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는 다소 쉬워… 고득점자간 변별력 떨어질듯

12일 실시된 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지난해에 비해 다소 평이했다.

언어와 외국어 영역은 지난해보다 까다롭게 출제됐지만 수리 가형과 나형은 지난해 수준이거나 다소 쉽게 출제됐다.

수능 상위권의 경우 언어와 외국어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쉽게 출제된 수리의 영향으로 고득점자 간 변별력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입시기관의 평가와 시험을 치른 수험생의 반응을 중심으로 올해 수능의 난이도를 분석해봤다.

⊙ 언어, 변별력 위해 다소 어려워

언어영역은 지난해보다 다소 어려웠다는 분석이 많다.

듣기, 쓰기, 문학은 지난해 수준으로 출제된 반면 비문학에서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

문학은 송수권의 '지리산 뻐국새'를 제외하고 조지훈의 '승무', 송순의 '면앙정가', 김시습의 '만복사저포기' 등 낯이 익은 지문들이 출제됐다.

2001년 수능에서 출제됐던 윤흥길의 원작 소설을 시나리오로 각색한 '장마'도 지문으로 나왔다.

비문학에서는 조선시대 유학에 나타난 '지행론',유전적 특성을 기준으로 한 미생물의 종 구분과 개념 설정, 악보에 쓰이는 음악기호의 형성과 발달과정 등이 출제됐는데 전반적으로 지문의 길이가 짧아졌지만 낯선 용어와 구체적 수치가 제시되는 등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서울 휘문고에서 수능을 치른 재수생 박석준씨는 "전체적으로 6,9월 모의고사와 난이도는 비슷했지만 비문학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의용 계성여고 교사(EBS 입시분석 강사)도 "기업 결합심사를 다루는 지문과 기술-장비 신뢰도 평가를 묻는 지문이 학생들한테 조금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영일 김영일교육컨설팅 대표는 "변별력 확보를 위해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오종운 청솔학원 평가이사는 "지문의 길이가 짧아져 시간 부담이 없었고 문항별 난이도도 전반적으로 평이해 지난해보다 쉬웠다"고 분석했다.

이석록 메가스터디 입시평가연구소장은 "기술지문을 제외하면 비문학 지문의 길이와 난이도가 대체로 평이해 언어영역 전체로는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 수리, 평이한 문제 많아 다소 쉬워

수리영역은 지난해보다 다소 쉽게 출제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지난해 변별력 확보 차원에서 다소 어렵게 낸 반면 올해는 익숙한 유형의 문제들이 많이 출제됐다.

가형의 경우 교과서적 기본 개념을 묻는 문제와 응용 개념을 묻는 문제들이 골고루 출제돼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으면 풀기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나형도 수열 및 수열의 극한과 관련된 문제들이 조금 어려웠을 뿐 전체적으로 평이한 문제들이 많았다.

개포고 김성윤 학생은 "6,9월 모의고사와 비슷했으며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아니어서 접근하기에 어렵지 않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남호영 영신고 교사는 "변별력을 위해 어렵게 낸 문제도 기출문제와 비슷한 유형들이어서 학생들의 체감난이도가 낮아졌을 것"이라며 "원점수 평균이 5~6점 정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메가스터디 진학사 청솔학원 등도 수리 가형과 나형 모두 지난해보다 쉬웠다고 분석했다.

반면 김용근 종로학원 평가이사는 "기존 문제와 유사하지만 학생들이 접근하기에는 까다로운 문제들이 출제돼 가형은 지난해보다 어려웠다"고 분석했다.

또 EBS는 가형, 대성학원은 나형, 유웨이중앙교육은 가형과 나형 모두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분석해 다른 시각을 나타냈다.

⊙ 외국어, 상위권 겨냥 어려운 문제도 여럿

새로운 유형의 문제는 없었지만 상위권을 겨냥한 고난도 문제가 여럿 출제돼 지난해 수능보다 약간 어려운 것으로 분석된다.

