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태도는 어떤 문화적 특성을 갖나?
[문제3]
※ 다음은 이탈리아 스칼라 극장에서 1904년 초연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Madama Butterfly)> 제1막의 일부이다.
등장인물 : 나비부인,F B 핑커톤(미해군 중위),샤플레스(미국 영사),고로(중매인)
가 (언덕 위의 일본 집 바깥 뜰. 배경은 나가사키의 거리와 바다)
핑커톤: 여자란 것은 어디를 가나 말이 많군. (중략)
세상 어디든지 방랑하는 양키는 위험 무릅쓰고 즐겨 거래해. 큰 모험 속에 닻을 깊이 내리고.
모든 나라의 꽃과 미인을 자기 보물같이 못 잡으면 인생의 가치 없소. (중략)
나는 일본식으로 결혼하여 구백에 구십년을 같이 살기로 했지만 언제든지 원한다면 해약할 수 있는 조건이오.
아메리카 영원하라!
샤플레스: 아메리카 영원하라! 신부는 아름다운가요?
고로: 싱싱한 꽃과도 같다 할까? 금빛나는 별과도 같소. 백 원이면 퍽 헐하지요.
핑커톤: 사랑인지 환상인지 알 수 없소.
처음 봤을 때 그 여인의 매력이 날 사로잡았소.
유리를 붙여서 만든 것 같이 그 가냘픈 몸. 병풍 속에 그림과 같은 그녀의 몸가짐.
검게 빛나는 칠흑에서부터 빠져나와 나비같이 훨훨 자유롭게 날다 쉬는 그 자태.
너무나 우아하여 그녀의 날개를 부러뜨려서라도 그 나비를 잡고 싶은 큰 충동이 일어났소.
나비부인: (언덕 위의 집으로 올라오며) 나는 이 일본에서,아니 세상 가운데 제일로 행복한 소녀여.
나는 사랑의 복된 부르심을 받고 생사를 판가름하는 문지방에 와 있는 거요.
나는 왔네. 사랑의 복된 부름을 받고서,사랑의 복된 부름을 받고서 왔노라!
(무릎 꿇으며) F B 핑커톤,안녕하십니까?
핑커톤: 올라오기 힘들지요?
나비부인: 결혼할 신부에겐 기다리는 것이 더 힘들지요.
핑커톤: 보통 아닌 인사로군.
나비부인: 더한 인사도 알죠. 당장 듣기 원하시면….
핑커톤: 훌륭하오! 아니 그만.
샤플레스: 미스 버터플라이. 그 이름 잘 어울립니다. 나가사키 출생이오?
나비부인: 그래요. 한땐 번창한 가문이었죠. (중략)
한때는 행복하게 살았어요. 그러나 회오리바람이 세게 불어와서 맘에 없는 기생이 되었소.
더 살기 위하여. (친구에게) 그렇지?
나비부인 친구: (동의하고) 그럼!
핑커톤: 인형 같은 그 몸매와 말씨 내 맘을 태우네.
(결혼식 장면)
고로: (무겁게) 황실의 사무관과 결혼신고 등기인과 일가친척!
핑커톤: 빨리 하세. (나비부인과 친구는 머리를 숙이고 사람들은 두 미국인을 진기한 것이라도 보는 듯, 미국인들은 이 광경을 재미난다는 듯 본다)
(등기인 등 뒤에 선다) 계약이 깨지면 떨어져나갈 친척들의 행렬이란. 나의 친척될 게 뭔지!
※ 다음은 한 민간항공기가 공항에 착륙하려다 추락해 80명이 숨지고 139명이 부상당한 사고와 관련한 내용이다.
나 사고 후 블랙박스를 분석한 결과 추락사고의 원인은 짙은 안개로 인해 착륙이 불가능한데도 무리하게 착륙을 강행한 기장의 과실로 밝혀졌다.
비행자료 기록장치 분석에 따르면 사고기는 사고 25분 전 위치보고 지점인 리비아의 카드라 상공에서 트리폴리 공항관제소와 교신을 시작,"트리폴리 공항은 안개가 짙게 깔려 있으므로 다른 공항으로 회항을 바란다"는 내용을 통보받았고,기장은 계기착륙장치(ILS)가 4개월 전부터 고장이 나 있는 것을 출발하기 전 운항관리사로부터 통보받아 보조착륙장치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최종 결정권자인 기장은 착륙 강행을 결정,자신은 조종간을 잡고 부기장에게는 창밖을 잘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는 시계가 최소한 1600m 이상 되어야 착륙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블랙박스 분석 결과 그 당시 사고기의 기체에는 전혀 이상이 없었으며 기장은 공항 관제소와 계속 교신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이 관제소는 비행기의 위치만 알려줄 뿐 고도는 알려줄 수 없는 체계여서 고도 판단은 비행기 자체의 계기와 조종사의 육안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고도계기판을 지켜보고 있던 항공기관사는 활주로가 보이지 않으면 재상승해야 하는 한계고도 625피트 직전인 800피트로 고도가 내려가자 기장에게 "고도 800피트입니다"라고 보고했으나,기장은 이를 묵살했다.
