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생활의 질 높이고 관광·서비스산업 활성화”

반 “휴일 근무수당 지급 등 기업에 무거운 짐”

공휴일이 주말과 겹칠 때 직전 금요일이나 다음 월요일에 하루를 쉬도록 하는 ‘대체휴무제’ 도입 논의가 정부 내에서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주목된다.

그동안 문화체육관광부는 관광활성화 차원에서 대체휴무제 도입을 검토해왔지만 산업계를 대변하는 지식경제부와 공휴일 관련법안 소관부처인 행정안전부가 유보적 태도를 보여 논의가 진척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 정운찬 총리가 국회에서 “(대체휴무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한 데 이어 기획재정부가 공휴일제도 개편의 타당성 분석에 착수함에 따라 조만간 공휴일 개편안이 마련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행안부 쪽에서도 “아무래도 객관적인 자료가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해 다소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미 국회에도 대체휴무 도입 등을 통해 쉬는 날을 늘리는 내용의 법안이 7건이나 제출돼 있다.

한국의 법정공휴일은 14일이지만 매년 3일에서 최대 8일까지 주말과 겹치면서 실제 쉬는 날은 110∼115일로, 중국 홍콩(120일),일본(119일),러시아(118일),프랑스(116일) 등에 비해 적은 형편이다.

하지만 휴일을 늘리기 위해 대체휴무제를 도입하는 문제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금∼일요일,토∼월요일 등 사흘 연휴가 늘어나면서 여가활동이 증가하고 이를 통해 관광 등 내수기반을 확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또 다른 쪽에서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휴일을 늘리면 기업에 큰 부담을 안겨줄 것이라며 반박한다.

대체휴무제 도입이 과연 바람직한지 살펴본다.

⊙ 찬성 측,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경제를 활성화 시킬 것”

대체공휴일제 도입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2004년 7월부터 주 40시간·5일제가 시행에 들어갔음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중 한국의 노동시간이 가장 길다”며 이로 인해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하고 노동의욕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일에 편중된 생활을 하다 보면 업무 스트레스로 신체질환이 증가하고 가족의 결속력이 느슨해지는 등 사회문제를 유발하게 된다고 꼬집는다.

이제는 휴식 및 여가활동의 가치가 근로활동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문화활동과 관광여행 확대에 따른 소비지출이 증대하면서 관련 서비스산업이 활성화하고 고용도 창출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실제로 국내 여행이 현재보다 7% 증가할 경우 관광지출은 연간 1조900억원,고용은 3만3000명이 창출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체공휴일제 도입으로 일부 산업계는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이제 우리 국민들도 공휴일 수를 고정함으로써 삶의 질을 추구할 권리를 가질 자격이 있다는 입장이다.

⊙ 반대 측, “휴일 근무수당 지급 등으로 엄청난 비용 부담 초래”

이에 대해 반대하는 쪽에서는 “공휴일은 관공서가 쉬는 날에 불과하며 상당수 기업들은 단체협약 등을 통해 공휴일을 휴일로 따르고 있다”며 공휴일과 토·일요일이 겹쳐 손해를 보는 사람이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고 지적한다.

휴일에 근로자를 근무하게 하려면 기업은 50%의 임금을 더 지급해야 하는 만큼 대체공휴일 도입으로 기업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대체공휴일 도입시 석유화학·철강·유통·숙박 등 4개 업종에서만 휴일 근로수당으로 1조4000억원의 추가비용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에서는 근로자의 근속연수에 따라 15일에서 많게는 25일의 연차휴가를 주도록 돼 있지만 근로자들은 실제로 41% 정도만 사용하고 있다며 이런 마당에 과연 대체공휴일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느냐고 되묻는다.

공공부문부터 샌드위치 데이나 명절 전후로 연차휴가를 사용하게 한다면 대체공휴일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 휴일 며칠 늘리려고 기업에 엄청난 부담 지우는 일 삼가야

대체공휴일제 도입 취지는 충분히 공감할만하다.

