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난 5월23일 한 블로그에 '노 전 대통령 때문에 무한도전이 결방했다'는 내용의 글이 실렸다.

'월요일날 죽으면 될 것이지''아예 노 전 대통령에 관한 뉴스만 보는 날이라고 써놓지?' 등 다소 고인을 욕보일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충격에 빠졌던 누리꾼들은 이에 큰 분노를 터뜨렸다.

곧 한 누리꾼에 의해 글 작성자의 신상이 밝혀졌다.

작성자는 대구에 거주하는 한 초등학생으로,곧 인터넷 게시판에는 나이 학교 등 작성자와 관련된 정보가 공개되었다.

심지어 게시판에는 작성자의 사진까지 일파만파로 퍼졌다.

이후 약 1시간 동안 작성자의 블로그에는 수천개의 비난 댓글이 달렸다.

작성자는 곧바로 해당 게시글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렸으나 비난 글은 멈추지 않았고,심지어 작성자의 사생활 하나하나를 비방하는 댓글까지 생겨났다.

결국 다음날 블로그는 폐쇄되었다.

블로그 주소에는 방문객의 접근이 제한된다는 메시지만 나타났다.

'익명의 세상',사이버 공간이 활성화되면서 악성 게시물과 댓글은 현대사회가 직면한 새로운 문제가 되었다.

악의적으로 쓴 글과 댓글은 상대방에게 모욕감과 치욕감을 줄 우려가 있다.

최근에는 악성 게시물로 인해 최진실씨 등 연예인들이 자살하면서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사이버 모욕죄의 도입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사이버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이버 폭력 관련 범죄 발생 건수는 1만3819건으로 2004년의 5816건에 비해 약 2.4배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누리꾼 사이에서는 악성 게시물을 자체적으로 근절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그러나 아직 어린 초등학생에게 무자비한 비난 '폭격'을 한 것은 올바른 방식이라 할 수 없다.

분명 고인을 욕보인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잘못된 행동이다.

하지만 아직 사회를 보는 눈이 미숙한 초등학생이 저지른 행동을 두고 갖은 욕설과 비방으로 대응할 필요까지 있었을까 의문이다.

굳이 비난이 아니더라도 잘못을 깨닫게 해주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더군다나 잘못이 있다고 해서 신상을 밝히고 사진을 유포한 것은 도를 넘어선 명백한 사이버 테러다.

한 사람을 사이버상에서 완전히 매장한 것이다.

한 누리꾼은 '마녀 사냥이나 다름없다. 한 아이의 인생을 이렇게 망쳐도 되느냐'며 '고인이 된 노 전 대통령이 이런 걸 원하시겠느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악성 게시물에 대한 누리꾼들의 민감한 반응은 이 문제에 대해 누리꾼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악성 글을 올렸다고해서 무차별적인 개인 신상 정보 공개 등 사생활 침해로 이어진다면 그것 또한 사이버 폭력이나 다름없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구절처럼,비난보다는 실수를 용서하고 올바르게 계도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더욱 성숙한 사이버 문화를 기대해본다.

이은석 생글기자(고양 능곡고 3년) dldmstjr1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