또 블랙박스 분석 결과 사고 7.7초 전 조종실 내 지상충돌 경보장치가 요란스럽게 울린 것으로 밝혀졌다.
홉스테드(G Hofstede)는 문화적 차이를 비교 · 분석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4가지 척도를 제시하였다.
다 ◆ '권력 거리(Power Distance)' 척도
권력 거리 척도는 조직 내 권력의 불평등을 하급자들이 용인하는 정도를 측정한다.
그 값이 높을수록 위계질서가 분명한 사회이며,그러한 문화에 속한 사람일수록 조직 내의 계층적 질서를 기꺼이 수용한다.
이 척도의 값은 국가에 따라서 그리고 같은 국가 내에서도 조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결국 권력 거리 척도는 사회구조의 불평등 정도와 일치하는 경향이 있다.
◆ '불확실성 회피(Uncertainty Avoidance)' 척도
불확실성 회피 척도는 구성원들이 예외성이나 모호성을 회피하고자 하는 정도를 측정한다.
이 척도 값이 높은 문화에서는 구성원의 신념과 행동에 대해 엄격한 규율을 적용해 확실성과 일치성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예측 가능한 모든 상황에 적합한 행동을 명시하기 위해 규정이나 법률을 세세하게 만들며,규범에서 벗어나는 사람이나 사고를 허용하지 않는다.
프롬(E Fromm)이 파시즘과 나치즘을 '자유로부터의 도피' 결과로 보았듯이,이 척도 값이 높은 문화에서는 권위주의적이고,전체주의적이며,선과 악을 분명하게 구별하는 이분법적인 성향이 강하다.
반면 그 값이 낮은 문화에서는 그 구성원들 간의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고 규범에서 벗어난 개인에 대한 관용성도 더 높다.
◆ '개인주의(Individualism)-집단주의(Collectivism)' 척도
이 척도는 개인주의를 기준으로,집단보다 개인을 우선시하는 정도를 측정한다.
따라서 이 척도의 값이 높은 문화에서는 단체나 조직의 행복보다는 개인의 성취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그 값이 낮은 문화는 개인이 가족과 같은 집단이나 조직에 충성하면 그 대가를 받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상호의존적인 문화이다.
구성원의 자아 인식에 있어 '나' 혹은 '우리' 중 어느 쪽에 더 큰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개인주의 척도 값이 달라질 수 있다.
◆ '남성성(Masculinity)-여성성(Femininity)' 척도
이 척도는 남성성을 기준으로,어떤 사회의 남성적 가치,예를 들어 승진(진급),성취,단련,새로운 것 등에 대한 선호도를 측정한다.
이 척도의 값이 높은 문화에 속한 사회구성원은 금전,권력,지위 등과 같은 목표 달성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반면 그 값이 낮은 문화에 속한 사회구성원은 정서적 관계,겸양,약자에 대한 배려,안정적인 것 등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편이다.
- Geert Hofstede,Culture's Consequences
[문제3] 제시문 [가]에서의 ‘나비부인의 태도’와 [나]에서의 ‘기장의 태도’를 분석하는데 공통적으
로 적용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척도 2개를 [다]에서 골라,아래표의 (A)척도와 (B)척도로 정하고,여기서 정한 2개의 척도로 나비부인과 기장의 태도를 각각 측정할 때 아래의 ①~④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밝히고 그 근거를 제시하시오.
[문제4 제시문]
[가] 8세 여아를 잔인하게 성폭행해 영구장애를 입힌 '조두순 사건'을 접한 많은 국민들은 분노에 치를 떨고 있다.
더욱이 '만취' 상태에서 범한 행동이라는 이유로 감형됐으며,최종 판결이 나기 전 형이 가혹하다며 항소까지 제기했다는 사실에 딸 가진 부모들과 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네티즌들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었는데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감형해줬다'며 법원을 비난하고,다시 극형에 처하라는 인터넷 청원을 올리고 있다.
[나] 성범죄의 전력이 있는 자가 아동을 대상으로 극악한 성범죄를 저질렀는데도 음주로 인한 심신상실 상태라는 사유로 감형을 받은 처분은 국민들의 법감정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심신상실 상태로 인한 감경사유야말로 최대한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하고,그에 대한 판단도 최대한 섬세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형벌은 교화에도 목적이 있지만 범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에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과실범도 아닌 고의범에 대한 처벌에 있어 감경사유는 극히 제한적이어야 하며,이것은 법을 정비하는 문제 이전에 법을 적용하는 법관들의 소신 혹은 그러한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분위기의 문제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법관의 판단을 보완하는 방안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다] 정치권에서는 성폭력에 대한 양형 기준을 높이고 '영구 격리'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아동 성폭력사범 5명 중 2명꼴로 불기소 처분된다는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07년 1월부터 2009년 7월까지 아동 성폭력사범 5948명 중 42%인 2501명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극심한 충격을 받은 어린이의 진술은 일관성이 떨어지는 데다 현장 증거 등도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아동에게 2차 피해를 끼치지 않으면서도 기소율을 높이고,제대로 죗값을 받도록 법을 정비하는 일은 시급하다.
