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선책 나왔다지만… 보상 비용은 누가 떠안지?
최근 서울 용산에서 철거민들이 참사를 입은 것은 도심 상권을 재개발하는 과정에서 보상금을 둘러싼 갈등이 주요 원인이다.
어떤 도시든 세월이 지나면 오래된 건물을 헐고 새 건물을 짓는 재개발이 불가피하다.
단독주택이나 아파트를 다시 짓는 재개발 재건축과 상가 건물을 다시 짓는 도심환경정비사업이 현재 서울에서만 600여곳에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도시 재개발은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재개발 지역에 집주인 집세입자 상가세입자 등 이해 관계가 다른 사람들이 얽혀 있어 선뜻 합의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체로 집주인은 재개발 후 토지 가격이 크게 오르는 이점을 누릴 수 있는 반면 세입자들은 지역을 떠나야 하는 불이익을 입게 된다.
특히 건물에 세를 얻어 장사를 하는 상인들은 상가에 투자한 인테리어 비용이나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단골 손님을 잃는 피해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정부는 재개발 대상 지역이 선정되면 미리미리 이를 고시해서 이미 장사를 하고 있는 지역 상인이나 그 지역으로 새로 들어가려는 상인들이 건물에 불필요한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또 재개발이 시행에 들어가면 개발이익을 활용해 세입자들에게 이주 및 영업보상비 등을 별도로 지급하고 있다.
말하자면 재개발로 인한 개발 이익의 일부를 세입자들에게 돌아가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보상비를 둘러싼 갈등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역에 따라 상권 차이가 크고 개발 이익 규모도 달라 세입자들에게 얼마를 보상해 주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다.
보상비를 상인들에게 과도하게 지급할 경우 이는 결국 조합의 부담으로 돌아가고 또 보상비를 노리는 위장 세입자들이 나타날 수도 있다.
현재 서울시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진행중인 재개발 지구에서는 보상금을 둘러싼 갈등이 수시로 빚어지고 있다.
개인 재산권을 보호하면서 세입자들의 영업권을 보상해 주어야 하는 두 가지 상충된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지가 정책 당국의 고민인 것이다.
⊙ 가짜 세입자도 많다
수 명의 생명을 앗아간 서울 용산에서도 소위 '가짜 상인'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입 상인 중에는 서울시가 용산을 재개발 지역으로 고시한 이후에 들어온 상인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김용태 한나라당 의원이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철거민연합에 소속된 용산 지역의 상가 세입자 23명 가운데 이 지역이 재개발된다는 사실이 확정된 2003년 이전부터 장사를 하고 있었던 사람은 3명에 불과하다.
지역이 재개발될 예정이어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장사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들어온 상인이 20명이나 되는 셈이다.
김 의원은 용산 지역이 재개발된다는 소식으로 새로 들어오려는 상인이 줄어들자 임대료가 하락해 "일부 상가 세입자는 임대료 하락의 혜택도 봤다고 할 수 있다"고 공개했다.
⊙ 정부 재개발제도 개선안 마련
정부는 '용산 참사' 후 현행 재개발 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재개발 지역 내 상가에 세들어 장사하는 세입자들이 사업기간 중 장사를 못하게 됨에 따라 지급받는 휴업보상비를 현행 3개월치에서 4개월치로 늘리고 △상가세입자에 대해 조합원들에게 공급한 이후 남은 상가를 우선적으로 분양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번 방안으로 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조합(땅주인)과 세입자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세입자들이 상가에 투자한 자금에는 집주인에게 지급한 임차보증금 외에 자신보다 앞서 장사를 했던 상인에게 지급하는 권리금도 포함되어 있어서 이를 누가 보전해 줄 것인지가 논란이다.
권리금은 점포를 활성화시킨 실적을 '공로'로 인정해 상인들간에 주고받는 것으로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상관행이다.
정부는 권리금에 대해 △자의적으로 형성되어 계량화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서류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보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 엉뚱한 피해도 있다
세입자에 대한 보상비가 늘어날 경우 엉뚱한 곳에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사업이 아닌 조합 등 민간이 주도하는 현행 재개발 방식의 특성상 비용이 늘어나면, 나중에 일반 분양을 할 때 주택분양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즉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분양받는 일반 시민들이 그만큼 부담을 하게 된다.
김용진 부동산뱅크 이사는 "세입자 보호장치가 늘어나면 결국에는 재개발 비용이 뛰고 일반 분양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나중에 입주하게 될 제3자가 세입자 보호에 대한 비용부담을 져야하는 모순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용산 참사를 계기로 재개발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종합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정부가 국회 국토해양부 서울시 등 관계기관 관계자들을 모아 재개발 개선 종합대책 마련을 위한 TF팀을 최근 구성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지점장은 "재개발 제도의 문제점은 1~2개월내에 뚝딱 해결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며 "그렇다고 마냥 손놓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에 이번 참사를 계기로 보다 정교한 해결책을 다시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종현 한국경제신문 기자 scream@hankyung.com
최근 서울 용산에서 철거민들이 참사를 입은 것은 도심 상권을 재개발하는 과정에서 보상금을 둘러싼 갈등이 주요 원인이다.
