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상황에 맞춰 투자상품 발빠르게 갈아탈수 있어

[Make Money] 랩(Wrap)에 싸여볼까… 우산(엄브렐러) 속으로 들어갈까…
지난 2월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일대 변혁을 가져올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자산관리시장에도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투자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투자 권유준칙'의 까다로운 절차를 줄일 수 있거나 시장 상황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바로 랩어카운트와 엄브렐러 펀드다.

⊙ 랩어카운트란

랩어카운트는 고객이 직접 자산을 관리하던 기존의 투자 방식과는 달리 증권회사의 전문가들이 고객예탁자산의 구성(자산배분)에서부터 운용 및 투자자문까지 고객의 성향에 맞춰 관리해주는 일임형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다.

선진국 투자은행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영업 형태로, 수수료도 전체 자산에 대해 연간으로 부과된다.

이제까지 일반 투자자들은 증권사에 계좌를 터놓고 주식 거래를 할 때마다 건당 수수료를 내거나 펀드 가입 때마다 운용 · 판매 보수 등을 내는 식으로 거래해오고 있다.

랩어카운트는 주로 컨설턴트형랩과 뮤추얼펀드형랩으로 구분된다.

컨설턴트형랩은 영업사원이 고객의 투자 목적에 맞게 자산을 운용할 하나 또는 복수의 자문사를 소개해준다.

증권사 내 랩운용부서가 있어 고객의 자산을 투자 성향과 분산투자 원칙에 맞게 운용해 주기도 한다.

뮤추얼펀드형랩은 영업직원이 펀드를 골라 투자목적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주는 상품이다.

고객에 맞는 자문사를 선택하느냐 아니면 펀드를 선택하느냐의 차이다.

수많은 펀드 중 성과가 우수한 펀드를 골라 고객 성향에 맞게 주식형 채권형 MMF(머니마켓펀드) 등으로 자산을 배분하고, 주식형 안에는 국내와 해외로 나눠 투자한다.

최근에는 펀드 대신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를 하기도 한다.

ETF는 특정 지수의 수익률을 따라가도록 설계된 인덱스펀드를 거래소에 상장시켜 일반주식과 동일하게 거래되는 금융상품이다.

한편 엄브렐러(Umbrella) 펀드는 하나의 펀드에 채권형,MMF,성장주식형,인덱스주식형 등 운용방법과 투자방법이 다른 여러 개의 자(子)펀드가 들어 있는 걸 말한다.

우산(엄브렐러) 꼭지에 여러 개의 우산살이 퍼져 있는 모양을 연상하면 쉽게 이해된다.

이런 점에서는 뮤추얼펀드형랩과 유사하지만 랩어카운트는 전체 자산에 대해 수수료가 부과되는 반면 엄브렐러펀드는 펀드별로 적용되는 수수료를 내야 하고 투자 대상 상품이 다양하지 않은 편이다.

⊙ 랩이 주목받는 이유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펀드에 처음으로 가입하기 위해서는 투자 성향을 파악하기 위한 '투자정보확인서'를 작성해야 한다.

증권사나 은행 등 판매사는 고객의 성향에 맞는 펀드만 가입을 권유할 수 있다.

투자성향 분석 결과 '중립형'으로 분류된 투자자라면 주식혼합형 펀드까지만 투자권유를 받을 수 있고 이보다 위험등급이 높은 주식형펀드나 파생상품펀드 등에 가입하려면 '투자자 확인서'를 작성해야한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높은 등급의 위험 상품에 가입하며 책임도 본인에게 있다는 걸 확인해 줘야 한다.

이후에도 투자자가 새로운 상품에 가입하려면 객장을 찾아 일일이 확인서를 다시 작성해야한다.

하지만 랩어카운트는 한 번 계약하면 새로운 상품에 가입할 때마다 써야 하는 확인서를 작성할 필요가 없다.

기본적으로 랩어카운드는 초고위험으로 구분돼 처음 계좌개설 때 자신의 투자성향에 맞지 않을 경우 한 번만 '투자자 확인서'를 쓰면 된다.

증권사들은 랩어카운트 시장 성장을 예상하며 가입요건을 완화해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보통 10억원 이상 거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데서 최근에는 1억원 이상으로 문턱을 크게 낮췄다.

지난해 말은 대우증권이 업계 최초로 랩어카운트 수수료를 인하하기도 했다.

한편 엄브렐러 펀드에 가입하면 투자자가 원하는 대로 펀드를 갈아탈 수 있지만 옮겨갈 때마다 확인서를 써야 하는 불편은 있다.

하지만 요즘처럼 시장이 박스권에서 널뛰기를 할 때는 장세에 따라 투자 대상을 바꿔가면서 펀드에 가입해 투자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1년에 일정 정해진 횟수만큼은 펀드 간 전환수수료가 없고 중도인출(환매) 수수료가 없다는 점이 장점이다.

하위 펀드는 운용자산에 따라 주식형 · 혼합형 · 채권형 등으로 구분된다.

혹은 분야에 따라 IT(정보기술) · 소재 · 소비재 등 업종으로 나눠지기도 한다.

펀드 수익률이 주가지수와 함께 움직이는 인덱스와,이와 거꾸로 움직이는 리버스인덱스 등을 묶어서 만들기도 한다.

상당수 엄브렐러펀드들은 '세트' 내에 일반 주식형펀드나 인덱스펀드 외에 주가가 하락할수록 수익이 커지는 '리버스인덱스펀드'나 안전한 머니마켓펀드(MMF),단기채권 등에 투자하는 '채권형펀드'를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주가 하락이 예상될 경우 MMF나 채권형으로 교체함으로써 수익률을 방어하거나 높일 수도 있다.

현재까지 출시된 엄브렐러펀드는 코스피지수 등락에 따라 갈아탈 수 있는 펀드와 국내 업종지수의 등락을 활용한 펀드,그리고 글로벌주식시장 내에서 개별 국가 간 등락률 차이를 활용한 펀드 등 세 종류다.

국내 코스피지수 등락을 활용한 엄브렐러펀드로는 '푸르덴셜프리엄브렐러펀드','한국부자아빠엄브렐러펀드','하나UBS엄브렐러펀드','CJ엄브렐러투자신탁' 등이 있다.

이들 펀드의 상품 구성은 다르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엄브렐러펀드 내 다른 펀드를 옮겨가면 된다.

국내 업종별 지수의 등락을 이용한 펀드로는 '삼성강국코리아섹터펀드'가 있으며, 글로벌주식시장내에서 개별국가 간 등락률 차이를 활용한 펀드는 '삼성글로벌엄브렐러인덱스펀드'가 대표적이다.

서정환 한국경제신문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