문제는 대체공휴일 도입에 따른 부작용은 없는 지,다른 방법은 없는 지 등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대체공휴일제가 시행에 들어가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몇몇 업종만 한정해서 보더라도 1조원이 넘는 인건비를 추가 부담하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휴일 며칠을 늘리기 위해 기업에 수조원의 비용을 부담시키는 게 과연 사회적 후생을 증대시키는 일인지는 의문이다.

또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내수를 촉진하든 관광산업을 촉진하든 소비보다 우선시돼야 하는게 일자리 문제이며,일자리를 유지하고 나아가 이를 창출하기 위해선 기업의 경쟁력이 유지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이다.

더구나 연차휴가 일수 19일과 법정 공휴일 15일을 합쳐 34일에 이르는 등 우리 공휴일·휴가 수 또한 부족한 것도 아니다.

만약 휴일과 일요일이 겹쳐 충분히 쉬지 못하겠다고 생각하는 근로자가 있다면 자신의 연차휴가를 사용해 쉬면 된다.

근로자들의 기분을 맞춰주려고 휴일을 늘리는 일은 삼갈 필요가 있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대체공휴일제

휴일이 주말 등 다른 휴일과 겹칠 경우 그 다음 평일을 휴일로 보장하는 제도를 말하며 흔히 대체휴일로 불린다.중국 러시아 등에서 실시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1985년 이후 여러번에 걸쳐 법을 개정하면서 대체휴무제에 더하여 아예 특정 공휴일을 토·일요일과 연계하여 연휴를 실시하고 있다.

법정공휴일

공적으로 쉬기로 정해진 날이다.일요일·국경일·1월 1일·설날(음력 1월 1일과 전후 2일)·석가탄신일(음력 4월 8일)·어린이날(5월 5일)·현충일(6월 6일)·중추절(음력 8월 15일과 전후 2일)·성탄절(12월 25일),보궐선거를 제외한 각종 선거투표일 등 정부에서 수시로 정하는 날로 규정돼 있다.

연차휴가

해마다 종업원에게 주도록 정하여진 유급휴가를 말한다.근로기준법에 따르면 1년동안 개근한 근로자에게 8일간, 90% 이상 출근한 사람에게 3일을 각각 주도록 규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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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12월 6일자 보도기사

올해는 국경일과 공휴일,주말이 겹치는 경우가 많아 직장인들의 볼멘소리가 컸다.

내년에도 설과 현충일,광복절,개천절이 일요일,크리스마스가 토요일로 국경일.

공휴일과 토·일요일이 겹치는 날이 많아 주5일 근무를 기준으로 올해보다 이틀 많은 112일을 쉬게 된다.

이처럼 공휴일과 주말이 겹치는 데 대한 직장인들의 불만이 크고 짧은 명절 휴일로 인한 교통혼잡 비용과 국민 불편이 크다는 이유에서 올해 국회에는 공휴일을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이 유난히 많이 제출됐다.

현재 국회에 제출돼 심의를 기다리고 있는 관련 법은 모두 7건이다.

주로 현재 대통령령으로 규정된 공휴일을 상위법인 법률로 정하고,공휴일이 주말과 겹치는 경우 주중에 대체 휴일을 주는 내용이다.

여기에 제헌절과 한글날,어버이날,근로자의 날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국경일이 화요일 또는 목요일일 경우 토·일요일과 연계되도록 월요일 또는 금요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정부는 현재로서는 공휴일 확대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7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휴일 법안과 관련,“지금 당장은 경제위기이기 때문에 생산성이 상당히 중요한 시기”라며 “중장기적으로 보더라도 토·일요일을 포함해 우리나라의 공휴일이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재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휴일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으로만 정해져 있어 원칙적으로 공무원에게만 해당하고 민간 기업은 노사 협상 등을 통해 자율적으로 쉬게 돼 있다.

하지만 이들 법안이 통과될 경우 공휴일이 전 국민에게 해당하는 실질적인 ‘법정 공휴일’이 돼 각 기업이 부담해야 할 휴일근무 수당 등 인건비가 증가하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