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겸손한 多者주의 지향
최근 글로벌 서밋(정상회의)의 최대 화두는 '오바마표 스마트(smart) 외교'다.
이달 초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부터 체코와 터키 방문, 17일부터 시작된 멕시코 미주정상회의에 이르기까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새 외교 스타일은 유럽 중동 중남미 등 세계를 잇달아 들썩이게 하고 있다.
스마트 외교의 코드는 대화와 설득, 화해로 요약된다.
목표는 잃어버린 미국의 리더십을 복구하겠다는 '담대한 희망'이다.
⊙ 일방주의 접고 다자주의로 간다
지난 1월 오바마 대통령은 조지 미첼 중동특사를 현지로 파견하기 전 백악관으로 불러들였다.
미첼에게 당부한 말은 한가지였다.
"귀를 기울이면서 시작하세요. 미국은 그동안 너무 자주 윽박질렀습니다."
오바마는 외교 데뷔 무대인 G20 회의에 참석하러 가면서도 "각국의 목소리를 경청하러 간다"고 단촐하지만 의미 깊은 출사표를 던졌다.
대외 관계에서 과거 부시 정권의 일방주의를 버리고 겸손한 다자주의로 간다는 뜻이었다.
실제 오바마는 G20 회의에서 자신의 큰 귀를 유감없이 활용했다.
프랑스와 중국이 조세피난처 명단 공개 문제로 대립하자 외교적 중재력을 발휘해 타협점을 찾아냈다.
미 금융위기를 틈타 미국의 위상을 흔드는 발언을 서슴지 않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회담이 끝난 뒤 오바마를 뛰어난 중재자로 치켜세웠다.
"경청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찬사를 보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과 핵무기 감축 협상을 재개키로 합의했다.
또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볼리비아와 관련, "민주적 관습을 어떤 구조로 하라고 미국이 다른 국가들에 얘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상호존중의 입장에서 껄끄러웠던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오바마는 적국 국민에게도 손을 내밀며 스마트 외교를 펼치고 있다.
그는 지난 1월27일 중동의 주요 TV뉴스 채널인 알 아라비아와 가진 첫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실수도 했지만 미국은 이슬람의 적이 아니다"고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이란 전통력으로 1월1일인 '노우르즈'를 기념,지난 3월20일엔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로 이란 국민에게 화해의 메시지를 보냈다.
3분35초 분량의 이 비디오 메시지는 '새해, 새로운 시작'이라는 주제였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이에 지난 8일 "이란은 정직한 오바마 대통령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화답했다.
오바마의 소통 방식은 다채롭다.
그는 G20 회의 뒤 체코를 방문, 수만명의 체코 국민이 모인 광장을 택했다.
프라하 중앙광장 연설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주창해 지난해 대선 연설에 못지 않은 인기몰이를 했다.
다시 터키로 건너가서는 의회연설을 갖고 "미국은 이슬람과 전쟁을 하고 있지 않으며, 앞으로도 전쟁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터키는 취임 후 첫 이슬람권 국가 방문지였다.
47년간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봉쇄한 쿠바와의 관계 개선에서도 쿠바인들의 공감대를 먼저 자극하는 전략을 폈다.
약 150만명에 이르는 쿠바계 미국인들이 쿠바에 있는 친지를 방문하고 송금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미국의 축출 대상이었던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미국의 조치는 최소한이지만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 미국적 가치 되살리고 지구 공동 문제 앞장
오바마 대통령이 공식 집무한 지 이틀째인 지난 1월22일.
그는 쿠바 관타나모 기지 내 테러용의자 수감시설을 1년 안에 폐쇄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대통령령)에 서명했다.
아울러 중앙정보국(CIA)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수감시설을 폐쇄하고,미 육군의 실무 매뉴얼에 규정된 19개 방식 이외의 심문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도 사인했다.
두 가지는 부시 정부 시절 세계의 비판이 집중됐던 대외정책이었다.
그는 저서 '담대한 희망: 새로운 미국에 대한 전망과 모색'에서 "우리가 재판도 없이 혐의자들을 무기한 억류하거나 아니면 고문받을 것이 뻔히 예상되는 나라들로 이들을 한밤중에 이송해 버린다면 독재 국가들에 인권보호와 법치를 강하게 촉구할 능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었다.
전임 부시 대통령이 내팽개친 지구온난화(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은 오바마식 환경 · 에너지 외교의 진면목이다.
그는 지난 5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미 ·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이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한 부시 대통령과는 극적으로 대비됐다.
오바마 대통령의 스마트 외교는 취임사에서 천명했듯 "적대국이 주먹을 펴면 미국도 손을 내민다"는 명확한 원칙을 갖고 있다.
이제 관심은 북한이다.
