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뒤엔 되레 일할 사람 구하기 힘들것… 2040년 고용률 54%로 급락

[Focus] 덜 낳고 빨리 늙어가는 대한민국 "걱정되네"
지난해 전 세계를 휩쓴 경제위기가 터진 이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기업들로선 신입사원 채용을 꺼리고 기존 직원을 자르는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국내 일자리는 10만개 정도 줄어들 전망이다.

내년에도 한동안 실직과 취업난이 가중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의 한국 사회에선 지금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펴낸 '고령화와 연령대별 고용률 변화 추이' 보고서에서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로 일할 수 있는 인구(생산가능인구)가 2016년을 정점으로 줄어들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고용률도 점차 낮아져 현재 60% 언저리에서 2040년이면 54%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덜 낳고 빨리 늙어가는' 인구 추세를 감안할 때 앞으로는 일할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 일할 사람이 줄어든다

국회예산정책처가 향후 고용시장에 영향을 끼칠 첫 번째 요인으로 꼽은 것은 저출산이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자녀 수)은 2002년 1.16명으로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저출산 추세는 올해까지 7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우리나라의 인구는 2018년을 정점으로 서서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의학 발달로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태어나는 아이의 수가 줄다 보니 전체적인 인구는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용시장에 영향을 줄 두 번째 요인은 고령화다.

출산율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기존 인구는 점차 늙어가다 보니 생산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생산가능인구)이 급격히 줄어들 것이란 우려다.

통상 생산가능인구는 15세 이상~64세 이하 인구를 말한다.

장인성 예산정책처 분석관은 "전체 인구는 2018년 이후 매년 0.05%씩 줄겠지만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 정점을 찍은 뒤 2017년부터 매년 0.9%씩 줄어들 것"이라고 점쳤다.

인구가 줄어드는 속도보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속도가 더 빠를 것이란 전망이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고용률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일할 사람을 구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는 의미다.

예산정책처는 2000년대 들어 취업자 수 증가율(평균 1.7%)을 감안할 때 지난해 60%에 육박했던 고용률은 2010년대에는 58%대로 떨어지고 2040년엔 54%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노동의 질 하락 우려도

저출산,고령화로 산업현장에서 일할 사람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일하는 사람들의 생산성,즉 노동의 질(質)이 떨어지는 것도 심각하다.

예산정책처가 주요 선진 9개국(미국 일본 캐나다 영국 독일 프랑스 스웨덴 이탈리아 네덜란드)의 연령대별 고용률(2007년 기준)을 비교한 결과 한국의 경우 20대 초반 고용률은 37.7%,20대 후반 고용률은 68%로 선진국에 비해 낮았다.

30~50대 고용률도 1980년 이후 70%대에 머물면서 선진국에 비해 낮았다.

반면 55세 이상 고령층의 고용률은 선진국을 웃돌았다.

이 같은 추세는 통계청이 조사한 지난 20년간 연령대별 고용률 추이에서도 나타난다.

10대와 20대의 고용률은 갈수록 하락하는 반면 60세 이상은 1990년 35.5%에서 2000년 37.7%로 높아진 뒤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산업현장에 젊은 층보다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고령인구가 많다는 의미다.

성별로 보면 여성노동력의 활용도가 미흡했다.

한국의 경우 60세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선진국에 비해 여성 고용률이 낮았다.

⊙ 청년층 · 여성 고용률 높이는 게 해법

이 같은 노동시장의 양과 질의 하락은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큰 짐이 될 수밖에 없다.

장인성 분석관은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고령층 증가는 필연적으로 성장잠재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청년층 고용과 여성인력 활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장 분석관은 "먼저 20대 청년층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대 ·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좁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금처럼 대졸 이상 고학력자가 많은 상황에선 기왕이면 임금을 더 많이 주는 대기업에 취업하려는 이들이 늘 수밖에 없고,이로 인해 청년층이 대학을 졸업하고도 오랫동안 취업준비에 몰두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의 인재 채용 방식도 천편일률적인 시험 위주에서 청년인턴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최근 삼성전자가 신입사원 채용을 인턴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처럼 청년인력에 미리 일할 기회를 준 뒤 그 성과에 따라 채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여성 고용을 확대하기 위해 '파트타임 잡' 등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고 육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용어설명

고용률

15세 이상 인구에서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보다 범위를 좁혀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군인,재소자 등은 제외) 가운데 취업자 비율을 고용률로 본다. 고용률과 함께 고용사정을 보여주는 지표로는 실업률이 있다. 실업률은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일자리를 갖고 있거나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는 사람)에서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이태명 한국경제신문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