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항공업계 직격탄… “최악의 경우 세계GDP 5% 잠식”
[Global Issue] 세계 경제, ‘돼지 인플루엔자’에 감염되나
멕시코발 신종 돼지 인플루엔자(SI)가 이제 막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으려는 글로벌 경제에 걸림돌로 등장했다.

SI는 지금까지 15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멕시코를 비롯 미국 캐나다뉴질랜드 이스라엘 프랑스 영국 브라질 등 거의 전 대륙으로 퍼지며 세계인을 공포에 떨게 만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7일 SI에 대한 전염병 경보 수준을 3단계에서 4단계로 높였다.

2004년 조류 인플루엔자(AI) 발생 시 전염병 경보가 3단계였던 점을 감안하면 상황이 한층 급박해졌다는 뜻이다.

4단계는 사람간 전염병 감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의미로 각국은 이때부터 △감염지역 주민 격리 △여행 자제 권고 △여행자 검역 등 방역에 나서야 한다.

WHO 인플루엔자 경보는 1~6단계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유행(Pandemic · 펜데믹)을 의미하는 6단계가 최고 등급이다.

SI가 계속 확산될 경우 향후 5단계,6단계로 추가 상향이 가능하다.

WHO는 수백만명분의 항바이러스제를 공급키로 했다.

WHO는 29일 현재 전 세계적으로 SI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사람은 79명이라고 밝혔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40명으로 가장 많고 멕시코 26명,캐나다 6명,뉴질랜드 3명,영국 2명,스페인 2명 등이다.

SI의 진원지로 지목된 멕시코의 경우 감염 의심환자 수도 2500여명으로 늘었으며 이 가운데 1300명 이상이 치료를 받고 있다.

SI는 미국 심장부인 뉴욕까지 강타하며 미국인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에서 감염되거나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가 100명을 넘은 데다 뉴욕에선 학교 문을 닫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뉴욕이 SI의 '제2 진원지'가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SI 확산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의회에 15억5000만달러의 추가 예산 지출을 요청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8일 "미국 내 SI 감염 사례가 6개주에 걸쳐 68건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 중 뉴욕시에선 45건의 SI환자가 발생, 미국 내 최다 감염지역이 됐다.

지난 25일 퀸즈의 세인트 프랜시스학교 학생 8명이 첫 감염 사례로 확인된 이후 27일 그 수가 28명으로 늘어난데 이어 하루 새 또다시 17명이 추가된 것이다.

특히 멕시코를 다녀온 적이 없는 환자들도 다수 발생하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SI가 번지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뉴욕에서 처음 SI 환자들이 발생한 세인트 프랜시스 프렙스쿨 인근의 한 초등학교에서 이날 82명이 감기 증세를 보여 역학조사와 함께 휴교령이 내려졌다.

세계 각국 정부에선 SI 확산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멕시코는 다음 달 6일까지 모든 학교에 휴교령을 내리고 시민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주고 있다.

세계은행(WB)은 SI 대책 마련을 위해 멕시코에 2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키로 했다.

또 아르헨티나는 멕시코 경유 선박과 항공기 전 승무원에 대해 SI 감염 여부를 체크하기로 했다.

중국은 멕시코와 미국 텍사스 캔자스 캘리포니아주에서 생산된 돼지고기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일본은 SI대책본부를 신설하고 멕시코인에 대한 입국 비자 면제 조치를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은 30일 SI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보건담당 장관회의를 가졌다.

러시아는 멕시코 미국 및 카리브해 연안 국가로부터의 육류 수입을 제한하기로 했다.

SI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글로벌 기업들도 비상에 걸렸다.

로이터통신은 29일 SI 감염자가 속출하는 멕시코와 미국에 거점을 둔 글로벌 기업들이 사무실을 폐쇄하거나 해외출장을 자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글과 소니는 28일부터 멕시코시티 사무실을 한시적으로 폐쇄했다.

멕시코에 생산 및 판매 거점을 둔 도요타자동차는 현지 판매사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지시했다.

회계법인 언스트앤영은 뉴욕 맨해튼 지점 직원 한명이 SI증상을 보이자 해당 부서를 폐쇄했다가 음성 판정을 받은 뒤 업무를 재개했다.

해외출장 금지령도 잇따랐다.

일본 캐논과 산요전기는 멕시코 출장을 전면 금지했고 혼다는 다음 달 6일까지 멕시코를 비롯 모든 지역의 해외출장을 중단시켰다.

일본 자동차부품사인 덴소는 멕시코 근무자와 가족에게 본국으로 돌아오라고 지시했다.

SI 감염 방지를 위해 각국 정부가 해외여행 자제에 나서면서 여행업계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한국은 자국민에게 멕시코 여행을 피할 것을 당부했다.

쿠바는 48시간동안 항공기 운항을 중단했고 아르헨티나는 다음 달 4일까지 멕시코발 항공편 착륙을 금지했다.

선박도 멕시코를 피해가고 있다.

세계 3대 크루즈선사 중 하나인 로열 캐리비안 크루즈는 멕시코항 정박을 무기한 중단했고 카니발 크루즈는 다음 달 4일까지 멕시코편을 없앴다.

쇼와의 날(히로히토 전 일왕의 생일) 휴일인 29일부터 8일 이상 황금 연휴(골든위크) 특수를 누릴 것으로 기대했던 일본 여행 · 항공업계는 SI의 직격탄을 맞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일본항공(JAL)은 도쿄 나리타~멕시코 노선 예약자 10%가 항공편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일본 최대 여행사인 JTB와 긴키니혼투어 등 여행업계는 28일부터 멕시코 단체여행을 자진 중단했다.

AP통신은 SI 사태로 전세계 여행 · 무역 · 제조업의 타격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호주 뉴스닷컴 등에 따르면 SI는 세계 경제에 최대 4조4000억달러의 피해를 끼칠 것으로 예측됐다.

로이터통신은 27일 지난해 금융위기 발발 이전 시점에 발간된 세계은행 보고서를 인용,SI가 전세계로 확산돼 최대 7000만명가량 사망하는 '펜데믹(전염병에 의한 대규모 사망)' 수준이 될 경우 세계경제에 미칠 부담이 총 3조달러에 이르고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를 잠식할 것이라는 비관적 관측을 전했다.

호주 뉴스닷컴은 호주수출금융보험사 자료를 인용,SI가 전세계로 확산된다면 경제피해 규모가 최소 4630억달러에서 최대 4조4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최악의 경우 호주 GDP가 10.6%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도 SI가 당분간 미국 경제에 걱정거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로렌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회의 위원장은 "(전염병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미 내수는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뉴저지 소재 WBB시큐리티가 발표한 보고서는 전염병이 창궐하면 미국의 경제적 손실이 1조4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미아 한국경제신문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