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테’는 ‘-에게’의 구어적 표현

"보고서를 선생님에게 제출했다." "보고서를 학교에 제출했다."

두 문장에 쓰인 여격조사 '-에게'와 '-에'를 구별하는 차이는 앞에 오는 말이 유정물(有情物)이냐 무정물(無情物)이냐에 있다.

그런데 이를 무시하고 자칫 '에게'와 '에'를 섞바꿔 써서 표현이 어색해지는 경우가 많다.

"친구들에 네가 합격한 사실을 알렸느냐?" "회의에 참석하는 모든 사람들에 선물을 나눠줍니다."

"이번 사태 악화는 정부에게 책임이 있다." "새로운 제조 기법이 신생 기업들에게 좀 더 쾌적한 업무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이다."

각각의 문장에 쓰인 '에'와 '에게'는 모두 자연스럽지 않다.

두 말의 쓰임새를 구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친구'나 '사람' 뒤에는 '-에게'를,'정부''기업' 같은 무정물 뒤에는 '-에'를 쓰는 게 자연스러운 우리말법이다.

특히 신문 등 활자매체에서 가끔 '에게'가 올 자리에 '신임총리에 듣는다''새 경제사령탑에 묻는다'와 같은 식으로 표현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이는 글자 수를 줄이기 위한 임시방편이긴 하지만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다만 무정물이라 하더라도 단체 등 문맥에 따라 동작주로 쓰일 수 있는 말 뒤에선 '에게'를 허용하는 경우도 있으므로(물론 이 경우에도 '에'를 쓰는 게 더 자연스럽긴 하지만) 기계적으로 대입할 필요는 없다.

가령 '화분에 물을 주다'와 '정부에 책임을 물어라'는 수사법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구별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인 화자라면 누구나 '화분에 물을 주다'를 '화분에게 물을 주다'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에 책임을 물어라'는 그 자체로 충분하긴 하지만,화자에 따라 정부를 의인화해 '정부에게 책임을 물어라'라고 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에게'를 기능적으로 거의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말로 '한테'가 있다.

그 차이는 오로지 '한테'가 '에게'보다 더 구어적인 표현이라는 데 있다.

따라서 여격조사 '에게'가 붙은 자리에는 언제나 '한테'를 대체해 쓸 수 있다.

그러나 무정명사 뒤에 오는 '에' 대신으로는 쓰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