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은 우연히 발생하는 위험에만 적용된다

[경제교과서 친구만들기] (49) 금융이야기 - 위험에 대비하는 경제제도, 보험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살면서 수많은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길을 건너다 교통사고를 당할 수도 있고,집에 불이 날 수도 있으며,갑자기 큰 병에 걸릴 수도 있다.

우리는 이러한 갑작스런 위험에 대해 다음과 같은 태도를 취할 수 있다.

먼저 위험을 회피하거나 줄여보려는 태도를 취할 수 있다. 즉 위험을 발생시킬 수 있는 행위를 원천적으로 안 하거나 되도록 그런 행위를 줄이는 것이다.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어두운 밤길은 피한다든지,공사 중인 건물 밑은 피해서 돌아가는 행위 등은 위험을 회피하려는 태도이며,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방범창을 설치한다든지,외출할 때 가스 불을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확인하고 나가는 행위 등은 위험을 줄이려는 행위에 해당한다.

이와 달리 앞으로 닥칠지 모를 위험이 발생했을 때 순순히 받아들이겠다는 태도를 가질 수도 있다.

위험한 레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이러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들은 오히려 위험을 선호하는 행위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지만,위험한 레포츠를 즐기는 과정에서 본인들에게 발생할 수도 있는 안전사고 등을 기꺼이 감수하려는 태도 또한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위험한 일을 당했을 때,발생할 손실을 줄이는 방식으로 위험에 대응하려는 태도가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위험에 대응하는 방법 중 하나가 보험이다.

보험이란 사고를 당할 위험성이 있는 다수의 사람들이 미리 금전을 갹출해 준비해 두었다가,사고를 당한 사람에게 돈을 모아 주는 경제제도를 말한다.

우리는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자신에게 발생할 손실을 줄이기 위해 자동차보험에 가입하고 있으며,갑작스럽게 큰 병을 얻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각종 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들은 자신에게 실제로 위험이 발생했을 때,그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일련의 행위들이라 말할 수 있다.

위험이 발생했을 때 입게 되는 손실을 줄이기 위한 욕구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기에 그만큼 보험의 유례도 오래되었다.

기원전에는 사고를 당하거나 천재지변으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입은 사람을 서로 도와주었다는 기록이 있는데,이 역시 일종의 보험 형태라 볼 수 있다.

중세에는 동종업계의 사람들이 길드(guild)를 조성해 항해 도중 선박이나 화물에 손해가 발생할 경우 공동으로 부담해 주기도 했으며,길드 구성원이 사망이나 도난 등의 재난을 당할 경우 함께 구제해 주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오래전부터 다양한 종류의 계(契)가 형성돼 상호간의 친목을 도모함과 동시에 계의 구성원 중에서 집안 경조사가 발생하거나 기타 금전적인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생길 경우 다른 구성원들이 금전적으로 도와주는 풍습이 형성된 바 있다. 이 역시 일종의 보험 역할을 담당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 인류는 오래전부터 위험으로 인한 손실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보험을 활용해 왔다.

그러나 모든 종류의 위험들이 전부 보험을 통해서 손실을 줄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험을 활용해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위험들은 다음과 같은 요건을 갖춘 위험이라야 가능하다.

먼저 위험이 한정된 구성원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위험이어야 한다.

즉 동일한 위험으로 모든 구성원이 동시에 영향을 받게 되는 위험은 보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전쟁이나 천재지변이 발생할 경우 이러한 위험은 구성원 모두가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에 손실을 입은 특정인에게 나머지 사람들이 돈을 모아 전달해 주는 보험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위험으로 발생한 피해 규모가 명확히 확인될 수 있어야 하며,그 규모 또한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한다.

위험으로 인한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울 경우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지 여부,지급할 보험금의 규모 등을 책정하기 어렵다.

또한 손실 규모가 너무 작은 경우에는 보험을 통해 손실 규모를 줄이려는 행위 자체가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

이는 값비싼 골동품은 도난을 우려해 보험에 가입하지만,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볼펜이나 칫솔의 도난을 우려해 보험에 가입하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연히 발생하는 위험에 대해서만 보험을 적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보험이 적용될 수 있는 위험은 언제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위험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위험을 일부러 조작해 보험금을 타려는 행위가 발생하기 어렵고,위험이 언제 발생할지 미리 알 수 있는 위험의 경우에는 꼭 보험을 통해서가 아니라 개인의 노력만으로도 얼마든지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은 위험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 대상이 사람이냐 물건이냐에 따라 크게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으로 구분한다.

먼저 생명보험이란 사람의 사망과 질병을 대비할 뿐만 아니라 인생주기를 거치면서 발생하게 될 생활자금,주택마련자금,교육비,노후생활자금 등을 대비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 보험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생명보험은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기능뿐만 아니라 재산을 마련하는 저축기능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손해보험이란 개인이 가지고 있는 물건이나 재산상에 손해가 발생했을 때, 혹은 다른 사람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끼쳤을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이다.

이러한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보험회사가 운영하는 보험으로 민영보험이라 부른다.

특정 위험의 경우에는 국민들의 삶의 질을 최소한으로 유지시키기 위해 국가에서 강제적으로 가입하도록 법률로 정한 보험이 있는데,이러한 보험들을 통칭해 사회보험이라 한다.

대표적인 사회보험으로는 국민건강보험인 의료보험과 국민들의 노후생활을 보장해 주기 위한 국민연금보험,갑작스런 실직에 대비하기 위한 고용보험 등이 있다.

이러한 사회보험은 공익적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자신이 보험금을 많이 부담했다고 해서 그에 비례해 혜택을 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민영보험과는 다르다.

세계적인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은 미국의 축구구단 갤럭시의 입단을 앞두고 다리 등의 신체 부위에 총 7000만달러(약 850억원)짜리 보험에 가입한 바 있으며,팝 가수 머라이어 캐리는 2006년 한 면도기 회사 모델로 활동하면서 우리나라 돈으로 1조원 상당의 다리보험에 가입한 바 있다.

이처럼 세계적인 스타들도 보험을 활용해 자신에게 언제 닥칠지 모를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

우리도 우리 자신이 처한 경제적 사회적 위험요인을 명확히 판단하고 이를 근거로 적절히 보험을 활용한다면 보다 안정되고 풍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박정호 KDI 책임전문원 aijen@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