하여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는 서술 구조인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나아가''이에 따라''이를 바탕으로' 정도의 연결어를 통해 확장의 관계를 드러낼 수 있다.

자,이번엔 '하며,하고'를 남발하는 다음의 글을 보자.

"제시문 (가)는 개인의 가치판단이 학문적 주장에 영향을 미치며,그것이 혼동을 발생시키기 때문에,경험적 지식과 가치판단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하고,사실에 근거한 진실만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여''하고''하며'라는 연결어를 쓰기 위해서는 이것들이 어떤 때에 제대로 기능하는지를 확인해봐야 한다.

무조건 잇는다고 다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이것들은 오히려 뜻을 흐리면서 문장의 길이만 길게 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뜻을 명확하게 드러내기 위해서는,어느 정도 구체적인 단어로 바꿔 써주어야 한다.

이용준 S · 논술 선임 연구원 leroy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