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세장에 되새겨 보는 월가 투자 고수들의 조언
'가치투자의 아버지, 시대를 초월한 가장 위대한 투자자…'
벤자민 그레이엄에 붙는 수식어는 수도 없이 많다.
그가 현대 증시역사에 남긴 업적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레이엄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투기의 대상으로 치부됐던 주식을 과학적 분석과 투자의 대상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주식투자를 학문의 대상으로 끌어올린 것은 유명한 '증권 분석'이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이 책에서는 그는 수익비율 부채비율 장부가치 순이익증가율 등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그의 제자인 워런 버핏이 "증권분석을 10번 이상 읽지 않고는 절대 주식투자를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할 만큼 큰 영향을 끼친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투자에 대해 "철저한 분석에 기초해 원금의 안전성과 만족할 만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운용이며 이 요건에 부합하지 않은 운용은 투기"라고 정의했다.
과연 2009년 한국의 투자자들은 이런 원칙에 입각해 투자해왔는지 되돌아볼 만한 대목이다.
그레이엄 투자철학의 진수는 '안전 마진(safety margin)'이라는 개념으로 요약된다.
안전마진은 그의 다른 투자규칙에서 잘 설명돼 있다.
그는 "투자의 제1원칙은 돈을 잃지 않는 것이며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돈을 잃지 않는다는 원칙을 잊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주식을 비싸지 않게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그의 투자법 핵심은 '손해보지 않는 것'이다.
손해보지 않는 투자를 위해선 주가가 기업의 내재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의 주식을 사서 장기 보유하면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레이엄이 어떤 주식을 통해 안전 마진을 확보하려 했는지는 실제 투자사례에 잘 나타나 있다.
'노던파이프라인 전투'로 불리는 사건이 대표적이다.
노던파이프라인은 1911년 스탠다드오일 독점체계가 와해되면서 독립한 송유관 회사였다.
어느날 철도회사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하던 그레이엄은 우연히 노던파이프라인에 관한 정보를 얻었다.
주당 65달러에 거래되는 회사가 막대한 철도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채권의 가치만도 주당 95달러에 이르고 매년 6달러의 배당금을 지급하는 회사를 그레이엄은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전체 발행주식 4만주 가운데 2000주를 사들였다.
2대 주주의 지위에 오른 후 의결권 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최대주주인 록펠러재단이 그레이엄의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끝났다.
이 '전투'를 통해 그레이엄을 비롯한 주주들은 주당 110달러를 받을 수 있었다.
이후 그레이엄은 '현명한 투자자'라는 책을 통해 자신이 투자하는 회사를 알지 못하면 투자하지 말고, 회사를 잘 알아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충분히 낮은 가격에 매수한 후 시장 변동에 휩쓸리지 말고 보유하는 전략을 구사하라고 조언했다.
⊙ 필립 피셔
필립 피셔는 '성장주 투자의 아버지'로 불린다.
'기술적 분석의 효시'인 찰스 다우와 '가치투자의 아버지'로 통하는 그레이엄에 이어 미국 월가의 투자흐름에 큰 영향을 미친 고수다.
요즘 같은 불황기엔 투자자들이 성장성보다는 안정성에 주목하려는 경향이 강하지만,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역발상으로 미래 성장성에 초점을 맞춘 투자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피셔가 현재의 투자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다우가 1900년대 초 내놓은 기술적 분석은 1920년대까지 최고의 투자기법으로 대접받았다.
그러다 1929년 10월 주가폭락으로 새로운 투자방법에 대한 요구가 절실해졌을 때 그레이엄이 '내재가치보다 싸게 거래되는 주식을 발굴해 투자하라'는 가치투자 기법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과학적 투자의 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은 그레이엄도 '내재가치보다 고평가된 기업엔 투자할 수 없는가'라는 질문엔 대답이 궁해졌다.
이에 대한 답을 피셔가 제시했다.
그는 1958년 발간한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란 책을 통해 '성장주 투자이론'을 내놓은 것이다.
이 책은 주식투자 관련 서적으로는 최초로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뛰어난 성장잠재력을 지닌 기업이라면 현재 주가가 비싸더라도 매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가수준이 아니라 기업을 보고 투자하라는 주문이다.
피셔는 "성장잠재력이 큰 기업을 찾아내 장기투자한다면 그 기업의 잠재능력이 현실화되면서 주식시장도 반드시 그 가치를 반영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같은 투자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피셔의 투자사례는 모토로라와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다.
피셔는 모토로라의 성장성을 일찍 간파해 1955년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2004년 숨을 거둘 때까지 처분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모토로라에 투자해 올린 수익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모토로라 측이 홈페이지를 통해 밝히고 있는 주식자료에 따르면 1970~2004년까지 35년간 주식분할을 통해 주식 수가 144배 늘었고,주가는 17배 이상 뛰었다.
이 기간에만 피셔의 투자원금이 2448배 불어난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TI는 1930년 유전개발을 위한 지질탐사 서비스업체로 출발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TI는 전자제품 생산을 시작했고,피셔는 이 회사의 성장잠재력에 매료돼 1955년 TI주식을 사들였다.