술 먹고 운전하면 가중 처벌되지만,술 먹고 성폭행하면 감형이 되는 우스꽝스러운 법체계도 정비해야 한다.
[라] 술은 정상적인 뇌의 기능을 억제시키는 작용을 한다.
뇌의 여러 부위 중 대뇌 신피질은 이성적 판단을,구피질은 감정과 본능을 담당한다.
알코올이 몸 안으로 들어가 뇌에 작용을 하게 되면 구피질보다 신피질에 먼저 영향을 미친다.
술을 마셔 알코올에 의해 신피질의 정상적인 기능이 억제되면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약화되어 구피질의 본래 기능대로 감정적이고 본능적인 행동양상을 띠기 쉽다.
따라서 평소에 억눌려 있던 본능이나 금기적 행동 등을 분출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경우에 따라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게 될 확률이 높다.
법률적으로 '심신미약'은 시비를 변별하고 그 변별에 의해 행동하는 능력이 상당히 감퇴되어 있는 상태를 의미하며,만취상태의 경우 '한정책임능력자'로 인정되어 감형의 근거가 된다.
[마] "다른 사건과 형평성을 고려하면 12년이면 충분히 높은 형량이다. 살인죄도 5년 이상 징역형으로 규정되어 있는데,아동 성폭력을 7년 이상 형으로 규정한 것은 지나치게 높은 형량이다. 공정해야 할 재판이 여론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언론에서 보도하는 미국 일부 주의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다른 나라는 우리보다 아동 성폭력 형량이 낮다."
[바] 법적 안정성이란,사회생활이 법에 의하여 보호 또는 보장되어 안정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법적 안정성이 높다는 것은 현행 법질서가 동요됨이 없이 어느 행위가 옳은 것이며,어떠한 권리가 보호되고,책임 추궁은 어떻게 되느냐가 사회 구성원들에게 확실히 알려져 있어서 사람들이 법의 권위를 믿고 안심하고 행동할 수 있는 상태이다.
법적 안정성이 유지되려면 법이 함부로 변동되는 일이 없어야 하며,법의 내용이 명확해야 하고,실제로 실현 가능한 것이어야 하며,국민의 법의식(法意識)과 합치되어야 한다.
[문제4]
제시문은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현상이나 견해,그리고 이들 견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들이다. 이를 바탕으로 '법감정'과 '법적 안정성' 간의 충돌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논술하시오. (600~800자) [40점]
지난 시간에 이어 동국대학교 문제3과 문제4를 풀어보도록 한다.
동국대학교 문항에 대한 해설은 기본적으로 학교에서 제공한 문제 출제의도와 해설을 바탕으로 했다.
특히 학교 측이 제시한 예시답안은 동국대학교 입학처 홈페이지를 통해 반드시 확인해 보기를 바란다.
⊙ 문제 3의 분석 및 논제분석
본 문항은 기본적으로 실생활에 있어서 '지식의 응용'이라는 측면을 다루고 있다.
홉스테드(Hofstede)가 제시한 문화 분류 기준을,나비부인의 결혼식 장면과 항공기 비행사들 간의 대화 상황에 적용하고 해석하는 능력을 검증하고자 하였다.
특히 계열별 통합적 교과라는 취지를 살려 '지식의 분류와 체계화'라는 측면도 고려하였다.
이 문제는 조금 생소한 형식의 문제로 학생들이 어려웠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의 조건이 명확하고 분류에 따른 근거 구성이 용이하기 때문에 조금의 논리성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풀 수 있는 문항이다.
제시문 (가)에서는 오페라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푸치니의 <나비부인>의 1막 도입부 일부를 노래 가사 부분을 중심으로 제시하고 있다.
언어는 문화적 산물이고,대화의 형식을 통해 우리는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문화적 코드를 읽어낼 수 있다.
예컨대 제시문 (가)의 핑커톤이 "여자란 어디를 가나 말이 많군"이라는 대사를 통해 핑커톤의 여성관을 읽어낼 수 있고,마지막의 "나의 친척될 게 뭔지!"를 통해 가족,친척에 대한 태도를 추론해 낼 수 있다.
제시문 (나)에서는 실제 있었던 항공기 사고에 관한 조사결과의 일부를 각색한 것이다.
사고 직전 조정실의 긴박한 상황을 보여주고,문제 해결 과정에서 활용하게 될 기장의 태도를 보다 극적인 형태로 제시하고 있다.
