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배나 낮다?

#전 세계적으로 '알코올과 건강'을 주제로 한 수백편의 논문을 분류 관찰해 보면 "포도주는 적당히 즐길 때 건강을 촉진시킨다"는 것을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다. 전통적인 포도주의 나라 프랑스 남성은 미국과 캐나다의 남성보다 평균 3배 낮은 심근경색의 발생률을 보여주었다. 여성은 더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남프랑스 툴루즈의 여성이 영국의 글래스고 지방 여성보다 심근경색 발생률이 무려 12배나 낮게 조사됐다.

'적당한 양의 포도주는 건강에 좋다'는 주장을 담고 있는 이 글은 아쉽게도 단어 하나를 잘못 선택해 매우 어색한 모양새가 됐다.

'3배 낮은' '12배나 낮게' 부분이 그것이다.

'배(倍)'는 '곱할 배' 자이다. '곱하다'는 둘 이상의 수 또는 식을 두 번이나 그 이상 몇 번 되짚어 합치다는 뜻이다.

그래서 '배'나 '곱' 또는 '곱절'은 모두 '어떤 수나 양을 두 번 합한 만큼'이란 뜻으로 쓰인다.

가령 '물가가 배로 올랐다'고 하면 어떤 물건을 살 때 1000원이던 게 2000원이 됐을 때 쓰는 말이다.

이 '배' 대신에 '곱'이나 '곱절'을 써도 된다.

'배/곱/곱절'은 또 '일정한 수나 양이 그 수만큼 거듭됨을 이르는 말'로도 쓰인다.

'힘이 세 배나 들다/속도가 네 배로 빨라졌다' 같은 데 쓰인 '배'가 그런 용법이다.

따라서 예문의 '3배 낮은'이란 표현이 왜 잘못된 것이지 분명히 드러난다.

'배'는 언제나 늘거나 많아지거나 높아지거나 커지는 경우에 쓰는 말이다.

반대로 어떤 것이 줄거나 적어지거나 낮아지거나 작아지는 데에 '배'를 쓰면 의미자질이 서로 충돌해 비문이 된다.

'배'의 반대 개념을 나타내고 싶을 때는 '분(分)'을 쓰면 된다.

'분'은 '나누다'란 뜻이므로 위의 경우 '3배 낮은'이 아니라 '3분의 1에 불과한' 식으로 말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12배나 낮게'도 '12분의 1로 낮게'라 하면 된다.

'곱절'과 형태가 비슷한 말에 '갑절'이 있는데 이 역시 '어떤 수나 양을 두 번 합한 만큼'이란 뜻이다.

따라서 곱절이나 갑절이나 '두 배'를 뜻하는 말로 같이 쓸 수 있다.

하지만 '갑절'에는 '일정한 수나 양이 그 수만큼 거듭됨'을 이르는 용법은 없다.

그러니 '세 배(곱절),네 배(곱절),다섯 배(곱절)'라고 할 수는 있어도,'세 갑절,네 갑절,다섯 갑절' 식으로는 쓰지 않는다.

'힘이 세 배나 더 들었다'에서 '세 배/세 곱/세 곱절'은 모두 가능하지만 이를 '세 갑절'이라고는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