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처럼 시청자가 원하는 화면·정보 ‘척척’

KT, 양방향 영화·드라마 서비스

[Focus] '똑똑한' IPTV 이젠 국내서도 볼수 있네!
실시간 인터넷TV(IPTV)가 지난 17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 8월 IPTV 사업권을 따 낸 KT SK브로드밴드 LG데이콤 등 3사 중에 KT가 '메가TV 라이브' 브랜드로 첫 테이프를 끊었다.

SK브로드밴드와 LG데이콤은 다음 달 중 유료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다.

실시간 IPTV는 KBS MBC SBS 등 지상파방송이나 GS홈쇼핑, OCN, 투니버스 등 케이블TV 채널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주문형비디오(VOD)도 볼 수 있는 방송 서비스다.

겉으로만 보면 씨앤앰 CJ헬로비전 등 케이블TV들이 제공하는 디지털 케이블TV와 크게 다르지 않다.

차이점은 기술적으로 양방향 데이터 전송이나 수신이 인터넷망(IP)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IPTV가 케이블TV가 쓰는 광동축망(HFC)에 비해 뛰어나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TV를 보다가 쇼핑을 하는 T커머스나 보고 싶은 영화를 비디오가게를 가지 않고서도 TV로 볼 수 있는 VOD 등 미래형 TV 서비스에서 IPTV가 기술적으로 유리하고 그런 만큼 다양한 서비스가 나올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 KT가 IPTV시대 주도

메가TV 라이브는 33개 실시간 방송채널과 8만5000여편의 VOD로 구성됐다.

실시간 방송채널은 KBS1 KBS2 MBC SBS EBS 등 5개 지상파 방송채널, GS홈쇼핑 CJ홈쇼핑 등 5개 홈쇼핑 채널, OCN 캐치온 등 5개 영화 채널, 키즈톡톡 등 2개 교육 채널로 구성됐다.

VOD는 영화 드라마 교육 등 다양한 장르로 구성돼 있다.

메가TV 라이브의 월 이용요금은 1만6000원이다.

3년 약정으로 초고속인터넷 메가패스에 함께 가입하면 28% 할인된 월 1만1520원에 볼 수 있다.

다만 내년 2월 말까지 무약정 가입자나 약정 가입자 모두에게 요금을 20% 할인해 준다.

3년 약정으로 메가패스와 함께 가입하면 월 9216원에 메가TV 라이브를 시청할 수 있는 셈이다.

SK브로드밴드와 LG데이콤은 상용서비스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과의 콘텐츠 재전송 협상이 타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는 다음 달 초, LG데이콤은 다음 달 중순에 상용서비스를 목표로 잡고 있다.

⊙ 양방향TV 시대 활짝

KT는 메가TV 라이브에서 양방향 영화와 드라마를 선보였다.

KT가 자체 운영하는 '메가플러스' 채널을 통해서다.

올리브나인이 제작한 8부작 드라마 '미스터리 형사'와 싸이더스FNH가 만든 '스토리 오브 와인''죽이고 싶은 남자''오프라인''저스트 키딩' 등 영화 4편이 양방향 콘텐츠다.

이들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 등장 배우의 프로필이나 소품에 대한 상세 정보를 별도의 화면 창으로 볼 수 있다.

'스토리 오브 와인'과 '미스터리 형사'는 시청자가 스토리를 선택해 볼 수 있다.

해피엔딩이나 비극적 결말의 시나리오를 시청자가 직접 골라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스포츠 경기 시청도 달라지게 된다.

예컨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월드컵 예선 경기를 시청자가 원하는 카메라 각도를 선택해서 볼 수 있게 된다.

박지성이 90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비는 장면만 볼 수도 있다.

경기장에 설치된 100여대의 중계 카메라 중에서 선택해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축구 해설도 부산 사투리로 듣거나 좋아하는 해설자를 골라 들을 수 있게 된다.

교육이나 의료 서비스도 IPTV가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방적으로 TV 강의를 지켜봐야 하는 기존 교육방송과는 달리 강의를 보는 도중에 궁금한 점은 곧바로 채팅창 등을 이용해 강사에게 질문할 수도 있다.

집에서 IPTV로 주치의의 진찰을 받을 수 있는 원격진료 서비스도 2~3년 내 도입될 전망이다.

이론적으로 무한대의 채널을 운영할 수 있는 것도 IPTV의 강점이다.

70개 안팎에 불과한 케이블TV를 압도한다.

이 때문에 머지않아 일반인들도 IPTV에 개인방송 채널을 개설해 운영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PC로 보는 인터넷 개인방송을 TV로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윤경림 KT 미디어본부장은 "양방향 기술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방송과 통신은 물론 의료 쇼핑 교육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뒤늦은 출발

KT, SK브로드밴드 등 IPTV 사업자들은 이미 IPTV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메가TV'나 '브로드앤TV(옛 하나TV)'가 그것이다.

KT는 2004년 6월 영화나 드라마 VOD를 서비스하는 '홈앤'을 비롯 초보적인 IPTV 서비스를 시작했고 작년 7월에 교육 다큐멘터리 교양 등의 콘텐츠를 강화해 메가TV라는 브랜드로 서비스해 왔다.

SK브로드밴드의 브로드앤TV도 2006년 서비스를 선보여 현재 8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IPTV 서비스는 외국에 비해 한참 늦었다.

2003년 무렵부터 IPTV 도입이 논의됐으나 방송계의 기득권 논쟁으로 허송세월해 왔다.

자금력을 앞세운 통신업체들이 미디어 시장에 진출하면 지상파방송이나 케이블TV가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IPTV가 가장 발달한 곳은 유럽이다.

2000년 영국을 시작으로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 등이 IPTV를 도입해 서비스하고 있다.

프랑스는 이미 가입자 400만명을 넘어섰을 정도로 앞서 가고 있다.

프리텔레콤,프랑스텔레콤,네프세게텔 등 세계 톱5 IPTV 사업자 중 3곳이 프랑스 업체다.

아시아에서도 홍콩의 PCCW가 2003년부터 '나우TV'라는 IPTV를 제공 중이다.

가입자는 65만명 안팎이다.

홍콩 전체 유료방송 가구의 25%를 차지,유료방송 시장의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IPTV가 케이블TV를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미디어로 부상한 대표적인 사례다.

박영태 한국경제신문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