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국론분열 막으려면 국민이 직접 결정해야”

반 “위헌 소지에 국민에게 갈등 떠넘기는 술수”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 세종시 갈등을 국민투표로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을 빚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정치세력간 타협으로 결론 내리면 다음 대선 등에서 또 다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지방선거 이전 4월에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고위 당직자 또한 “국민투표나 자유투표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세종시 수정안의 국민투표 회부에 강력 반대하고 있다.

“법을 수정하거나 폐기하는 건 국회에서 해야 하며 국민투표나 여론조사로 법을 바꾼다는 건 법치를 뒤흔드는 행위”라는가 하면, “정책적 사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건 헌법위반”이라는 논리를 펼친다.

한마디로 세종시 문제는 국민투표에 부칠 사안이 못된다는 얘기다.

세종시 수정 문제를 놓고 우리 사회가 분열되고 정파·계파 간 갈등까지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현 정부의 국정 운영에도 큰 차질을 빚게 될 게 불 보듯 뻔하다.

하지만 각 정당의 내부 사정이나 정치세력의 동향, 이해집단의 반발 등을 감안하면 법률안 개폐와 관련한 국회의 의사결정 과정이 조기에 합리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국민의 직접적 결정에 의해 세종시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방식이 과연 타당하냐는 점이다.

세종시 수정안의 국민투표 회부를 둘러싼 논란을 분석해본다.

⊙ 찬성 측,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선 국민이 직접 결정해야”

세종시 수정안의 국민투표 회부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정부 부처 세종시 이전 결정이 ‘세종시법’으로 이루어진 만큼 이의 수정 역시 이의 개정이나 폐지를 통해 이뤄지는 게 타당하지만 국회에서 세종시 수정법안이 정상 처리되기 어렵기 때문에 ‘국민의 의지’로 세종시 문제를 풀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대의제 원리와 국민투표제도의 의의를 논할 계제는 아니며 국민의 직접적 결정에 의해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게 옳다는 논리다.

세종시 문제가 국민투표에 부칠 사안인 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국가의 안위’에 관련된 사항이라는 헌법 규정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의 내외적 상황에 비추어 세종시 문제로 국론 분열과 정쟁을 초래하고 그로 인해 경제난국을 헤쳐나가는 데 차질이 빚어진다면 이는 국가의 안위에 버금가는 사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가까운 시일안에 지방선거가 예정돼있는 만큼 그와 동시에 국민투표를 실시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 반대 측, “갈등의 불씨를 국민에게 떠넘기려는 정치권의 술수”

세종시 최초 원안이었던 행정수도 이전이 국회에서 입법화되고 그것을 수정한 세종시 원안도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확정된 만큼 세종시 수정안도 마땅히 국회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회 본회의에서의 기명투표와 그 결과에 대한 승복은 대통령을 비롯한 국회의원 모두가 역사 앞에 당당히 책임지는 것이고 신뢰를 회복하는 현명한 길이라고 강조한다.

세종시 문제를 국민투표에 회부하겠다는 것은 여론의 우위를 이용한 편의주의 발상이 아닐 수 없다고 꼬집는다.

국민투표 준비과정과 정치적 동원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이 지불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정부부처의 지방 이전과 관련된 균형 발전,행정 효율성,세종시의 자족성 여부 등 정책적 이슈에 관한 것이 이번 논란의 핵심이므로 국민투표 대상도 아니라고 지적한다.

국민투표 실시는 정치권이 갈등의 불씨를 국민에게 떠넘기기 위한 것인 만큼 세종시 수정안은 국회 표결을 통해 하루빨리 폐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 세종시문제 절차적 해법을 찾기 위한 국민적 합의 도출해야

정치권 등에서 세종시 논란을 미궁으로부터 건져내기 위한 출구전략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눈겨여볼만하다.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싼 찬반 양론이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을 감안하면 세종시 논의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매듭지을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내는 게 시급한 까닭이다.

접점 없는 공방만 이어가느니 차라리 국민들의 의사를 직접 물어 향배를 결정짓는 것도 나라의 갈등 비용을 줄일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여권 내부의 국민투표론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세종시법이 국민투표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헌재 판단을 국민투표를 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로 해석할 수 있는 지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세종시 수정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에 대해 사회 각계의 보다 면밀하고 깊이 있는 법적 검토가 필요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여당 국회의원 몇몇이 그저 답답한 심정에 내뱉듯이 이런 저런 방안을 내놓는다면 세종시 문제는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지금부터라도 세종시 논의의 절차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일궈낼 수 있도록 여야 정치권은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국민투표제

선거 이외의 국정상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국민이 실시하는 투표를 말한다.국회가 의결한 헌법개정안은 국회가 의결한후 30일이내에 국민투표에 부쳐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으면 확정되며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는 외교 국방 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도록 헌법에 규정돼 있다.

세종시 수정안

대기업과 중견기업,대학 등이 포함된 인구 50만의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를 건설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세종시 발전방안’으로, 1월 11일 발표됐다.당초 9부·2처·2청의 행정부처 이전을 통해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건설하려던 계획에서 교육과 과학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도시 건설로 바뀌었다.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로,기초과학연구원,융복합연구센터 등 세계 수준의 과학연구,비즈니스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고려대 카이스트 등 국내외 우수대학 4~5곳도 유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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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월 25일자 보도기사

여권 일각에서 세종시 해법의 하나로 국민투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 22∼24일 사흘간 진행된 한나라당 세종시 의원총회에서 심재철,김재경,윤 영,임동규 등 친이(친이명박)계 일부 의원은 “정치권내 타협이 어려운 만큼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공개 제안했다.

이는 당론 변경과 국회에서의 세종시 법안 처리가 어려운 데 따른 ‘돌파 카드’이자,세종시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6·2 지방선거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김영삼 전 대통령이 25일 세종연구소 주최 초청강연에서 “국회가 국민의 뜻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직접 국민의 뜻을 물어보는 방법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주목된다.

최근 세종시 중재안을 제시한 김무성 의원도 “수정안이나 중재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이 문제를 끝내는 방법으로 국민투표가 제일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가세했다.

헌법 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세종시 국민투표 실시의 관건을 쥐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별다른 언급이 없는 데다,한나라당 친이계 내에서도 총의가 모여지지 않은 상태다.

국민투표론이 본격화되더라도 세종시 문제가 헌법 72조에 규정된 국민투표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비롯해 국민투표 결과의 구속력,국민투표 시기 등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