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섭 척수 장애인협회장과 E메일 인터뷰

한국척수장애인협회는 사고나 질병으로 후천적인 척수장애를 얻은 사람들을 위한 단체다.

척수장애인들에게 정신적 물질적 도움을 주는 한편 정부의 지원정책과 제도의 미흡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8년 전 뜻하지 않은 사고로 인한 척수장애를 딛고 환한 웃음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김해섭 척수장애인협회장과 이메일로 만나봤다.

척수장애인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 고통은 어느 정도인가요?

- 간단히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습니다.

척수장애가 심한 경우에는 사지가 마비돼 움직일 수조차 없고,가벼운 상태라 하여도 하반신을 쓸 수 없으며 대 · 소변을 가릴 수가 없습니다. 휠체어나 차량 없이는 이동할 수가 없습니다.

손과 발을 쓸 수 없다고 한번 생각해 보세요. 그 어려움이 얼마나 클까요?

척수장애인협회를 운영하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 재정적인 문제가 어렵습니다만 아무래도 협회 운영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척수장애 회원 여러분들의 관심과 성원입니다. 회원들의 호응이 많을수록 사업의 성취도 잘 되니까요.

나머지 물질적인 어려움은 결코 크다고 보지 않습니다. 회원들을 위한 여러 가지 사업을 펴고 있지만, 욕심이 앞선 탓인지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이 있습니다.

작년 말에 협회를 방문했을 때 보니 사무실 분위기가 상당히 좋고 밝았습니다. 다른 장애인 관련 시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여서 참 인상 깊었습니다. 비결은 무엇입니까?

- 척수장애인은 중도장애인입니다. 장애를 입을 당시 장애에 대한 심리적,신체적 극복이 쉽지 않았지만 일단 이 상황을 극복하게 되면 오히려 비장애인보다 더 넓은 아량과 관대함을 지닐 수도 있습니다.

비장애인들이 흔히 겪는 심리적 조급함이 줄어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무실 분위기가 좋게 보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제 조금 개인적인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정상적인 생활을 하시다가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하셨을 때 그 좌절을 이겨내시기 힘드셨을 텐데,어떻게 이겨내셨나요?

- 글쎄요. 저는 2004년 2월에 장애를 입게 됐는데, 그때 맨 먼저 생각한 것은 장애를 인정하고 나와 가족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발견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짧다면 짧았던 비장애인 시절을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저를 위해 도움을 준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위한 삶을 한번 살아보겠다고 다짐하니 마음이 편해지고 기쁜 마음까지 들더군요.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한 후 생활에 어떤 변화가 생겼습니까?

- 당연히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운동을 좋아했던 저는 주말이면 등산이나 여러 가지 운동을 했지만 이젠 활동적인 운동을 할 수 없게 되었지요.

그러나 지금은 휠체어를 타고 하는 배드민턴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독서도 잘 하지 않았는데, 장애를 입은 후에는 책 읽는 시간도 많아졌어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장애는 누구에게나 불시에 닥칠 수 있는 일입니다. 항시 안전에 유의하는 것이 필요하고요.

주변에 척수장애를 입고 집에만 칩거하는 분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한국척수장애인협회라는 것이 있다고 알려주시도록 부탁드립니다.

인터넷검색창에 '한국척수장애인협회'라고 치면 홈페이지로 연결되는데, 여기서 좋은 정보을 얻을 수 있고 상담도 받을 수 있습니다.

정재욱 생글기자(영일고3) 00jwookj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