긴박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기장,부기장,기관사 간의 대화 양식을 통해 인물의 태도와 문화적 코드를 읽어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답안 구성에서 (A)척도와 (B)척도에 들어가야 할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어떤 것으로 구성하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선택 근거를 논리적으로 풀어내느냐의 문제다.
많은 학생들이 논술 시험을 친 후,선택을 요구하는 문제에서 학교 측의 의도를 유추하곤 한다.
하지만 논술에서 선택이 들어가 있는 문제는 결코 정답이 있을 수 없다.
자신의 논리만 분명하다면 특정한 선택이 유 · 불리를 가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번 문제에서는 일단 권력거리 척도와 남성성 척도를 중심으로 설명해보자.
이 두 척도를 통해 설명했을 때 나비부인의 태도는 3번,기장의 태도는 1번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 근거는 나비부인의 경우 남성의 권위에 상당히 수동적이고,자신의 주체성이 약한 여성으로 묘사되고 있다.
즉 남성성 척도는 매우 낮음을 알 수 있다.
반면 기장의 경우,위계질서가 명확하며 부기장이나 기관사에 대해 지시만 하고 조언을 구하지 않는다.
자신의 권력을 지나치게 맹신하고 당연시하며 도전적이고 성취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점에서 남성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 문제 4의 분석 및 논제분석
최근 발생한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최근 한국 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중요한 쟁점을 소재로 하여,비판적인 분석과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측정하는 전형적인 논술 문제이다.
이 논제는 '조두순 사건'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6개의 짧은 제시문으로 구성되어 있고,문제해결에 대한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방안을 제시하도록 요구하였다.
시사적인 내용이 나왔을 때는 대중매체에서 듣고 본 것을 그대로 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제시문에 주어진 정보안에서 이 사건에 대해 해석해야지,자신만의 정보를 바탕으로 무리하게 사건을 규정하려하면 논제이탈에 해당할 수 있으니 언제나 조심해야 한다.
이 문제의 제시문은 '조두순 사건'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과 관련 쟁점에 관한 6개([가]~[바])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가]는 이 사건을 둘러싼 국민들의 감정적 반응을 기술하고 있다.
8세 여아,성폭행,영구장애,만취,법원,판결,무기징역,극형,부모와 딸,경악 등의 단어가 이를 말해준다.
[나]는 법에 대하여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 감정(법감정)과 법의 잣대 사이에는 다소 괴리가 있으며,이 괴리감을 발생하게 한 주요 원인으로 법관을 지목한다.
심신상실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한 일반적인 감형사유에 대해서는 국민 법감정과 법관의 판단은 크게 어긋남이 없으나,음주상태에서 저지른 성범죄,그것도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고의적으로 저질러진 범죄에도 과연 법이 정한 원칙적 잣대를 그대로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다]는 음주와 범죄 사이의 상관관계를 고려한 법률 정비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음주상태에서 저질러진 범죄에 대하여 모순된 법률조항이 있다.
즉,'술 먹고 운전하면 가중 처벌되지만,술 먹고 성폭행하면 감형이 된다.' 똑 같은 술이 어떤 때에는 가중 처벌의 사유로,어떤 때에는 감경의 사유가 되는 모순성을 해결하는 법적 장치의 필요성이 요청된다.
[라]는 술이 감경사유가 되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술은 뇌의 부분에서 이성적 판단과 도덕적 판단을 관장하는 신피질의 작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술을 마심으로써 신피질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므로,이것 때문에 법률에서는 술을 '심신미약'의 한 조건으로 간주한다.
[마]는 성범죄에 대한 우리나라의 법률이 지극히 정상적이고,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오히려 더 엄격하다는 점을 강조하여 '조두순 사건' 판결 결과가 법률에 근거하여 공정하게 이루어졌음을 기술하고 있다.
나아가 재판의 과정과 결과 여론에 좌우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바]는 법적 안정성에 대하여 기술하고 있다.
법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법이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법적 안정성이 유지되기 위한 조건에는 법을 자주 바꾸지 말 것,법의 내용이 분명할 것,현실적으로 구현 가능할 것 등이 있다.
이 문제에서 법감정과 법적 안정성이 충돌한 가장 큰 이유는 '술'이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속성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법감정이 실제 판결과 결합할 수 있는 장치를 제시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이를 위해 2008년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제도를 예로 들 수 있다.
미국과 같은 배심원제와는 성격이 다르지만,대부분의 국민참여재판의 국민들의 견해가 재판부에 의해 존중되고 있는 현재의 모습을 통해 이 같은 국민참여재판의 확대를 주장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양형심사위원회'를 통한 양형기준을 국민들의 법감정을 고려해 현실화할 것을 주장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문제의 논의점이 국민의 법감정과 현실의 법판단이 가지는 괴리이므로,이의 간극을 줄일 수 있는 적극적이고 실천적인 대책을 언급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윤환 S · 논술 선임연구원 pogara@nate.com
※ 다음은 이탈리아 스칼라 극장에서 1904년 초연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Madama Butterfly)> 제1막의 일부이다.
