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경험상 빠질만큼 빠져” vs “개인 항복·2중 바닥 안나타나”
주식시장이 지난 10월 공포 국면에서 벗어나 11월 들어 다소 안정세를 보이면서 주가가 바닥을 찍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정도면 바닥은 확인한 것 아니냐"는 의견과 "아직은 불안하다"는 신중론이 맞서고 있다.
증시 바닥 여부는 아직 주식을 많이 들고 있는 투자자들이 손절매 타이밍을 잡는 데 중요한 기준이다.
주가가 더 빠질 것으로 예상되면 지금이라도 주식을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 이미 주식을 처분한 투자자는 주가가 바닥을 통과했다는 판단이 서야 다시 투자를 시작할 수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일단 지난달 저점이 다시 위협받기는 어렵다며 조심스럽게 증시 바닥론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신용경색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 등의 뇌관을 건드릴 악재가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자신 있게 바닥을 주장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증시 바닥 논쟁을 살펴보자.
⊙ 과거 경험과 비교하면 바닥 수준
코스피지수가 지난달 24일 기록한 저점인 938.75(종가 기준)를 뚫고 내려가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예상이다.
설령 저점이 깨지더라도 전 저점에서 크게 낮아지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증시가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판단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판단은 과거 증시 하락기와의 비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 증시에는 △3저(유가 금리 달러) 호황기의 버블 붕괴(1989년 4월∼1992년 8월) △과잉투자와 외환위기(1994년 11월∼1998년 6월) △정보기술(IT) 버블 붕괴(2000년 1월∼2001년 9월) △카드 사태(2002년 5월∼2003년 3월) 등의 주가 하락기가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이번 하락기엔 코스피지수가 지난달 저점까지 54.5% 빠졌다.
이는 외환위기 때(-75.4%)를 제외하면 주요 하락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주가수익비율(PER)도 현재 7.4배로 IT 버블 붕괴(5.5배)와 카드 사태(6배) 때에 근접해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과거 하락기(0.62∼0.75배)에 바짝 다가선 0.86배 수준이다.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기준으로 삼아도 현 주가는 과도하게 하락한 상황이라서 바닥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EPS 증가율을 '0%'로 잡아도, 즉 기업들의 이익이 늘어나지 않고 정체되더라도 적정 코스피지수는 1320선이라는 얘기다.
채권과 비교한 주식의 투자 매력을 나타내는 '일드갭(Yield gap)'도 바닥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주식 투자로 기대되는 수익률(주가수익비율인 PER의 역수)에서 채권투자 수익률(국고채 3년물)을 뺀 일드갭이 8.4%포인트까지 치솟은 상태라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이것이 2000년 이후 평균적인 일드갭인 6.5%포인트로 낮아지려면 코스피지수가 1300대 중반까지 상승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 '개인 항복'과 '2중 바닥'은 아직 안 나타나
반면 신중론 쪽에선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 설득력 있는 '바닥 판단 기준'으로 받아들여지는 '개인의 항복'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개인이 투매양상을 보이면서 대거 증시에서 이탈할 때가 진정한 바닥인데 개인은 여전히 매수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한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말 개인이 엿새 동안 순매도를 보인 것을 두고 '항복 조짐'이 나타났다는 분석도 나왔지만,순매도 금액이 많지 않았고 이달 들어 장중에 활발한 순매수를 나타내는 걸 보면 항복까진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2중 또는 3중 바닥'을 이뤄야 '진 바닥'을 본다는 증시 속설도 아직 입증되지 않고 있다.
이 속설은 주가 그래프가 'V자'모양이 아니라 'W자'로 바닥을 두 번 찍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코스피지수가 전 저점인 938선 안팎까지 다시 한 번 내려가야 2중 바닥이 만들어진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있는 점도 불안요인이다.
이에 따라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해질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신용경색과 부동산 PF 부실로 위기에 몰린 기업들이 연이어 시장에 충격을 주는 점을 감안하면 증시 바닥을 단언할 수 없다는 신중론이 만만치 않다.
⊙ 경기방어주에 관심 가져야
증시 격언 중에 "천장에 팔려고 하지 말고 바닥에 사려고 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천장을 고집하다가 팔 기회를 잃어 낭패를 보고,바닥에 사려고 주저하다가 주가가 올라버려 때를 놓치기 십상이라는 말이다.