듣기에서는 '주문할 야외용 식탁 고르기' '관계 설정' '공연 관람 날짜 고르기' 등 다양한 문항이 나왔고 독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유형의 문제들이 많았다.

그러나 22번 어법상 틀린 것을 찾는 문제는 전치사의 목적어를 묻는 문제였지만 'and'로 연결된 병렬구조도 함께 파악해야 해서 다소 어려웠다.

글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문장의 빈칸을 채우도록 한 45번 문제도 지문이 어려워 풀기에 까다로웠다.

39번 속담을 묻는 문제는 몇 년간 출제되지 않다가 이번에 나왔다.

민판규 서울과학고 교사는 "듣기 문항 3점짜리 문제가 숫자를 계산토록 하는 다소 생소한 것이어서 여기서 변별력이 생길 듯하다"고 말했다.

오종운 청솔학원 평가이사도 "9월 모의고사보다도 난이도가 높아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고 분석했다.

반면 김은영 진학사 연구위원은 "자연 과학 등 학생들이 낯설게 느낄 만한 소재가 다수 출제되었지만 어휘와 구문 수준이 쉬운 편"이라며 "지난해와 비슷한 난이도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태웅 한국경제신문 기자 redae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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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쓴 수능 고사장'…신종플루와의 전쟁

확진환자 분리 시험도…학교 만류 불구하고 "수능대박" 단체응원

전국 1124개 고사장에서 치러진 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신종플루 수능이었다.

수험생이 입교하는 교문에선 재학동문들의 신종플루쫓기 응원전이 펼쳐졌고,교실에선 예년과 달리 마스크를 쓴 수험생이 많았으며 확진 환자들은 분리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렀다.

O…이날 서울 풍문여고 교문 앞은 이른 새벽부터 성심 · 배화 · 신광여고 학생들이 펼치는 응원전으로 시끌벅적했다. 성심여고 풍물패 동아리 '기나리'는 수험생 선배를 둘러싸고 북,꽹과리,장구 등을 두드리며 선배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학생들은 "성심여고 수능대박","신종플루 물러가라"는 구호를 목이 터져라 외쳤다. 경기여상 학생들은 '수능 참 쉽죠잉''1등급 바로 이맛 아닙니까'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선배들을 응원했다.

신광여고 2학년 한송희 양은 "학교에서 신종플루 때문에 단체 응원전을 가급적 피하라는 공문이 내려왔지만 저 또한 내년에 수능을 보는 입장이기 때문에 후배들 20명을 이끌고 나왔다"고 말했다.

중동고 조헌 진학부장도 "어제 학생들에게 신종플루 우려가 있으니 응원을 하지 말라고 교육을 했으나 전통이고 자발적인 행동이기 때문에 더 이상 제지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O…쌀쌀한 아침날씨에도 불구하고 수험생들은 가벼우면서도 따뜻한 잠바를 많이 입었다. 신종플루에 대한 우려로 마스크를 쓴 학생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한 학생은 "마스크를 쓰면 집중이 잘 돼 오히려 점수 올리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불끈 주먹을 쥐어 보였다.

O…학부모들은 자녀들의 수능시험에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1교시 시험이 시작되자 학부모들은 교문을 떠나지 않고 자녀의 고득점을 기원하며 기도하기도 했다. 한 학부모는 아들이 입실하는 순간부터 교문에 붙어 부적 안에 아들 사진을 붙여놓고 불경을 외우기도 했다.

O…각 고사장에 설치된 분리시험실은 독서실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등 시험치기에 오히려 나았다는 게 학생들의 증언. 상대적으로 수험생 수가 적어 들뜬 분위기 없이 문제풀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것.

분리시험실 감독을 맡은 한 교사는 "분리 시험장 감독을 지원했다"며 "사실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1명밖에 되지 않아 비교적 부담이 덜 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