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째 권력 대물림하는 유일한 나라…변하지 않으면 몰락
[Cover Story] 궁지에 몰린 북한… 핵 움켜잡고 위험한 도박
올 들어 남북관계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2차 핵실험, 남측 근로자 억류 등 잇단 무력 도발로 최악의 경색 국면을 맞이했다.

최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의 전격 회동,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조문을 위한 북한사절단의 방남으로 꼬였던 남북관계는 회복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핵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서 명시된 대로 김일성을 신격화하는 세계 유일의 사회주의 체제를 고수하기 위해서라고밖에 볼 수 있다.

사회주의 체제로 주민들의 굶주림을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은 이미 다른 공산주의 국가에서 입증되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할 경우 체제 붕괴가 뒤따른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다.

체제 붕괴는 북한 지배계급의 몰락을 의미한다.

북한이 2002년 '7 · 1 경제관리개선조치'로 자생적인 시장경제적 요소들을 인정하는 듯하다가 50세 미만의 장사를 금지하고 종합시장에서 공산품을 팔지 못하도록 하는 등 시장 기능을 단계적으로 억제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북한의 전략은 시장경제를 도입하거나 개혁 · 개방을 추진하지는 못하겠으니 핵실험이나 미사일 등으로 미국 등을 위협해 경제적 지원을 얻어내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그런 전략으로 몇 번 재미를 봤지만 앞으로도 계속 통할 것이라고 보면 오산이다.

북한이 처한 경제적 궁핍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도 없다.

⊙ 궁지에 몰린 북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6월26일 대북제재결의 1874호를 발표했으며 미국은 세계 각국이 이를 이행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북한의 오랜 우방인 중국도 북한의 2차 핵실험으로 인해 미국과 공동보조를 맞추고 있다.

특히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로 북한은 그동안 금융거래를 해 온 중국이나 동남아의 은행 계좌들을 활용할 수 없게 됐다.

경제 사정은 여전히 나쁘다.

지난해 실질 GDP(국내총생산)가 3.7% 성장하긴 했으나 2006년(-1.1%)과 2007년(-2.3%)의 마이너스 성장을 감안하면 나아졌다고 보기 힘들다.

최근 중국이 대북 제재에 적극적으로 공조하면서 중국과의 무역량이 줄어들고 생필품 부족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동안 인도적 차원에서 진행됐던 식량 · 비료 지원도 거의 끊기다시피 했다.

북한이 현 회장 방북 당시 △금강산 · 개성 관광 재개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개성공단 사업 활성화 △백두산 관광 재개 △군사분계선 육로 통행 원상회복 등을 약속하며 유화 제스처를 보인 것은 궁지에 몰린 자신들의 처지를 대변한다. 당장이라도 달러 유입원이었던 관광사업과 개성공단 사업은 활성화시키고 싶은 것이다.

⊙ 시장경제 역행하는 북한

[Cover Story] 궁지에 몰린 북한… 핵 움켜잡고 위험한 도박
북한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와 비핵화 이행 압박으로 궁지에 몰린 것은 사실이지만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이미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거쳤고 수백만명이 굶어죽는 속에서도 체제를 굳건히 유지해 왔다.

북한 정권은 남쪽에 자유롭고 풍요한 남한이 있는 한 자기들은 중국 같은 개혁과 개방을 시도하지 못한다고 판단한다.

자칫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허용할 경우 주민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힘들어지고, 중국식 고도 성장보다 동독과 같은 흡수통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2004년부터 북한 정부는 시장 세력에 대한 단속을 본격화했다.

2005년에 배급제를 재개하고 2006년 남성들의 장사를 금지하했으며 2007년에는 50세 미만 여성들의 장사를 제한했다.

올해부터는 전국 종합시장을 농산물만 판매하는 농민시장으로 개편했다.

공업품은 개인적으로 판매하지 못하고 국영상점에서만 판매하도록 한 것이다.

또 북한 전역에서 1일,11일,21일 열흘마다 한번씩만 장이 설 수 있게 했다.

시장 폐업과 거의 다름 없는 조치다.

이러한 조치의 목표는 주민들을 자유와 체제 비판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시장으로부터 분리해 국가 감시가 편리한 협동농장에 다니도록 하는 것이다.

체제 붕괴의 위험에 직면한 북한의 지배계급들은 개혁을 정치적인 자살처럼 보고 체제를 그대로 냉동시키려 한다.

그들의 시도가 성공할 때마다 백성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지고 북한 사회의 미래는 점점 더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 변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

현재 북한의 사회 체제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오죽하면 중국조차도 "북한은 세상에서 가장 신비롭고 이해하기 어려운 국가"라고 평했을까.

중국 외교부 직속의 세계지식출판사가 격주로 발행하는 '세계지식'은 지난달 초 북한 김일성과 김정일의 부인,자녀 등 베일에 싸인 '김씨 가계'를 자세히 소개하는 장문의 기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북한은 지금 3대 세습체제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때 파견된 조문단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끈질기게 요청해 성사시켰다.

북한 조문단이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내비친 것도 김정운으로의 권력 승계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북한이 현재 체제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경제적 궁핍이라는 북한의 가장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또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북한은 국제적으로 고립될 수밖에 없다.

북한 정권이 김일성 주체사상을 기반으로 한 사회주의를 과감히 떨쳐버리고 개혁 · 개방에 나서야만 북한에 있는 우리 동포들이 제대로 살 수 있다.

장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