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문제 유출 사건이 점입가경의 경지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달 18일 태국에서 SAT 시험지를 빼돌려 한국 학생들에게 유포한 혐의로 김모씨(37)가 붙잡힌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

지난달 26일 SAT 문제를 유출한 R어학원의 장모씨(36)도 구속돼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한국에서 SAT 부정행위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05년부터 문제 유출에 관한 문제가 제기되어왔지만 특별한 해결책 없이 아직까지도 이런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SAT는 한국의 수학능력시험평가처럼 미국 대학 진학을 위해 통과해야 하는 중요한 관문이다.

부정행위를 한 극소수 학생 때문에 미국 대학 입학과 직결된 SAT 시험에 응시한 학생 대부분이 선의의 피해를 보게 될까 우려된다.

2007년 1월 27일 한국의 SAT 문제 유출이 의심되자 해당 시험에 응시한 학생 900여명의 성적이 모두 취소된 적이 있다.

이번에도 미국 교육평가원(ETS)가 시험 점수를 취소하는 것은 아닌지 국내외 학생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건이 벌어지자 ETS는 문제 유출과 관련해 한국에서 진상조사를 벌인다고 한다.

현재 SAT를 준비하고 있는 정소연 양(18 · 한국 유학생)은 "전 세계에서 동시에 치러지는 시험에서 한국이 이런 조사를 받는다는 사실은 국제적으로 큰 망신"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의 지나친 교육열 때문이라고 입시 전문가들은 말한다.

내 자식의 점수만 높일 수 있다면 방법은 상관없다는 일부 학부모들의 비뚤어진 교육열은 SAT 문제 유출뿐 아니라 다른 문제까지 야기할 수 있어 일대 경종을 울리고 있다.

또한 돈만 챙기고 양심을 저버리는 일부 학원 강사도 SAT 문제 유출 사태의 많은 책임을 지고 있다.

SAT 부정행위는 명문대 진학을 부추기는 우리 사회의 풍토,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명문대 진학에 목매는 학생 · 학부모,교육이라는 공공성을 무시하고 그저 돈벌이에만 치중하는 학원,모두에 책임이 있다.

한국유학생 최군은 "한국의 SAT 문제 유출 사건이 한국 유학생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며 "열심히 노력한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험'은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대학들은 이런 시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에 시험 성적으로 학생의 입학 여부를 판단한다.

하지만 SAT 문제 유출 사건으로 인해 대학 진학의 평가 기준으로서의 신뢰성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학생들과 학부모는 자신의 정당한 노력으로 값진 성과를 이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또 학원 강사는 학생이 자신의 힘으로 떳떳하게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교육자의 도리를 지키며 학생을 성실히 가르쳐야 할 것이다.

하윤아 생글기자(분당 야탑고 2년) vnfms787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