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꼬리’는 독립투쟁 중
"편안하게 눈을 떴을 때 눈동자의 노출 정도,눈의 세로 폭,눈썹과 눈과의 간격,몽고주름의 유무,눈을 떴을 때 검은자와 흰자의 비율,눈꼬리의 각도 등을 고려해야만 조화롭고 매력적인 ○○를 만들 수 있다. "
외모가 경쟁력인 시대가 된 지도 오래됐다.
경기침체 속에 취업시장도 얼어붙어 자신의 호감도를 조금이라도 높이려는 방편으로 성형수술이 다시 늘고 있다고 한다.
최근 한 신문에서 성형 전문의의 말을 인용해 전한 이 대목에는 우리가 관심 가질 만한 단어가 몇 개 눈에 띈다.
우선 '몽고주름'은 일상적으로는 잘 쓰지 않는 말로 '눈구석주름'이라고도 한다.
말 그대로 안쪽 눈구석에 있는 주름을 뜻하는 의학용어이다.
두 말 다 사전에 올라 있다.
이때 '몽고'는 중국 본토의 북쪽,시베리아의 남쪽에 있는 나라 몽골(Mongol)을 중국에서 한자로 이름(蒙古) 붙인 것이다.
지금은 지명이나 나라 이름으로 부를 때는 '몽골'이라 하지만 전문용어인 몽고반점(갓난아이의 엉덩이에 멍든 것처럼 퍼렇게 돼 있는 얼룩점. 몽고 인종에게서 흔히 발견되므로 이런 이름이 붙었다)이나 몽고주름,몽고풍(몽골의 풍속이나 양식) 같은 말은 그대로 굳어 예전에 쓰던 우리말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눈꼬리가 처졌다''눈꼬리가 위로 올라갔다'란 말을 많이 쓴다.
이에 비해 '눈초리가 처졌다''눈초리가 위로 올라갔다'란 말도 있다.
이 경우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개는 앞의 '눈꼬리'를 쓴 말이 더 익숙할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우리 몸에서 '눈꼬리'라는 데는 없다.
'눈초리'만이 있을 뿐이다.
적어도 사전적으로는 그렇다는 것이다.
흔히들 '눈꼬리'로 알고 있는 이 단어는 일부 사전엔 아예 '눈초리의 잘못'으로 풀이돼 있다.
'눈초리'는 형태 그대로 '눈'과 '초리'의 합성어다.
'초리'는 어떤 물체의 가늘고 뾰족한 끝 부분을 뜻하는 말이다.
그래서 '눈초리'는 '귀 쪽으로 째진 눈의 구석'을 가리킨다.
여기서 좀 더 의미가 확대돼 '어떤 대상을 볼 때 눈에 나타나는 표정'을 나타내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따라서 이 말은 '눈초리가 위로 올라가다/눈초리가 길게 찢어지다'처럼 쓰여 '눈의 특정 부위'를 나타내는가 하면 '사나운 눈초리/따가운 눈초리/싸늘한 눈초리'처럼 쓰여 '눈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표정'을 뜻하기도 한다.
두 번째 의미로는 한자말 '시선(視線)'과 비슷하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첫 번째 의미,즉 '눈의 끄트머리 부분'을 나타내는 뜻으로 '눈초리'를 쓰는 데 거부감을 갖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눈초리'의 최근 주된 쓰임새가 '눈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표정'으로 이미 넘어가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에 '눈의 끝 부분'을 나타내는 말로는 따로 '눈꼬리'를 많이 사용하는 데서 두 말의 쓰임새가 나눠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의미상 분화가 완전히 마무리된 것은 아니므로 '눈꼬리'는 아직 정상적인 단어로 대접받지 못한다.
'초리'는 '꼬리'의 옛말이기도 하다.
이 '초리'는 고어에선 '용의 초리'와 같이 단독으로도 쓰였으나 요즘은 거의 홀로 쓰이는 예가 없다.
다만 '눈초리' 같은 합성어에 옛날 단어의 쓰임새가 화석처럼 남아 있을 뿐이다.
요즘 '눈의 귀 쪽 끄트머리'를 '눈초리' 대신 '눈꼬리'로 많이 쓰는 데에는 그 본래 말인 '초리'의 쓰임새가 거의 사라져버린 까닭도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생각해볼 거리는 '입꼬리'란 말이 있다는 점이다.
'입꼬리'는 입의 양쪽 구석을 말한다.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처럼 쓰인다.
물론 이를 '입초리'라 하는 사람은 없다.
이에 비해 '눈꼬리'는 아직 단어로 인정되지 못하고 오로지 '눈초리'만 허용될 뿐이다.
그렇다면 '눈꼬리'도 이제 단어로 대우받을 만한 때가 되지 않았을까.
그나저나 눈초리이든 눈꼬리이든 우리 눈의 아름다움을 설명하는 맨 앞 인용문이 가리키는 것을 한 단어로 하면 무엇이 될까.
○○ 부분을 채울 말은 바로 '눈매'다.