등장인물 : 나비부인,F B 핑커톤(미해군 중위),샤플레스(미국 영사),고로(중매인)
가 (언덕 위의 일본 집 바깥 뜰. 배경은 나가사키의 거리와 바다)
핑커톤: 여자란 것은 어디를 가나 말이 많군. (중략)
세상 어디든지 방랑하는 양키는 위험 무릅쓰고 즐겨 거래해. 큰 모험 속에 닻을 깊이 내리고.
모든 나라의 꽃과 미인을 자기 보물같이 못 잡으면 인생의 가치 없소. (중략)
나는 일본식으로 결혼하여 구백에 구십년을 같이 살기로 했지만 언제든지 원한다면 해약할 수 있는 조건이오.
아메리카 영원하라!
샤플레스: 아메리카 영원하라! 신부는 아름다운가요?
고로: 싱싱한 꽃과도 같다 할까? 금빛나는 별과도 같소. 백 원이면 퍽 헐하지요.
핑커톤: 사랑인지 환상인지 알 수 없소.
처음 봤을 때 그 여인의 매력이 날 사로잡았소.
유리를 붙여서 만든 것 같이 그 가냘픈 몸. 병풍 속에 그림과 같은 그녀의 몸가짐.
검게 빛나는 칠흑에서부터 빠져나와 나비같이 훨훨 자유롭게 날다 쉬는 그 자태.
너무나 우아하여 그녀의 날개를 부러뜨려서라도 그 나비를 잡고 싶은 큰 충동이 일어났소.
나비부인: (언덕 위의 집으로 올라오며) 나는 이 일본에서,아니 세상 가운데 제일로 행복한 소녀여.
나는 사랑의 복된 부르심을 받고 생사를 판가름하는 문지방에 와 있는 거요.
나는 왔네. 사랑의 복된 부름을 받고서,사랑의 복된 부름을 받고서 왔노라!
(무릎 꿇으며) F B 핑커톤,안녕하십니까?
핑커톤: 올라오기 힘들지요?
나비부인: 결혼할 신부에겐 기다리는 것이 더 힘들지요.
핑커톤: 보통 아닌 인사로군.
나비부인: 더한 인사도 알죠. 당장 듣기 원하시면….
핑커톤: 훌륭하오! 아니 그만.
샤플레스: 미스 버터플라이. 그 이름 잘 어울립니다. 나가사키 출생이오?
나비부인: 그래요. 한땐 번창한 가문이었죠. (중략)
한때는 행복하게 살았어요. 그러나 회오리바람이 세게 불어와서 맘에 없는 기생이 되었소.
더 살기 위하여. (친구에게) 그렇지?
나비부인 친구: (동의하고) 그럼!
핑커톤: 인형 같은 그 몸매와 말씨 내 맘을 태우네.
(결혼식 장면)
고로: (무겁게) 황실의 사무관과 결혼신고 등기인과 일가친척!
핑커톤: 빨리 하세. (나비부인과 친구는 머리를 숙이고 사람들은 두 미국인을 진기한 것이라도 보는 듯, 미국인들은 이 광경을 재미난다는 듯 본다)
(등기인 등 뒤에 선다) 계약이 깨지면 떨어져나갈 친척들의 행렬이란. 나의 친척될 게 뭔지!
※ 다음은 한 민간항공기가 공항에 착륙하려다 추락해 80명이 숨지고 139명이 부상당한 사고와 관련한 내용이다.
나 사고 후 블랙박스를 분석한 결과 추락사고의 원인은 짙은 안개로 인해 착륙이 불가능한데도 무리하게 착륙을 강행한 기장의 과실로 밝혀졌다.
비행자료 기록장치 분석에 따르면 사고기는 사고 25분 전 위치보고 지점인 리비아의 카드라 상공에서 트리폴리 공항관제소와 교신을 시작,"트리폴리 공항은 안개가 짙게 깔려 있으므로 다른 공항으로 회항을 바란다"는 내용을 통보받았고,기장은 계기착륙장치(ILS)가 4개월 전부터 고장이 나 있는 것을 출발하기 전 운항관리사로부터 통보받아 보조착륙장치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최종 결정권자인 기장은 착륙 강행을 결정,자신은 조종간을 잡고 부기장에게는 창밖을 잘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는 시계가 최소한 1600m 이상 되어야 착륙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블랙박스 분석 결과 그 당시 사고기의 기체에는 전혀 이상이 없었으며 기장은 공항 관제소와 계속 교신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이 관제소는 비행기의 위치만 알려줄 뿐 고도는 알려줄 수 없는 체계여서 고도 판단은 비행기 자체의 계기와 조종사의 육안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고도계기판을 지켜보고 있던 항공기관사는 활주로가 보이지 않으면 재상승해야 하는 한계고도 625피트 직전인 800피트로 고도가 내려가자 기장에게 "고도 800피트입니다"라고 보고했으나,기장은 이를 묵살했다.
