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승객의 생명·안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우선”

반 “사생활 침해 소지에 테러 방지 효과도 미지수”

인천공항을 비롯 김포공항,김해공항,제주공항 등 국내 주요 공항에 전신검색기, 이른바 '알몸투시기'를 설치하는 문제를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검색대상은 1차 검색에서 문제점이 발견된 사람이나 테러와 밀수 의심자 등으로 제한하며, 검색을 위해 본인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신체 특정 부위가 흐릿하게 처리되는 전신투시 스캐너(full-body scanner)를 도입할 방침이라는 게 공항 당국의 설명이다.

세라믹 제품의 무기나 가루 형태의 폭발물 등을 신체에 부착해 반입하는 신종 테러 위협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승객의 사생활 및 인권침해 우려도 털어내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쪽에서는 "생명보다 더 중요한 인권은 없다는 점에서 국민의 안전을 우선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알몸투시기 설치를 크게 반기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쪽에서는 "국가가 국민의 알몸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안전을 지키지 못할 만큼 테러위험에 시달리는 것도 아니다"며 알몸투시기 설치는 국민의 사생활 · 신체의 자유 등을 침해할 것이라며 반발한다.

물론 이 같은 논란은 다른 나라에서도 빚어지고 있다.

스페인과 독일 스위스 등은 인권침해를 우려해 알몸투시기 도입에 반대하거나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알몸투시기가 폭발물 탐지 등에 유용한 장비인 것은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알몸투시기 사용이 개인의 사생활과 인권 침해라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알몸투시기 설치가 과연 바람직한지 살펴본다.

⊙ 찬성 측, "사생활침해는 부차적 문제이며 승객안전이 더 중요"

알몸투시기 설치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지난해 성탄절에 미국에서 여객기테러 미수사건이 일어났으며 우리나라도 이제 더 이상 테러안전국이 아니다"며 "알몸투시기만큼 확실하게 테러 위험을 방지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고 주장한다.

세라믹 제품의 무기나 가루 형태의 폭발물 등을 신체에 부착해 반입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알몸투시기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생명보다 더 중요한 인권은 없다는 점에서 사생활 침해 우려는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하며 안전을 우선하는 게 너무도 당연하다고 강조한다.

공항 당국이 당초 발표대로 검색 이미지를 보관 · 출력 · 전송 ·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이 없는 제품을 선택하고 얼굴이나 신체 주요 부분을 희미하게 처리한다면 인권침해의 우려도 없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일각에서는 1차 보안검색에서 의심스런 승객으로 분류돼 공항 직원으로 부터 민망할 정도로 꼼꼼하게 몸수색을 받는 것보다는 차라리 투시기로 검사받는 편이 더 낫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 반대 측, "인권침해 논란 피할 수 없고 테러방지 효과도 의문"

이에 대해 반대하는 쪽에서는 "알몸 투시기를 통과하면 개인 성별에 따른 신체적 외형은 물론 유방확대 수술과 같은 신체 삽입 보형물까지 노출돼 인권침해 문제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전신스캐너로 검색하려면 본인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신체 특정 부위가 흐릿하게 처리되는 최신기기를 도입하는 정도로 과연 인권침해 논란을 비켜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미국 CNN 보도에 따르면 알몸투시기는 이미지를 저장해 전송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해킹 위험에도 노출돼 있어 공항에서 찍힌 알몸 이미지 파일이 인터넷 등을 통해 급속도로 유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한다.

이들은 또 "플라스틱 재질로 된 폭발물은 투시기로 검색할 수 없으며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단체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알몸투시기가 아니라 화학물질에 반응하는 기체를 신체 주변에 뿌려 유해물질을 탐지하는 장치인 제너럴일렉트릭의 '푸퍼' 등 대안기술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인권침해 등에 대한 철저한 검토 · 분석 없이 검색기 도입해선 안돼

올해 서울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등을 앞두고 항공안전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으며,테러방지 효과도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알몸투시기를 서둘러 도입하는 게 능사인지는 의문이다.

