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말쯤 상당수 대학이 100% 입학사정관제로 학생들을 뽑을 것이다. "

지난 7월27일,이명박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에서 한 발언이다.

올해 들어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이 줄을 이으면서,대학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입학사정관제도는 무척 생소하다.

특히 2010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고3 학생들의 경우,수학능력시험을 축으로 하는 기존의 입시 제도에 복잡한 수시 전형과 입학사정관제까지 더해져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약 100년 전 먼저 입학사정관제도를 도입한 미국의 경우 성적보다는 학생의 적성과 잠재력을 우선시하여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미국의 일부 대학에서는 학업성적을 크게 고려하지 않은 곳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UC버클리의 경우 고교생활 기록,에세이,교과외 활동,봉사,성격과 재능 등의 요소를 주된 평가 요소로 삼고 성적은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

스탠퍼드 대학의 경우에도 고교학업 성적이나 SAT성적보다는 학생의 성장환경,잠재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다.

이와 같이 선발 과정에 체계적인 기준이 정립되어 있고,공정성과 신뢰성이 확보된 미국은 성공적으로 입학사정관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19년전 입학사정관제도인 A/O (Admission Office)제도를 도입했던 일본은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의 입학사정관제도 미국 한국과 같이 수치화되기 어려운 잠재력과 적성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되었다.

하지만 도입된 지 20년이 되어가는 지금,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학생들의 성적을 거의 고려하지 않는 대학들이 늘면서 A/O제도로 입학한 학생들의 낮은 수학능력이 문제가 되고 있으며,평가기준의 공정성,신뢰성 확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입학사정관제의 취지에 맞춰 학생을 제대로 선발하지 못하는 전형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오랜 기간의 정착 기간을 거친 미국,일본과 달리 한국의 입학사정관제는 2007년 중앙대 한양대 건국대 등 10개 대학이 시행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2010학년도 입시에서는 총 47개 대학에서 약 2만 여명의 학생을 선발하는 수준으로 크게 확대되었다.

이처럼 한국의 경우 빠른 속도로 입학사정관제도가 정착되었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제도의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평가기준의 마련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학교육협의회는 올해 초 입학사정관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입학사정관제의 혼선을 막고자 노력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대학별로 상이한 평가기준과 학생들의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정보 부족은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지원하는 것을 더욱 꺼리게 하고 있다.

입학사정관제의 확대 실시에 대한 일선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반응 또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유덕용 학생(인천 세일고 3년)은 "입학사정관제는 잠재력이 있는 인재를 선출하는 좋은 제도이긴 하지만,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선뜻 지원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인천의 어느 학부모는 "정작 대학 입시를 지원하는 아이가 제도를 잘 모르는 것 같다"며 "단순한 전형 설명에 앞서 학생들의 관심 유도와 참여 촉구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강남의 한 학부모는 "새로 도입되는 입학사정관제가 면접 학원과 컨설팅 업체의 성행을 부추겨 오히려 사교육 부담을 크게 늘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이와 같은 학부모의 염려는 비단 입학사정관제 시행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실제로 매년 변화하는 입시 제도에 맞게 우후죽순 생겨나는 수많은 학원들은 그 종류와 범위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가격 부담 또한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입학사정관제도 역시 입시 컨설팅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사교육을 성행하게 만들며 앞으로 생길 큰 부작용을 예고하고 있다.

강남의 E 컨설팅 업체의 경우 1주일 4시간 상담에 월 300만원을 받기도 하며 P에듀는 온라인 진단과 오프라인 컨설팅을 포함, 1회 60만원 등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보 접근이 용이하지 못한 학생과 학부모는 불안한 마음에 울며겨자먹기식으로 학원을 찾곤 한다.

이러한 상황은 이명박 대통령이 언급한 사교육을 줄일 수 있다는 입학사정관제도의 본래 취지와 어긋나고 있다.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좋은 제도를 도입하였지만,성급한 추진으로 인해 부작용이 생겨 아쉬운 부분으로 평가되고 있다.

동국대 김경숙 입학사정관은 "기존에는 지원자는 없고 성적만 있었다.

단순한 성적만을 가지고 당락을 결정했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제도는 사람이 사람을 뽑는 제도이다.

그리하여 성적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잠재력과 능력 그리고 열정을 보고 학생을 선발할 수 있게 되었고,이를 통한 학생들의 다양화로 학생들 간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입학사정관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앞으로의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처럼 점수 위주의 단순 줄 세우기에서 벗어나,다양한 소질과 잠재력을 보고 학생을 뽑을 수 있는 장점 때문에 대학들은 입학사정관제의 확대를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보다 충분한 시간의 준비기간을 통해 선발 기준의 공정성,신뢰성을 확보한 후에 확대 시행하자는 의견들이 지배적이다.

기존 입시 제도의 한계점을 극복하여,뛰어난 재능과 잠재력을 가진 학생들을 뽑겠다는 좋은 취지를 가진 제도인 만큼,입학사정관제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 정부와 대학의 노력과 학생들의 관심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문경록 생글기자(영동고3) moonkr5@naver.com

성민우 생글기자(세일고3) smw9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