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많은 만큼’과 ‘돈만큼’의 구별

가) 예비협상에서 한국이 양보할 만큼 양보했으므로 이번 본협상은 타결될 가능성이 크다.

나) 이번 협상에서 한국만큼 양보를 많이 한 나라가 없다.

'만큼'은 문장 속에서 의존명사로도,조사로도 쓰인다.

각각에 따라 그 말이 더하는 의미도 다르고 당연히 띄어쓰기도 달라진다.

형태가 같아 쓰임새를 구별하기 어려울 것 같지만 각각의 경우를 가르는 요령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선 가)와 나)에 쓰인 '만큼'은 문장 안에서 어울린 구성이 확연히 다르다.

가)는 '관형어+만큼'으로 이뤄졌다.

용언의 관형형,즉 수식어 뒤에 쓰인 '만큼'은 의존명사이다.

이때는 '앞의 내용에 상당하는 수량이나 정도' 또는 '뒤에 나오는 내용의 원인이나 근거가 됨'의 뜻을 담고 있다.

"주는 만큼 돌아온다/방 안은 숨소리가 들릴 만큼 조용했다/까다롭게 검사하는 만큼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에서 쓰인 '만큼'은 의존명사이다.

이에 비해 나)의 구성은 '체언+만큼'이다.

명사나 대명사 등 체언 뒤에 쓰인 '만큼'은 앞말과 비슷한 정도나 한도,또는 비교의 뜻을 나타내는 격조사이다.

'부모님에게만큼은 잘해 드리고 싶었는데/그는 너만큼 키가 크다/돈만큼 좋은 게 없다'처럼 쓰인다.

의존명사로도,조사로도 쓰이는 '만큼'을 두루 대체할 수 있는 말은 '만치'이다.

'만큼' 대신에 '만치'를 쓸 수 있다는 뜻이다.

굳이 차이를 둔다면 '만치'는 '만큼'에 비해 좀 더 구어체적인 말이라 할 수 있다.

조사로 쓰인 '만큼'은 정도나 한도의 뜻을 담는다는 점에서 또 다른 조사 '만'과도 쓰임새가 비슷하다.

'만'은 본래 '하루 종일 잠만 잤다/아버지는 동생만 예뻐하신다/그 사람은 돈만 밝힌다'에서처럼 한정이나 강조의 뜻을 드러내는 말이다.

이에 비해 '만큼'은 그 전형적인 쓰임새가 '나도 너만큼 잘 할 수 있다' '벌써 아버지만큼 키가 컸구나' '그 사람만큼 돈이 많지는 않지만…'과 같은 것이다.

이런 경우는 '만'과 '만큼'을 서로 바꿔 쓸 수 없다.

하지만 각각에 한정/강조의 보조사 '-은'이 붙은 '-만은' '-만큼은'은 그 쓰임새가 같아진다.

그래서 가령 "너한테만큼은 질 수 없다"라고 했다면 이는 "너한테만은 질 수 없다"라고 하는 것과 같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