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털이’가 단어가 되지 못한 이유

옷에 묻은 먼지는 떨어야 할까,털어야 할까.

대추나무에 열린 대추를 따려면 대추나무를 떨어야 하나,털어야 하나.

‘떨다’와 ‘털다’는 의미적으로도 비슷할 뿐만 아니라 그 쓰임새 역시 미세한 차이만을 보여 여간해선 구별해 쓰기 힘든 말이다.

그러다 보니 ‘재떨이’와 ‘재털이’는 어느 게 바른 말인지 또는 두 가지 다 써도 좋은 것인지 헷갈리기 십상이다.

우선 ‘떨다’와 ‘털다’의 사전적 풀이를 보면 각각은 ‘달려 있거나 붙어 있는 것을 쳐서 떼어 내다’ 달려 있는 것,붙어 있는 것 따위가 떨어지게 흔들거나 치거나 하다‘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런 풀이로는 두 말의 쓰임새를 구분하기 힘들다.

이보다는 각각의 용례를 통해 보면 두 말의 쓰임새에 일관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우선 ‘떨다’는 ‘옷에 묻은 먼지를 떨다/점퍼 위에 쌓인 눈을 떨다/밤나무의 밤을 떨다/곰방대에서 담뱃재를 떨다’처럼 쓰인다.

이에 비해 ‘털다’는 ‘먼지 묻은 옷을 털다/쌓인 눈을 떨어내기 위해 점퍼를 털다/밤을 따기 위해 밤나무를 털다/담뱃재를 떨어내기 위해 곰방대를 털다’ 식으로 쓰인다.

각각의 용례에서 보이는 차이는 무엇일까.

요령은 ‘어떤 대상 A에 달려있거나 붙어있는 것 B’를 구별하는 것이다.

A는 본체이고 B는 거기 달려있는 ‘무엇’이다.

이때 각각의 쓰임새는 ‘A를 털어 B를 떨어내다’ 식으로 된다.

가령 ‘옷에 묻은 먼지’라고 하면 ‘옷을 털어 먼지를 떨어내다’가 된다.

즉 옷은 ‘터는’ 것이고 먼지는 ‘떨어내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곰방대를 털어 담뱃재를 떨어내다’라고 한다.

그래서 먼지나 담뱃재를 떨어내는 수단이나 도구는 ‘먼지떨이’고 ‘재떨이’다.

‘먼지털이’나 ‘재털이’라고 하지 않는 이유이다.

이때 ‘떨이’의 ‘이’는 옷걸이,목걸이 등에서처럼 ‘사물’의 뜻을 더하는 데 쓰이는 접미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