6자회담 불참을 선언하고, 핵시설을 복구하려는 북한 김정일 위원장에게 스마트 외교가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용인술로 스마트 파워 극대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 용인술은 본인이 직접 나서는 대신 해당 분야 전문가를 적극 활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오바마 정부는 주요 외교전선마다 '특별대표'나 '특사'라는 스마트 외교 첨병들을 임명해 운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람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비롯해 수전 라이스 주유엔 미국 대사, 조지프 나이 주일본 미 대사 내정자,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 성 김 북핵특사, 조지 미첼 중동특사, 리처드 홀부르크 아프가니스탄 · 파키스탄 특사 등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최대 라이벌이었던 클린턴을 과감히 발탁했다.
클린턴 장관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퍼스트 레이디로서 글로벌 인지도가 높고, 외교감각을 익혀온 터라 적임자로 평가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 장관을 자신보다 먼저 한국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로 파견했다.
클린턴 장관은 가는 곳마다 미국의 새 이미지를 심는 성과를 올려 오바마 대통령의 기대에 부응했다.
오바마 정부는 또 수전 라이스 유엔 대사를 내세워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거에도 출마키로 했다.
부시 정부가 이스라엘만 비판하는 국제포럼이라며 창설 자체를 거부한 인권이사회였기 때문에 다른 회원국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총장을 지낸 데 이어 김대중 정부 시절(1997~2000년) 주한 미 대사를 역임했다.
리처드 홀부르크 특사는 동유럽의 보스니아 내전을 종식시킨 데이턴 협정을 주도했으며, 주유엔 미 대사도 지냈다.
조지 미첼 특사는 1990년대 중반 북아일랜드 평화협상에 미국 측 특사로 참여해 벨파스트 평화협정을 이끌어냈다.
미국의 아시아 외교 2대 축인 일본과 중국을 담당할 대사직도 스마트 외교의 주무대다.
주일본 미 대사에 내정된 조지프 나이 하버드 케네디행정대학원장은 스마트 외교의 뿌리인 '스마트 파워' 개념을 처음 사용한 주인공이다.
그는 1996년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과 함께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산하에 스마트파워위원회를 신설했다.
나이는 "미국은 지금까지 하드파워인 군사력과 경제력을 힘으로 사용해 왔으나 수년 전부터 제대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면서 "스마트 파워는 위협하지 않고 다른 국가들과 미국의 목표를 공유할 수 있는 소프트 파워(희망과 낙관주의 등 전통적인 미국적 가치) 등 다양한 미국의 힘을 말한다"고 정의했다.
김미희 한국경제신문 기자 iciici@hankyung.com
최근 글로벌 서밋(정상회의)의 최대 화두는 '오바마표 스마트(smart) 외교'다.
이달 초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부터 체코와 터키 방문, 17일부터 시작된 멕시코 미주정상회의에 이르기까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새 외교 스타일은 유럽 중동 중남미 등 세계를 잇달아 들썩이게 하고 있다.
스마트 외교의 코드는 대화와 설득, 화해로 요약된다.
목표는 잃어버린 미국의 리더십을 복구하겠다는 '담대한 희망'이다.
⊙ 일방주의 접고 다자주의로 간다
지난 1월 오바마 대통령은 조지 미첼 중동특사를 현지로 파견하기 전 백악관으로 불러들였다.
미첼에게 당부한 말은 한가지였다.
"귀를 기울이면서 시작하세요. 미국은 그동안 너무 자주 윽박질렀습니다."
오바마는 외교 데뷔 무대인 G20 회의에 참석하러 가면서도 "각국의 목소리를 경청하러 간다"고 단촐하지만 의미 깊은 출사표를 던졌다.
대외 관계에서 과거 부시 정권의 일방주의를 버리고 겸손한 다자주의로 간다는 뜻이었다.
실제 오바마는 G20 회의에서 자신의 큰 귀를 유감없이 활용했다.
프랑스와 중국이 조세피난처 명단 공개 문제로 대립하자 외교적 중재력을 발휘해 타협점을 찾아냈다.
미 금융위기를 틈타 미국의 위상을 흔드는 발언을 서슴지 않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회담이 끝난 뒤 오바마를 뛰어난 중재자로 치켜세웠다.
"경청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찬사를 보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과 핵무기 감축 협상을 재개키로 합의했다.
또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볼리비아와 관련, "민주적 관습을 어떤 구조로 하라고 미국이 다른 국가들에 얘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상호존중의 입장에서 껄끄러웠던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오바마는 적국 국민에게도 손을 내밀며 스마트 외교를 펼치고 있다.
그는 지난 1월27일 중동의 주요 TV뉴스 채널인 알 아라비아와 가진 첫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실수도 했지만 미국은 이슬람의 적이 아니다"고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이란 전통력으로 1월1일인 '노우르즈'를 기념,지난 3월20일엔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로 이란 국민에게 화해의 메시지를 보냈다.