눈매는 눈이 생긴 모양새를 가리킨다. '눈맵시'도 같은 말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
"편안하게 눈을 떴을 때 눈동자의 노출 정도,눈의 세로 폭,눈썹과 눈과의 간격,몽고주름의 유무,눈을 떴을 때 검은자와 흰자의 비율,눈꼬리의 각도 등을 고려해야만 조화롭고 매력적인 ○○를 만들 수 있다. "
외모가 경쟁력인 시대가 된 지도 오래됐다.
경기침체 속에 취업시장도 얼어붙어 자신의 호감도를 조금이라도 높이려는 방편으로 성형수술이 다시 늘고 있다고 한다.
최근 한 신문에서 성형 전문의의 말을 인용해 전한 이 대목에는 우리가 관심 가질 만한 단어가 몇 개 눈에 띈다.
우선 '몽고주름'은 일상적으로는 잘 쓰지 않는 말로 '눈구석주름'이라고도 한다.
말 그대로 안쪽 눈구석에 있는 주름을 뜻하는 의학용어이다.
두 말 다 사전에 올라 있다.
이때 '몽고'는 중국 본토의 북쪽,시베리아의 남쪽에 있는 나라 몽골(Mongol)을 중국에서 한자로 이름(蒙古) 붙인 것이다.
지금은 지명이나 나라 이름으로 부를 때는 '몽골'이라 하지만 전문용어인 몽고반점(갓난아이의 엉덩이에 멍든 것처럼 퍼렇게 돼 있는 얼룩점. 몽고 인종에게서 흔히 발견되므로 이런 이름이 붙었다)이나 몽고주름,몽고풍(몽골의 풍속이나 양식) 같은 말은 그대로 굳어 예전에 쓰던 우리말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눈꼬리가 처졌다''눈꼬리가 위로 올라갔다'란 말을 많이 쓴다.
이에 비해 '눈초리가 처졌다''눈초리가 위로 올라갔다'란 말도 있다.
이 경우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개는 앞의 '눈꼬리'를 쓴 말이 더 익숙할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우리 몸에서 '눈꼬리'라는 데는 없다.
'눈초리'만이 있을 뿐이다.
적어도 사전적으로는 그렇다는 것이다.
흔히들 '눈꼬리'로 알고 있는 이 단어는 일부 사전엔 아예 '눈초리의 잘못'으로 풀이돼 있다.
'눈초리'는 형태 그대로 '눈'과 '초리'의 합성어다.
'초리'는 어떤 물체의 가늘고 뾰족한 끝 부분을 뜻하는 말이다.
그래서 '눈초리'는 '귀 쪽으로 째진 눈의 구석'을 가리킨다.
여기서 좀 더 의미가 확대돼 '어떤 대상을 볼 때 눈에 나타나는 표정'을 나타내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따라서 이 말은 '눈초리가 위로 올라가다/눈초리가 길게 찢어지다'처럼 쓰여 '눈의 특정 부위'를 나타내는가 하면 '사나운 눈초리/따가운 눈초리/싸늘한 눈초리'처럼 쓰여 '눈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표정'을 뜻하기도 한다.
두 번째 의미로는 한자말 '시선(視線)'과 비슷하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첫 번째 의미,즉 '눈의 끄트머리 부분'을 나타내는 뜻으로 '눈초리'를 쓰는 데 거부감을 갖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눈초리'의 최근 주된 쓰임새가 '눈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표정'으로 이미 넘어가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에 '눈의 끝 부분'을 나타내는 말로는 따로 '눈꼬리'를 많이 사용하는 데서 두 말의 쓰임새가 나눠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의미상 분화가 완전히 마무리된 것은 아니므로 '눈꼬리'는 아직 정상적인 단어로 대접받지 못한다.
'초리'는 '꼬리'의 옛말이기도 하다.
이 '초리'는 고어에선 '용의 초리'와 같이 단독으로도 쓰였으나 요즘은 거의 홀로 쓰이는 예가 없다.
다만 '눈초리' 같은 합성어에 옛날 단어의 쓰임새가 화석처럼 남아 있을 뿐이다.
요즘 '눈의 귀 쪽 끄트머리'를 '눈초리' 대신 '눈꼬리'로 많이 쓰는 데에는 그 본래 말인 '초리'의 쓰임새가 거의 사라져버린 까닭도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생각해볼 거리는 '입꼬리'란 말이 있다는 점이다.
'입꼬리'는 입의 양쪽 구석을 말한다.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처럼 쓰인다.
물론 이를 '입초리'라 하는 사람은 없다.
이에 비해 '눈꼬리'는 아직 단어로 인정되지 못하고 오로지 '눈초리'만 허용될 뿐이다.
그렇다면 '눈꼬리'도 이제 단어로 대우받을 만한 때가 되지 않았을까.
그나저나 눈초리이든 눈꼬리이든 우리 눈의 아름다움을 설명하는 맨 앞 인용문이 가리키는 것을 한 단어로 하면 무엇이 될까.
○○ 부분을 채울 말은 바로 '눈매'다.
눈매는 눈이 생긴 모양새를 가리킨다. '눈맵시'도 같은 말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