또 블랙박스 분석 결과 사고 7.7초 전 조종실 내 지상충돌 경보장치가 요란스럽게 울린 것으로 밝혀졌다.
홉스테드(G Hofstede)는 문화적 차이를 비교 · 분석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4가지 척도를 제시하였다.
다 ◆ '권력 거리(Power Distance)' 척도
권력 거리 척도는 조직 내 권력의 불평등을 하급자들이 용인하는 정도를 측정한다.
그 값이 높을수록 위계질서가 분명한 사회이며,그러한 문화에 속한 사람일수록 조직 내의 계층적 질서를 기꺼이 수용한다.
이 척도의 값은 국가에 따라서 그리고 같은 국가 내에서도 조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결국 권력 거리 척도는 사회구조의 불평등 정도와 일치하는 경향이 있다.
◆ '불확실성 회피(Uncertainty Avoidance)' 척도
불확실성 회피 척도는 구성원들이 예외성이나 모호성을 회피하고자 하는 정도를 측정한다.
이 척도 값이 높은 문화에서는 구성원의 신념과 행동에 대해 엄격한 규율을 적용해 확실성과 일치성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예측 가능한 모든 상황에 적합한 행동을 명시하기 위해 규정이나 법률을 세세하게 만들며,규범에서 벗어나는 사람이나 사고를 허용하지 않는다.
프롬(E Fromm)이 파시즘과 나치즘을 '자유로부터의 도피' 결과로 보았듯이,이 척도 값이 높은 문화에서는 권위주의적이고,전체주의적이며,선과 악을 분명하게 구별하는 이분법적인 성향이 강하다.
반면 그 값이 낮은 문화에서는 그 구성원들 간의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고 규범에서 벗어난 개인에 대한 관용성도 더 높다.
◆ '개인주의(Individualism)-집단주의(Collectivism)' 척도
이 척도는 개인주의를 기준으로,집단보다 개인을 우선시하는 정도를 측정한다.
따라서 이 척도의 값이 높은 문화에서는 단체나 조직의 행복보다는 개인의 성취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그 값이 낮은 문화는 개인이 가족과 같은 집단이나 조직에 충성하면 그 대가를 받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상호의존적인 문화이다.
구성원의 자아 인식에 있어 '나' 혹은 '우리' 중 어느 쪽에 더 큰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개인주의 척도 값이 달라질 수 있다.
◆ '남성성(Masculinity)-여성성(Femininity)' 척도
이 척도는 남성성을 기준으로,어떤 사회의 남성적 가치,예를 들어 승진(진급),성취,단련,새로운 것 등에 대한 선호도를 측정한다.
이 척도의 값이 높은 문화에 속한 사회구성원은 금전,권력,지위 등과 같은 목표 달성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반면 그 값이 낮은 문화에 속한 사회구성원은 정서적 관계,겸양,약자에 대한 배려,안정적인 것 등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편이다.
- Geert Hofstede,Culture's Consequences
[문제3] 제시문 [가]에서의 ‘나비부인의 태도’와 [나]에서의 ‘기장의 태도’를 분석하는데 공통적으
로 적용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척도 2개를 [다]에서 골라,아래표의 (A)척도와 (B)척도로 정하고,여기서 정한 2개의 척도로 나비부인과 기장의 태도를 각각 측정할 때 아래의 ①~④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밝히고 그 근거를 제시하시오.
[문제4 제시문]
[가] 8세 여아를 잔인하게 성폭행해 영구장애를 입힌 '조두순 사건'을 접한 많은 국민들은 분노에 치를 떨고 있다.
더욱이 '만취' 상태에서 범한 행동이라는 이유로 감형됐으며,최종 판결이 나기 전 형이 가혹하다며 항소까지 제기했다는 사실에 딸 가진 부모들과 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네티즌들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었는데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감형해줬다'며 법원을 비난하고,다시 극형에 처하라는 인터넷 청원을 올리고 있다.
[나] 성범죄의 전력이 있는 자가 아동을 대상으로 극악한 성범죄를 저질렀는데도 음주로 인한 심신상실 상태라는 사유로 감형을 받은 처분은 국민들의 법감정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심신상실 상태로 인한 감경사유야말로 최대한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하고,그에 대한 판단도 최대한 섬세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형벌은 교화에도 목적이 있지만 범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에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과실범도 아닌 고의범에 대한 처벌에 있어 감경사유는 극히 제한적이어야 하며,이것은 법을 정비하는 문제 이전에 법을 적용하는 법관들의 소신 혹은 그러한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분위기의 문제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법관의 판단을 보완하는 방안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다] 정치권에서는 성폭력에 대한 양형 기준을 높이고 '영구 격리'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아동 성폭력사범 5명 중 2명꼴로 불기소 처분된다는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07년 1월부터 2009년 7월까지 아동 성폭력사범 5948명 중 42%인 2501명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극심한 충격을 받은 어린이의 진술은 일관성이 떨어지는 데다 현장 증거 등도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아동에게 2차 피해를 끼치지 않으면서도 기소율을 높이고,제대로 죗값을 받도록 법을 정비하는 일은 시급하다.