어떤 도시든 세월이 지나면 오래된 건물을 헐고 새 건물을 짓는 재개발이 불가피하다.
단독주택이나 아파트를 다시 짓는 재개발 재건축과 상가 건물을 다시 짓는 도심환경정비사업이 현재 서울에서만 600여곳에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도시 재개발은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재개발 지역에 집주인 집세입자 상가세입자 등 이해 관계가 다른 사람들이 얽혀 있어 선뜻 합의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체로 집주인은 재개발 후 토지 가격이 크게 오르는 이점을 누릴 수 있는 반면 세입자들은 지역을 떠나야 하는 불이익을 입게 된다.
특히 건물에 세를 얻어 장사를 하는 상인들은 상가에 투자한 인테리어 비용이나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단골 손님을 잃는 피해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정부는 재개발 대상 지역이 선정되면 미리미리 이를 고시해서 이미 장사를 하고 있는 지역 상인이나 그 지역으로 새로 들어가려는 상인들이 건물에 불필요한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또 재개발이 시행에 들어가면 개발이익을 활용해 세입자들에게 이주 및 영업보상비 등을 별도로 지급하고 있다.
말하자면 재개발로 인한 개발 이익의 일부를 세입자들에게 돌아가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보상비를 둘러싼 갈등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역에 따라 상권 차이가 크고 개발 이익 규모도 달라 세입자들에게 얼마를 보상해 주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다.
보상비를 상인들에게 과도하게 지급할 경우 이는 결국 조합의 부담으로 돌아가고 또 보상비를 노리는 위장 세입자들이 나타날 수도 있다.
현재 서울시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진행중인 재개발 지구에서는 보상금을 둘러싼 갈등이 수시로 빚어지고 있다.
개인 재산권을 보호하면서 세입자들의 영업권을 보상해 주어야 하는 두 가지 상충된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지가 정책 당국의 고민인 것이다.
⊙ 가짜 세입자도 많다
수 명의 생명을 앗아간 서울 용산에서도 소위 '가짜 상인'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입 상인 중에는 서울시가 용산을 재개발 지역으로 고시한 이후에 들어온 상인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김용태 한나라당 의원이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철거민연합에 소속된 용산 지역의 상가 세입자 23명 가운데 이 지역이 재개발된다는 사실이 확정된 2003년 이전부터 장사를 하고 있었던 사람은 3명에 불과하다.
지역이 재개발될 예정이어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장사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들어온 상인이 20명이나 되는 셈이다.
김 의원은 용산 지역이 재개발된다는 소식으로 새로 들어오려는 상인이 줄어들자 임대료가 하락해 "일부 상가 세입자는 임대료 하락의 혜택도 봤다고 할 수 있다"고 공개했다.
⊙ 정부 재개발제도 개선안 마련
정부는 '용산 참사' 후 현행 재개발 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재개발 지역 내 상가에 세들어 장사하는 세입자들이 사업기간 중 장사를 못하게 됨에 따라 지급받는 휴업보상비를 현행 3개월치에서 4개월치로 늘리고 △상가세입자에 대해 조합원들에게 공급한 이후 남은 상가를 우선적으로 분양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번 방안으로 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조합(땅주인)과 세입자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세입자들이 상가에 투자한 자금에는 집주인에게 지급한 임차보증금 외에 자신보다 앞서 장사를 했던 상인에게 지급하는 권리금도 포함되어 있어서 이를 누가 보전해 줄 것인지가 논란이다.
권리금은 점포를 활성화시킨 실적을 '공로'로 인정해 상인들간에 주고받는 것으로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상관행이다.
정부는 권리금에 대해 △자의적으로 형성되어 계량화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서류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보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 엉뚱한 피해도 있다
세입자에 대한 보상비가 늘어날 경우 엉뚱한 곳에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사업이 아닌 조합 등 민간이 주도하는 현행 재개발 방식의 특성상 비용이 늘어나면, 나중에 일반 분양을 할 때 주택분양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즉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분양받는 일반 시민들이 그만큼 부담을 하게 된다.
김용진 부동산뱅크 이사는 "세입자 보호장치가 늘어나면 결국에는 재개발 비용이 뛰고 일반 분양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나중에 입주하게 될 제3자가 세입자 보호에 대한 비용부담을 져야하는 모순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용산 참사를 계기로 재개발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종합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정부가 국회 국토해양부 서울시 등 관계기관 관계자들을 모아 재개발 개선 종합대책 마련을 위한 TF팀을 최근 구성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지점장은 "재개발 제도의 문제점은 1~2개월내에 뚝딱 해결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며 "그렇다고 마냥 손놓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에 이번 참사를 계기로 보다 정교한 해결책을 다시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종현 한국경제신문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