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뒤에선 ‘-에게’,단체 뒤에선 ‘-에’

가) 어제 작성한 보고서를 선생님에게 제출했다.

나) 어제 작성한 보고서를 학교에 제출했다.

두 문장이 어떻게 다른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면 우리말 조사의 미세한 쓰임새 차이를 구별하고 있다는 얘기다.

'~에게'는 흔히 대표적인 여격(與格)조사로 불린다.

'~에게 주다'와 같이 주로 수여(授與)하는 일과 관련해 쓰인다는 점에서 여격이라 한다.

사전적으로 여격조사는 '사람이나 동물 따위를 나타내는 체언 아래에 쓰여,그 체언으로 하여금 무엇을 받는 자리에 서게 하는 부사격 조사'로 풀이된다.

'에게' '께' '한테' 따위가 있다.

그러나 실제로 말을 하다 보면 사람이나 동물 같은 유정물(有情物)뿐만 아니라 단체 등 무정물(無情物)에도 여격을 쓰는 경우가 흔하다.

나)에서와 같이 '학교에 보고서를 제출했다'거나 '기업에 자금을 빌려주다' 식으로 쓰는 게 그런 것이다.

이처럼 여격을 나타내는 조사로 '에게' 외에도 '에'가 같이 쓰이는데 그 쓰임새에는 차이가 있다.

'-에'는 본래 전형적으로 처격(處格)으로 쓰이는 조사이다.

공간적인 범위나 지향점을 나타낸다.

'옷에 먼지가 묻다' '이곳에 숨었다' '집에 갔다'와 같은 경우가 이를 보여준다.

하지만 '에'는 또 앞 말이 어떤 움직임이나 작용이 미치는 대상의 부사어임을 나타내는 의미로도 쓰인다.

'나는 화분에 물을 주었다' 같은 것이 여격의 의미로 쓰인 것이다.

이렇게 쓰이는 '에'와 본래 여격인 '에게'를 구별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 대상이 유정물이냐 무정물이냐(또는 감정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게 편리하다.

즉 사람이나 동물 등 유정물에는 '에게'를 쓴다.

이에 비해 단체 등 무정물에는 '-에'를 쓰는 게 자연스럽다.

가)와 나)에서처럼 '선생님에게' '학교에'로 각각 구별해 쓰면 된다.

가)에 쓰인 '에게'는 존칭의 대상 뒤에서는 높임말 '께'로 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