술 먹고 운전하면 가중 처벌되지만,술 먹고 성폭행하면 감형이 되는 우스꽝스러운 법체계도 정비해야 한다.
[라] 술은 정상적인 뇌의 기능을 억제시키는 작용을 한다.
뇌의 여러 부위 중 대뇌 신피질은 이성적 판단을,구피질은 감정과 본능을 담당한다.
알코올이 몸 안으로 들어가 뇌에 작용을 하게 되면 구피질보다 신피질에 먼저 영향을 미친다.
술을 마셔 알코올에 의해 신피질의 정상적인 기능이 억제되면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약화되어 구피질의 본래 기능대로 감정적이고 본능적인 행동양상을 띠기 쉽다.
따라서 평소에 억눌려 있던 본능이나 금기적 행동 등을 분출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경우에 따라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게 될 확률이 높다.
법률적으로 '심신미약'은 시비를 변별하고 그 변별에 의해 행동하는 능력이 상당히 감퇴되어 있는 상태를 의미하며,만취상태의 경우 '한정책임능력자'로 인정되어 감형의 근거가 된다.
[마] "다른 사건과 형평성을 고려하면 12년이면 충분히 높은 형량이다. 살인죄도 5년 이상 징역형으로 규정되어 있는데,아동 성폭력을 7년 이상 형으로 규정한 것은 지나치게 높은 형량이다. 공정해야 할 재판이 여론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언론에서 보도하는 미국 일부 주의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다른 나라는 우리보다 아동 성폭력 형량이 낮다."
[바] 법적 안정성이란,사회생활이 법에 의하여 보호 또는 보장되어 안정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법적 안정성이 높다는 것은 현행 법질서가 동요됨이 없이 어느 행위가 옳은 것이며,어떠한 권리가 보호되고,책임 추궁은 어떻게 되느냐가 사회 구성원들에게 확실히 알려져 있어서 사람들이 법의 권위를 믿고 안심하고 행동할 수 있는 상태이다.
법적 안정성이 유지되려면 법이 함부로 변동되는 일이 없어야 하며,법의 내용이 명확해야 하고,실제로 실현 가능한 것이어야 하며,국민의 법의식(法意識)과 합치되어야 한다.
[문제4]
제시문은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현상이나 견해,그리고 이들 견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들이다. 이를 바탕으로 '법감정'과 '법적 안정성' 간의 충돌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논술하시오. (600~800자) [40점]
지난 시간에 이어 동국대학교 문제3과 문제4를 풀어보도록 한다.
동국대학교 문항에 대한 해설은 기본적으로 학교에서 제공한 문제 출제의도와 해설을 바탕으로 했다.
특히 학교 측이 제시한 예시답안은 동국대학교 입학처 홈페이지를 통해 반드시 확인해 보기를 바란다.
⊙ 문제 3의 분석 및 논제분석
본 문항은 기본적으로 실생활에 있어서 '지식의 응용'이라는 측면을 다루고 있다.
홉스테드(Hofstede)가 제시한 문화 분류 기준을,나비부인의 결혼식 장면과 항공기 비행사들 간의 대화 상황에 적용하고 해석하는 능력을 검증하고자 하였다.
특히 계열별 통합적 교과라는 취지를 살려 '지식의 분류와 체계화'라는 측면도 고려하였다.
이 문제는 조금 생소한 형식의 문제로 학생들이 어려웠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의 조건이 명확하고 분류에 따른 근거 구성이 용이하기 때문에 조금의 논리성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풀 수 있는 문항이다.
제시문 (가)에서는 오페라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푸치니의 <나비부인>의 1막 도입부 일부를 노래 가사 부분을 중심으로 제시하고 있다.
언어는 문화적 산물이고,대화의 형식을 통해 우리는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문화적 코드를 읽어낼 수 있다.
예컨대 제시문 (가)의 핑커톤이 "여자란 어디를 가나 말이 많군"이라는 대사를 통해 핑커톤의 여성관을 읽어낼 수 있고,마지막의 "나의 친척될 게 뭔지!"를 통해 가족,친척에 대한 태도를 추론해 낼 수 있다.
제시문 (나)에서는 실제 있었던 항공기 사고에 관한 조사결과의 일부를 각색한 것이다.
사고 직전 조정실의 긴박한 상황을 보여주고,문제 해결 과정에서 활용하게 될 기장의 태도를 보다 극적인 형태로 제시하고 있다.