그의 예상대로 TI는 반도체 등 신기술 회사로 꾸준히 성장했고,피셔는 30년 이상 보유한 뒤 1980년대 말 매각해 엄청난 수익을 챙겼다.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longrun@hankyung.com
'가치투자의 아버지, 시대를 초월한 가장 위대한 투자자…'
벤자민 그레이엄에 붙는 수식어는 수도 없이 많다.
그가 현대 증시역사에 남긴 업적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레이엄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투기의 대상으로 치부됐던 주식을 과학적 분석과 투자의 대상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주식투자를 학문의 대상으로 끌어올린 것은 유명한 '증권 분석'이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이 책에서는 그는 수익비율 부채비율 장부가치 순이익증가율 등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그의 제자인 워런 버핏이 "증권분석을 10번 이상 읽지 않고는 절대 주식투자를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할 만큼 큰 영향을 끼친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투자에 대해 "철저한 분석에 기초해 원금의 안전성과 만족할 만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운용이며 이 요건에 부합하지 않은 운용은 투기"라고 정의했다.
과연 2009년 한국의 투자자들은 이런 원칙에 입각해 투자해왔는지 되돌아볼 만한 대목이다.
그레이엄 투자철학의 진수는 '안전 마진(safety margin)'이라는 개념으로 요약된다.
안전마진은 그의 다른 투자규칙에서 잘 설명돼 있다.
그는 "투자의 제1원칙은 돈을 잃지 않는 것이며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돈을 잃지 않는다는 원칙을 잊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주식을 비싸지 않게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그의 투자법 핵심은 '손해보지 않는 것'이다.
손해보지 않는 투자를 위해선 주가가 기업의 내재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의 주식을 사서 장기 보유하면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레이엄이 어떤 주식을 통해 안전 마진을 확보하려 했는지는 실제 투자사례에 잘 나타나 있다.
'노던파이프라인 전투'로 불리는 사건이 대표적이다.
노던파이프라인은 1911년 스탠다드오일 독점체계가 와해되면서 독립한 송유관 회사였다.
어느날 철도회사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하던 그레이엄은 우연히 노던파이프라인에 관한 정보를 얻었다.
주당 65달러에 거래되는 회사가 막대한 철도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채권의 가치만도 주당 95달러에 이르고 매년 6달러의 배당금을 지급하는 회사를 그레이엄은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전체 발행주식 4만주 가운데 2000주를 사들였다.
2대 주주의 지위에 오른 후 의결권 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최대주주인 록펠러재단이 그레이엄의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끝났다.
이 '전투'를 통해 그레이엄을 비롯한 주주들은 주당 110달러를 받을 수 있었다.
이후 그레이엄은 '현명한 투자자'라는 책을 통해 자신이 투자하는 회사를 알지 못하면 투자하지 말고, 회사를 잘 알아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충분히 낮은 가격에 매수한 후 시장 변동에 휩쓸리지 말고 보유하는 전략을 구사하라고 조언했다.
⊙ 필립 피셔
필립 피셔는 '성장주 투자의 아버지'로 불린다.
'기술적 분석의 효시'인 찰스 다우와 '가치투자의 아버지'로 통하는 그레이엄에 이어 미국 월가의 투자흐름에 큰 영향을 미친 고수다.
요즘 같은 불황기엔 투자자들이 성장성보다는 안정성에 주목하려는 경향이 강하지만,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역발상으로 미래 성장성에 초점을 맞춘 투자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피셔가 현재의 투자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다우가 1900년대 초 내놓은 기술적 분석은 1920년대까지 최고의 투자기법으로 대접받았다.
그러다 1929년 10월 주가폭락으로 새로운 투자방법에 대한 요구가 절실해졌을 때 그레이엄이 '내재가치보다 싸게 거래되는 주식을 발굴해 투자하라'는 가치투자 기법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과학적 투자의 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은 그레이엄도 '내재가치보다 고평가된 기업엔 투자할 수 없는가'라는 질문엔 대답이 궁해졌다.
이에 대한 답을 피셔가 제시했다.
그는 1958년 발간한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란 책을 통해 '성장주 투자이론'을 내놓은 것이다.
이 책은 주식투자 관련 서적으로는 최초로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뛰어난 성장잠재력을 지닌 기업이라면 현재 주가가 비싸더라도 매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가수준이 아니라 기업을 보고 투자하라는 주문이다.
피셔는 "성장잠재력이 큰 기업을 찾아내 장기투자한다면 그 기업의 잠재능력이 현실화되면서 주식시장도 반드시 그 가치를 반영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같은 투자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피셔의 투자사례는 모토로라와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다.
피셔는 모토로라의 성장성을 일찍 간파해 1955년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2004년 숨을 거둘 때까지 처분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모토로라에 투자해 올린 수익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모토로라 측이 홈페이지를 통해 밝히고 있는 주식자료에 따르면 1970~2004년까지 35년간 주식분할을 통해 주식 수가 144배 늘었고,주가는 17배 이상 뛰었다.
이 기간에만 피셔의 투자원금이 2448배 불어난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TI는 1930년 유전개발을 위한 지질탐사 서비스업체로 출발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TI는 전자제품 생산을 시작했고,피셔는 이 회사의 성장잠재력에 매료돼 1955년 TI주식을 사들였다.
그의 예상대로 TI는 반도체 등 신기술 회사로 꾸준히 성장했고,피셔는 30년 이상 보유한 뒤 1980년대 말 매각해 엄청난 수익을 챙겼다.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