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이 전국에서 치러졌다.

약 68만명의 수험생이 단 한번의 시험으로 초 · 중 · 고등학교에서 12년 동안 공부한 것을 평가받는 날이다.

수험생과 가족들에게는 가슴 졸이는 운명의 날이다.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했어도 이날 하루 시험을 못보면 그동안의 고생이 물거품이 된다.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이 때문에 시험을 앞두고 수술을 받은 수험생은 병실에서 시험을 치르고,신종플루에 걸린 학생들도 최악의 컨디션을 이겨내며 시험을 봐야 했다.

특히 요즘같이 신종플루가 확산되며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고3 수험생들에게 휴업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당장 눈앞에 다가온 시험이 죽음의 공포보다 시급했다.

몸이 아파도,가족중 한사람이 사고를 당해도 병원보다 시험장으로 달려가야 하는 게 현실이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정답을 알면서도 답안지에 옮겨 적기를 실수해도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우리나라의 대입 수능시험은 아픈 것도 사소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시험 당일 모습도 진풍경이다.

관공서와 회사가 업무시간을 늦추고,교통 체증을 줄이기 위해 대중교통 이용 운동도 벌어졌다.

시험시간에 늦은 학생을 위해 경찰차와 오토바이가 출동했고,낙도의 학생들은 시험 며칠 전 배를 타고 인근 도시로 나와야 했다.

속이 타기는 수험생 부모도 마찬가지다.

시험을 앞두고 절에서 100일 기도를 올리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시험장 문 밖에서 추위에 떨며 기도하는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수험생과 그 가족들이 이같이 한꺼번에 홍역을 치르는 건 대입 수학능력 시험 기회가 1년에 딱 한번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수십년간 그래왔기 때문에 모두들 당연시 여기겠지만,이는 지극히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수능 시험은 부담은 크고 그 효율성은 떨어진다.

정책 당국이 조금만 수고를 하면 수험생과 그 가족들의 부담을 크게 덜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국가가 국민을 위해 할 일이다.

먼저 시험 횟수를 늘려야 한다.

개개인의 컨디션이나 학습 진도에 맞춰 여려 차례 시험을 볼 수 있게 하면 각종 부작용이 사라질 것이다.

미국의 경우 우리의 수학능력시험인 SAT를 1년에 6~7회나 치른다.

그래서 수험생이나 학부모가 특별히 들뜨거나 긴장하지 않는다.

이번 점수가 부족하면 다음에 또 볼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또 대입 수능 점수를 1~2점 차이로 당락을 가르는 수단으로 사용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수능 점수는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본 능력을 갖췄는지 알아보는 것으로 사용해야 한다.

시험점수 1점 더 받는 것 못지 않게 대학에서 공부하려는 열의와 적성 등도 높이 평가해줘야 한다.

수능 시험점수의 유효기간도 늘렸으면 좋겠다.

그러면 재수생이 다시 수능에 매달릴 필요 없이 자신이 대학에 가서 공부할 전공 분야를 미리 공부하거나 현장 실습 등을 통해 시간을 훨씬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공부한 만큼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대입 수능시험 방식이 하루빨리 수험생 중심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최예원 생글기자 (백양고 1년) yewonstar@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