3분35초 분량의 이 비디오 메시지는 '새해, 새로운 시작'이라는 주제였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이에 지난 8일 "이란은 정직한 오바마 대통령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화답했다.
오바마의 소통 방식은 다채롭다.
그는 G20 회의 뒤 체코를 방문, 수만명의 체코 국민이 모인 광장을 택했다.
프라하 중앙광장 연설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주창해 지난해 대선 연설에 못지 않은 인기몰이를 했다.
다시 터키로 건너가서는 의회연설을 갖고 "미국은 이슬람과 전쟁을 하고 있지 않으며, 앞으로도 전쟁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터키는 취임 후 첫 이슬람권 국가 방문지였다.
47년간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봉쇄한 쿠바와의 관계 개선에서도 쿠바인들의 공감대를 먼저 자극하는 전략을 폈다.
약 150만명에 이르는 쿠바계 미국인들이 쿠바에 있는 친지를 방문하고 송금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미국의 축출 대상이었던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미국의 조치는 최소한이지만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 미국적 가치 되살리고 지구 공동 문제 앞장
오바마 대통령이 공식 집무한 지 이틀째인 지난 1월22일.
그는 쿠바 관타나모 기지 내 테러용의자 수감시설을 1년 안에 폐쇄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대통령령)에 서명했다.
아울러 중앙정보국(CIA)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수감시설을 폐쇄하고,미 육군의 실무 매뉴얼에 규정된 19개 방식 이외의 심문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도 사인했다.
두 가지는 부시 정부 시절 세계의 비판이 집중됐던 대외정책이었다.
그는 저서 '담대한 희망: 새로운 미국에 대한 전망과 모색'에서 "우리가 재판도 없이 혐의자들을 무기한 억류하거나 아니면 고문받을 것이 뻔히 예상되는 나라들로 이들을 한밤중에 이송해 버린다면 독재 국가들에 인권보호와 법치를 강하게 촉구할 능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었다.
전임 부시 대통령이 내팽개친 지구온난화(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은 오바마식 환경 · 에너지 외교의 진면목이다.
그는 지난 5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미 ·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이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한 부시 대통령과는 극적으로 대비됐다.
오바마 대통령의 스마트 외교는 취임사에서 천명했듯 "적대국이 주먹을 펴면 미국도 손을 내민다"는 명확한 원칙을 갖고 있다.
이제 관심은 북한이다.
6자회담 불참을 선언하고, 핵시설을 복구하려는 북한 김정일 위원장에게 스마트 외교가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용인술로 스마트 파워 극대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 용인술은 본인이 직접 나서는 대신 해당 분야 전문가를 적극 활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오바마 정부는 주요 외교전선마다 '특별대표'나 '특사'라는 스마트 외교 첨병들을 임명해 운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람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비롯해 수전 라이스 주유엔 미국 대사, 조지프 나이 주일본 미 대사 내정자,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 성 김 북핵특사, 조지 미첼 중동특사, 리처드 홀부르크 아프가니스탄 · 파키스탄 특사 등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최대 라이벌이었던 클린턴을 과감히 발탁했다.
클린턴 장관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퍼스트 레이디로서 글로벌 인지도가 높고, 외교감각을 익혀온 터라 적임자로 평가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 장관을 자신보다 먼저 한국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로 파견했다.
클린턴 장관은 가는 곳마다 미국의 새 이미지를 심는 성과를 올려 오바마 대통령의 기대에 부응했다.
오바마 정부는 또 수전 라이스 유엔 대사를 내세워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거에도 출마키로 했다.
부시 정부가 이스라엘만 비판하는 국제포럼이라며 창설 자체를 거부한 인권이사회였기 때문에 다른 회원국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총장을 지낸 데 이어 김대중 정부 시절(1997~2000년) 주한 미 대사를 역임했다.
리처드 홀부르크 특사는 동유럽의 보스니아 내전을 종식시킨 데이턴 협정을 주도했으며, 주유엔 미 대사도 지냈다.
조지 미첼 특사는 1990년대 중반 북아일랜드 평화협상에 미국 측 특사로 참여해 벨파스트 평화협정을 이끌어냈다.
미국의 아시아 외교 2대 축인 일본과 중국을 담당할 대사직도 스마트 외교의 주무대다.
주일본 미 대사에 내정된 조지프 나이 하버드 케네디행정대학원장은 스마트 외교의 뿌리인 '스마트 파워' 개념을 처음 사용한 주인공이다.
그는 1996년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과 함께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산하에 스마트파워위원회를 신설했다.
나이는 "미국은 지금까지 하드파워인 군사력과 경제력을 힘으로 사용해 왔으나 수년 전부터 제대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면서 "스마트 파워는 위협하지 않고 다른 국가들과 미국의 목표를 공유할 수 있는 소프트 파워(희망과 낙관주의 등 전통적인 미국적 가치) 등 다양한 미국의 힘을 말한다"고 정의했다.
김미희 한국경제신문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