물론 정부는 알몸투시기를 설치해도 이른바 '요주의 승객'에 한해서만 검색을 하고,얼굴 등 신체 주요 부분은 흐릿한 이미지로 처리하겠다는 등의 사생활 보호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 정도 대책으로 인권침해 문제가 해소될지는 불투명하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알몸 이미지 파일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더구나 알몸투시기는 테러를 완전히 막을 수 있는 장치도 아니다.

알몸투시기의 문제점은 스페인 독일 스위스 등에서 이 장비의 도입을 주저하고 있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우리가 알몸투시기 도입에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인권침해 등에 대한 철저한 검토와 분석 없이 알몸투시기를 도입하는 사태가 일어나선 결코 안된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전신검색기

승객들이 은닉한 무기나 폭발물 등을 탐지하기 위해 공항 등에 설치되는 전신투시 스캐너로, 승객의 알몸을 일종의 3차원 영상으로 볼 수 있어 흔히 '알몸 투시기'로 불린다. 고주파를 이용한 밀리미터파 스캐너(millimeter wave scanner)와 X선 투시기인 백스캐터 스캐너(backscatter scanner)가 대표적이다.

기존 금속탐지기로는 탐지하기 어려웠던 플라스틱 폭발물질을 비롯해 약품,총 등을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으며 전신을 스캔하는 데 3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 보안검색의 효율성을 높이고 출입국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가슴 등 은밀한 신체 부위는 물론 각종 성형 보형물과 인공항문 등 시술 흔적까지 선명하게 드러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

-------------------------------------------------------------

연합뉴스 1월 27일자 보도기사

전 세계 공항에서 설치하거나 설치가 추진 중인 '알몸투시기' 검색기가 우리나라 인천공항 등 국제공항에도 도입된다.

국토해양부는 신종 항공테러 위협에 대비해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등 우리나라 주요 국제공항에 전신 검색이 가능한 '알몸투시기'를 상반기 중 설치 · 운영할 계획이라고 27일 밝혔다.

인천공항에는 상반기 중 3~4대의 '알몸투시기'가 설치되고,한국공항공사가 운영 중인 김포공항 등 국제공항에는 모두 3대가 설치된다.

알몸투시기는 기존 금속탐지기에 의해서는 탐지가 어려운 세라믹 제품의 무기와 분말 폭약 등을 신체에 부착해 은닉한 경우에도 신체접촉 없이 신속하게 은닉물품을 탐지할 수 있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미국 노스웨스트항공 여객기 폭탄테러 기도사건을 계기로 미국과 영국,네덜란드,일본 등은 시범 운영 중이고 캐나다와 프랑스,태국 등은 설치키로 하는 등 국제공항에서 알몸투시기의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국토부는 알몸투시기로 승객의 신체가 드러나면서 사생활 침해 논란이 불거지는 것과 관련해서는 검색기 운영에 앞서 공항공사 등 관계기관과 승객의 사생활 보호대책을 수립해 시행키로 했다.

우선 1차 보안검색에서 의심되는 승객이나 항공기 안전을 위협하는 요주의 승객에 한해서만 운영되며,임산부와 영유아,장애인 등은 '알몸투시기' 대상에서 제외할 예정이다.

또 전신검색기 시스템에서 검색 이미지를 보관하거나 출력 · 전송 ·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이 없고,얼굴 등 신체 주요 부분은 희미한 이미지로 처리되는 등 사생활이 최대한 보호되는 장비로 설치된다.

이미지 분석실을 격리해 이미지 분석 요원은 승객을 볼 수 없고 검색 통제 요원은 검색 이미지를 볼 수 없으며,이미지 분석 요원이 카메라나 휴대폰 등을 분석실에 가지고 들어갈 수 없도록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