긴박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기장,부기장,기관사 간의 대화 양식을 통해 인물의 태도와 문화적 코드를 읽어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답안 구성에서 (A)척도와 (B)척도에 들어가야 할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어떤 것으로 구성하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선택 근거를 논리적으로 풀어내느냐의 문제다.
많은 학생들이 논술 시험을 친 후,선택을 요구하는 문제에서 학교 측의 의도를 유추하곤 한다.
하지만 논술에서 선택이 들어가 있는 문제는 결코 정답이 있을 수 없다.
자신의 논리만 분명하다면 특정한 선택이 유 · 불리를 가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번 문제에서는 일단 권력거리 척도와 남성성 척도를 중심으로 설명해보자.
이 두 척도를 통해 설명했을 때 나비부인의 태도는 3번,기장의 태도는 1번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 근거는 나비부인의 경우 남성의 권위에 상당히 수동적이고,자신의 주체성이 약한 여성으로 묘사되고 있다.
즉 남성성 척도는 매우 낮음을 알 수 있다.
반면 기장의 경우,위계질서가 명확하며 부기장이나 기관사에 대해 지시만 하고 조언을 구하지 않는다.
자신의 권력을 지나치게 맹신하고 당연시하며 도전적이고 성취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점에서 남성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 문제 4의 분석 및 논제분석
최근 발생한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최근 한국 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중요한 쟁점을 소재로 하여,비판적인 분석과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측정하는 전형적인 논술 문제이다.
이 논제는 '조두순 사건'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6개의 짧은 제시문으로 구성되어 있고,문제해결에 대한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방안을 제시하도록 요구하였다.
시사적인 내용이 나왔을 때는 대중매체에서 듣고 본 것을 그대로 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제시문에 주어진 정보안에서 이 사건에 대해 해석해야지,자신만의 정보를 바탕으로 무리하게 사건을 규정하려하면 논제이탈에 해당할 수 있으니 언제나 조심해야 한다.
이 문제의 제시문은 '조두순 사건'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과 관련 쟁점에 관한 6개([가]~[바])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가]는 이 사건을 둘러싼 국민들의 감정적 반응을 기술하고 있다.
8세 여아,성폭행,영구장애,만취,법원,판결,무기징역,극형,부모와 딸,경악 등의 단어가 이를 말해준다.
[나]는 법에 대하여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 감정(법감정)과 법의 잣대 사이에는 다소 괴리가 있으며,이 괴리감을 발생하게 한 주요 원인으로 법관을 지목한다.
심신상실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한 일반적인 감형사유에 대해서는 국민 법감정과 법관의 판단은 크게 어긋남이 없으나,음주상태에서 저지른 성범죄,그것도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고의적으로 저질러진 범죄에도 과연 법이 정한 원칙적 잣대를 그대로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다]는 음주와 범죄 사이의 상관관계를 고려한 법률 정비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음주상태에서 저질러진 범죄에 대하여 모순된 법률조항이 있다.
즉,'술 먹고 운전하면 가중 처벌되지만,술 먹고 성폭행하면 감형이 된다.' 똑 같은 술이 어떤 때에는 가중 처벌의 사유로,어떤 때에는 감경의 사유가 되는 모순성을 해결하는 법적 장치의 필요성이 요청된다.
[라]는 술이 감경사유가 되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술은 뇌의 부분에서 이성적 판단과 도덕적 판단을 관장하는 신피질의 작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술을 마심으로써 신피질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므로,이것 때문에 법률에서는 술을 '심신미약'의 한 조건으로 간주한다.
[마]는 성범죄에 대한 우리나라의 법률이 지극히 정상적이고,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오히려 더 엄격하다는 점을 강조하여 '조두순 사건' 판결 결과가 법률에 근거하여 공정하게 이루어졌음을 기술하고 있다.
나아가 재판의 과정과 결과 여론에 좌우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바]는 법적 안정성에 대하여 기술하고 있다.
법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법이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법적 안정성이 유지되기 위한 조건에는 법을 자주 바꾸지 말 것,법의 내용이 분명할 것,현실적으로 구현 가능할 것 등이 있다.
이 문제에서 법감정과 법적 안정성이 충돌한 가장 큰 이유는 '술'이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속성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법감정이 실제 판결과 결합할 수 있는 장치를 제시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이를 위해 2008년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제도를 예로 들 수 있다.
미국과 같은 배심원제와는 성격이 다르지만,대부분의 국민참여재판의 국민들의 견해가 재판부에 의해 존중되고 있는 현재의 모습을 통해 이 같은 국민참여재판의 확대를 주장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양형심사위원회'를 통한 양형기준을 국민들의 법감정을 고려해 현실화할 것을 주장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문제의 논의점이 국민의 법감정과 현실의 법판단이 가지는 괴리이므로,이의 간극을 줄일 수 있는 적극적이고 실천적인 대책을 언급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윤환 S · 논술 선임연구원 pogara@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