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지난 정부의 ‘안보 포퓰리즘’ 바로 잡아야”

반 “발상도 절차도 잘못된 국민과의 약속위반”

국방부가 현재보다 6개월 줄이도록 돼 있는 군복무 단축기간을 2~3개월로 다시 축소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방부 쪽에서는 "현행대로 6개월 단축안을 적용하면 2021년에는 2000여명,2045년까지 매년 최대 9만여명의 병력자원이 부족하게 될 것"이라며 복무기간을 2~3개월만 단축할 경우 전투력 저하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2021년 이후 병역자원 부족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07년 육 · 해 · 공군 사병의 복무기간을 단계적으로 6개월씩 줄이기로 한 병역법을 다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친박연대 송영선 의원은 "군복무 기간 6개월 단축은 당초 국방예산이 2020년까지 매년 8% 내외 증가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올해는 국방예산이 3.8%밖에 늘지 않아 시행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민주당 쪽에서는 "이번 시도는 축소된 국방예산을 결국 인력으로 채우겠다는 발상"이라며 "21세기에 와서 다시 인해전술을 보는 것 같다"고 반박한다.

지난번 대선을 5개월 앞둔 2007년 7월 노무현 정부는 군의 첨단화와 소수정예화를 명분으로 2014년 6월까지 군 복무기간을 6개월 단축키로 하고 2008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국방예산 부족 등을 감안할 때 급격한 병력감축은 전투력 약화를 초래할 게 뻔한 데도 국방개혁 기치와 '안보 포퓰리즘' 분위기에 묻혀 단축 방안이 그대로 확정된 것이다.

문제는 국방부가 2년여 만에 기존 정책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이를 수정하겠다고 나선 것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는 점이다.

군복무 단축기간 재조정 논란을 분석해본다.

⊙ 찬성 측, "잘못된 정책은 빨리 바로잡는 게 옳다"

군복무 단축기간 축소 조정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복무기간을 18개월로 줄일 경우 2021년부터 연 3만~9만명의 병력이 부족해진다"며 "병역자원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유급지원병제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예산 부족 등으로 실행에 옮기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6개월 단축안은 미래 병역자원 확보에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출산율 감소로 병력 자원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반론이 많았음에도 참여정부 당시 여당이 단축안을 밀어붙였다"며 복무기간 단축 자체에 이미 문제가 있었다고 꼬집는다.

한마디로 지난번 대선 직전에 급조된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얘기다.

복무기간이라는 민감한 문제에 대해 정부가 2년반 만에 입장을 바꾼 셈이어서 반발이 만만치 않을 테지만 잘못된 정책은 하루라도 빨리 바로잡는 게 옳다고 주장한다.

복무기간 단축을 재검토한다면 향후 국방예산 확보 및 첨단전력화 진전 상황을 봐가면서 단계적으로 줄여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 반대 측, "발상도 절차도 잘못된 대국민 약속위반"

이에 대해 반대하는 쪽에서는 "참여정부는 군의 첨단화와 소수정예화를 명분으로 복무기간 단축을 추진했고 국방부도 이를 수용했다"며 "국방부 측 설명대로라면 2년 전에는 몰랐던 병력 수급 변수를 이제야 알게 됐다는 것인지 황당하기 그지없다"고 지적한다.

국방부가 국방개혁을 다짐한 지 불과 2년 만에 이를 뒤집겠다는 것은 지상군 중심의 군 구조를 유지하겠다는 육군의 기득권 챙기기에 다름아니라고 꼬집는다.

군 복무기간 6개월 단축은 여야 합의로 처리한 것이며,이명박 대통령도 대선공약으로 제시한 국민과의 약속이었던 만큼 이를 번복하려면 국방부는 먼저 그 이유를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와 동의부터 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복무기간 단축은 당초 국방예산이 매년 8% 안팎씩 증가되는 것을 전제로 했다는 주장 또한 예산을 볼모로 사병숫자를 늘려주든지,예산을 더 주든지 하라는 으름장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군복무 단축 계획 수정은 발상도 절차도 잘못된 대국민 약속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 군복무기간 단축 부작용 최소화하는 대안 강구해야

2021년부터 발생하는 병력자원 부족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선 복무기간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문제는 조변석개하는 군 복무정책이다.

정책은 수정이 가능하지만 군복무 같은 핵심 국방정책을 이랬다저랬다 하면 군의 신뢰가 추락할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의 복무기간 단축안에 대해 국방부와 군 수뇌는 강력하게 반대했어야 했음에도 이를 그대로 수용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군 복무기간 단축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일이다.

복무기간을 18개월로 할 것인지 아니면 수정안대로 21~22개월로 할 것인지 사회적 논의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얘기다.

여야 정치권은 장병의 사기 저하를 줄이면서도 선진강군의 목표에 부족함이 없는 지혜로운 대안을 만들어 내는데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예산과 국방현대화,전시작전통제권 이양시기,청년일자리 확보와 복무기간 단축에 따른 실익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정권 교체로 인해 국방정책의 근간이 흔들리는 일이 재발돼선 결코 안 될 것이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국방개혁 2020

국방운영체계 선진화,군 구조 · 전력체계 및 3군 균형발전,병영문화 발전 문민화 등을 목표로 국방부가 마련한 미래 선진정예 국방을 위한 장기적 국방개혁 청사진을 말한다. 국방부 본부의 문민기반을 확대하는 것을 비롯 예비전력 규모를 축소하고 여군을 2020년까지 장교 정원의 7%,부사관 정원의 5% 수준으로 확대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유급지원병제

군 복무기간 단축으로 인한 전투력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숙련도와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직위에 의무복무를 마친 지원자가 6~18개월 동안 추가로 복무하게 하는 제도로,전문병제라고도 한다. 2006년 12월 제정된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도입됐으며 2007년 11월 군인사법 개정으로 연장복무기간에 하사계급을 부여하는 근거가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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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11월24일자 보도기사>

국방부는 24일 군 복무기간 단축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2~3개월로 축소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국방부는 군 복무기간을 2~3개월 단축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국회 국방위 소속 김학송 · 유승민 의원 측의 요청에 따라 이달 초 국방위에 검토 의견서를 제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방부는 검토의견서에서 "병 복무기간을 2~3개월만 단축할 경우 전투력 저하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 국방개혁 추진시 예상되는 추가병력 소요에 대응할 수 있다"며 "2021년 이후 병역자원 부족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병역법 19조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령의 승인을 얻은 경우 현역의 복무기간을 6개월 이내에서 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오는 2014년 6월까지 복무기간을 육군은 24개월에서 18개월로,해군은 26개월에서 20개월로,공군은 28개월에서 22개월로 각각 6개월씩 단축키로 한 상태다.

국방부는 "현재 진행 중인 병 복무기간 단축을 중단하고 2~3개월로 축소할 경우 정치적,사회적 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