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나라서 폭탄 터져도 9·11테러 연상” …아물지 않은 상처

[Global Issue] 9·11테러 8주년…끝나지 않은 ‘테러와의 전쟁’
9 · 11테러로 뉴욕 세계무역센터(WTC)가 참혹하게 붕괴된 자리인 '그라운드 제로' 주변엔 테러가 발생한 지 8년이 됐지만 아직도 긴장감이 팽팽하다.

건물 재건 공사가 진행 중이듯, 테러와의 전쟁도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9 · 11테러로 숨진 희생자의 유족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은 8년이 지난 요즘도 그라운드 제로를 둘러보며 당시의 참혹함을 되새겨보고 있다.

그라운드 제로 인근 리버티가에 있는 기념관(갤러리)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사진과 편지, 건물에서 나온 유품 등이 전시돼 있다.

세월이 흘러 잊혀질 법도 하지만 추모의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은 미국의 숙명이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전임 조지 W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다.

그라운드 제로 건너편 월가는 전후 최악의 신용위기에서 벗어나 평화를 되찾아가고 있지만 테러의 아픈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고 있다.

⊙ 식지 않는 추모 열기

8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9 · 11테러의 상흔은 아직 뚜렷하다.

미국인 상당수는 참상의 순간이 뇌리에 박힌 탓에 여전히 테러 공포에 떨고 있다.

그런 만큼 기념일이 되면 추모 열기가 뜨겁다.

9 · 11테러 희생자를 기리는 올해 추모식은 그라운드 제로 현장 인근의 주코티 공원에서 11일 열렸다.

연방정부는 테러 발생 이후 처음으로 이날을 국가기념일(National Day of Service and Remembrance)로 지정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유족들이 희생자 2751명의 이름을 큰 소리로 호명하는 의식을 치러졌다.

유족들은 자원봉사자와 쌍을 이뤄 희생자를 호명했다.

매년 기념식 때처럼 비행기가 각 타워에 충돌하는 시간과 건물이 무너지는 시점에 맞춰 희생자를 기리는 4번의 묵념도 했다.

해가 지면 '추모의 빛'이 맨해튼 상공을 수놓았다.

해병대 국립박물관은 희생 당일 구조활동에 동원된 장비와 WTC와 펜타곤 등지에서 확보한 시계와 구조물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뉴욕 비콘 극장에서 열린 기념식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기념 연설을 했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도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펜타곤 기념관에서 별도의 기념식을 가졌다.

뉴욕불교회는 허드슨강 40번 선창가에서 제등을 물에 띄워 희생된 영혼들을 위로했다.

뉴욕시 퀸스의 마스페스에서는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헌혈행사도 열렸다.

뉴저지주 소머셋 카운티에서는 이날 오전 카운티 법원 인근에 설치된 종을 타종하면서 9 · 11로 사망한 39명의 카운티 거주자들의 이름을 부르는 행사를 마련했다.

희생자가 있는 대부분의 지자체들도 희생자의 넋을 기리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개최했다.

⊙ 9 · 11 잔해물 기념품으로 인기

9 · 11 추모 열기가 확산됨에 따라 테러 당시 건물의 철골과 파편,잔해 들을 보관하고 있는 뉴욕과 뉴저지 항만당국은 테러 추모 기간에 당시의 잔해를 기념품으로 받기 원하는 미 전역의 경찰서와 소방서 관계자들,시장과 시 당국자들을 초청해 이들이 원하는 것을 기증할 계획이다.

현재 항만당국은 2000여개의 잔해를 케네디국제공항 창고에 보관 중이다.

이곳에는 당시 테러 공격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휘어진 대형 철골부터 국제무역센터 빌딩을 철거하면서 수거한 다양한 크기의 H빔 등 철 구조물들이 전시돼 있다.

9 · 11 희생자 유족 협의회에 따르면 테러에 따른 희생을 기리기 위해 잔해물을 원하는 지자체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세계무역센터 부지 개발권을 가지고 있는 부동산 개발업자 래리 실버스타인은 최근 그라운드 제로에 들어설 82층짜리 '프리덤 타워'와 나머지 3개의 업무용 빌딩 조감도를 공개했다.

수 년간 지연된 재건 작업은 지난달 12일 프리덤 타워의 24개 기둥 중 첫 번째 기둥이 세워지면서 다소 활기를 찾고 있다.

실버스타인 측은 2013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를 하고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AP통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맨해튼의 사무용 빌딩 공실률이 치솟는 상황에서 WTC 재건이 계획대로 잘 이뤄질지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 끝나지 않은 테러와의 전쟁

부시 전 대통령은 2001년 9 · 11테러 직후 그 배후인 오사마 빈 라덴을 반드시 심판하겠다며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지금도 '테러와의 전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빈 라덴은 오늘도 공포의 대상이고, 행방은 묘연하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축출됐던 탈레반은 다시 세력을 아프간 전역으로 확장하고 있고, 2003년 전쟁이 발발한 이라크는 미군이 주요 도시에서 철수한 뒤에도 지속적으로 폭탄테러가 일어나는 등 안정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전선의 축을 이동하면서 전쟁은 오히려 확대되는 양상이다.

사실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3월 대외정책에서 대화와 협력을 강조하는 '스마트 외교'를 표방하며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폐기하고 해외비상작전(OCO)으로 용어로 교체했다.

또 미국의 최우선 목표가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알카에다의 격멸이라고 규정한 아프팍(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합성어) 전략을 발표했다.

미국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알카에다는 전 세계 지역 조직과 연계를 통해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로버트 뮬러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9일 "테러조직 알-카에다는 아직도 해외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치명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8년간 알카에다는 지도부와 조직원들이 대거 체포 혹은 사살되는 등 타격을 입었지만 최근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시아에서 지역 테러조직 형태로 분화돼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빈곤과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중동의 예멘과 아프리카의 소말리아에서는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단체와 손잡고 알카에다가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예멘에서는 올 들어 미국 대사관과 한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폭탄 공격이 발생했는데 배후가 알카에다로 알려지고 있다.

주요 도시에서 미군이 철수한 이라크에서는 지난 8월에만 폭탄테러로 14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북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지역에서는 '알카에다 마그레브 지부(AQIM)'가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

AQIM은 1998년 결성된 알제리 반군단체 사라피스트그룹이 2007년 1월 알카에다와 연계를 강화하면서 이름을 바꾼 조직이다.

AQIM은 지난달 프랑스 대사관을 폭탄 공격해 사상자를 냈으며, 최근 몇 달간 알제리군을 공격해 3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선 알카에다의 영향을 받는 '제마 이슬라미야(JI)'가 테러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7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특급호텔 두 곳에서 발생한 자살 폭탄 테러의 주모자로 지목된 누르딘 모하메드 탑도 인도네시아 테러단체인 'JI'의 행동대장 출신이다.

아프간전은 제2의 베트남전이라는 수렁에 빠져드는 양상이다.

축출된 것으로 알려졌던 탈레반은 8년 만에 사실상 아프가니스탄 전역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국제 싱크탱크인 국제안보개발협의회(ICOS)에 따르면 탈레반은 이미 아프간 국토의 97%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실제로 활동하고 있으며, 탈레반이 실질적으로 장악한 지역은 17%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군은 올 연말까지 아프간에 6만8000명을 파병키로 했지만 추가 파병은 쉽지 않아 보인다.

CNN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프간전에 대해 미국인 57%가 반대했다.

서기열 한국경제신문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