그만큼 바닥 판단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요새처럼 바닥권인 것 같은데 진짜 바닥인지는 확실치 않을 때는 어떤 투자전략을 세워야 할까.
"바닥은 지나고 나야 확인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항상 만약을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증시가 바닥을 찍었다고 해도 주가가 일정 기간 조정(기간조정)을 보일 가능성이 큰 상황인 만큼 증시를 짓누르고 있는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경기방어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조언이다.
실제로 11월 들어 2주 동안 보험 의약품 통신 음식료 등 경기방어 업종이 돋보이는 주가흐름을 나타냈다.
불황이 깊어져도 웬만해선 보험을 해약하거나 전화통화를 삼가지 않고,아프면 약을 사야 하고,먹는 것도 줄이기 어렵기 때문에 이들 업종은 상대적으로 실적이 견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방어주 외에 장기적인 차원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업종대표주를 분할 매수할 때라는 분석도 많다.
IT 자동차 등은 지금은 글로벌 수요 위축으로 고전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경쟁자들이 도태되면 결국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기아차 등이 증권사들의 추천대상이다.
이 밖에 현금성 자산이 많은 기업이나 자산가치가 시가총액보다 큰 기업 등도 불황기에 유망한 종목으로 꼽힌다.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longrun@hankyung.com
주식시장이 지난 10월 공포 국면에서 벗어나 11월 들어 다소 안정세를 보이면서 주가가 바닥을 찍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정도면 바닥은 확인한 것 아니냐"는 의견과 "아직은 불안하다"는 신중론이 맞서고 있다.
증시 바닥 여부는 아직 주식을 많이 들고 있는 투자자들이 손절매 타이밍을 잡는 데 중요한 기준이다.
주가가 더 빠질 것으로 예상되면 지금이라도 주식을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 이미 주식을 처분한 투자자는 주가가 바닥을 통과했다는 판단이 서야 다시 투자를 시작할 수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일단 지난달 저점이 다시 위협받기는 어렵다며 조심스럽게 증시 바닥론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신용경색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 등의 뇌관을 건드릴 악재가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자신 있게 바닥을 주장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증시 바닥 논쟁을 살펴보자.
⊙ 과거 경험과 비교하면 바닥 수준
코스피지수가 지난달 24일 기록한 저점인 938.75(종가 기준)를 뚫고 내려가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예상이다.
설령 저점이 깨지더라도 전 저점에서 크게 낮아지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증시가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판단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판단은 과거 증시 하락기와의 비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 증시에는 △3저(유가 금리 달러) 호황기의 버블 붕괴(1989년 4월∼1992년 8월) △과잉투자와 외환위기(1994년 11월∼1998년 6월) △정보기술(IT) 버블 붕괴(2000년 1월∼2001년 9월) △카드 사태(2002년 5월∼2003년 3월) 등의 주가 하락기가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이번 하락기엔 코스피지수가 지난달 저점까지 54.5% 빠졌다.
이는 외환위기 때(-75.4%)를 제외하면 주요 하락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주가수익비율(PER)도 현재 7.4배로 IT 버블 붕괴(5.5배)와 카드 사태(6배) 때에 근접해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과거 하락기(0.62∼0.75배)에 바짝 다가선 0.86배 수준이다.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기준으로 삼아도 현 주가는 과도하게 하락한 상황이라서 바닥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EPS 증가율을 '0%'로 잡아도, 즉 기업들의 이익이 늘어나지 않고 정체되더라도 적정 코스피지수는 1320선이라는 얘기다.
채권과 비교한 주식의 투자 매력을 나타내는 '일드갭(Yield gap)'도 바닥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주식 투자로 기대되는 수익률(주가수익비율인 PER의 역수)에서 채권투자 수익률(국고채 3년물)을 뺀 일드갭이 8.4%포인트까지 치솟은 상태라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이것이 2000년 이후 평균적인 일드갭인 6.5%포인트로 낮아지려면 코스피지수가 1300대 중반까지 상승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 '개인 항복'과 '2중 바닥'은 아직 안 나타나
반면 신중론 쪽에선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 설득력 있는 '바닥 판단 기준'으로 받아들여지는 '개인의 항복'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개인이 투매양상을 보이면서 대거 증시에서 이탈할 때가 진정한 바닥인데 개인은 여전히 매수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한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말 개인이 엿새 동안 순매도를 보인 것을 두고 '항복 조짐'이 나타났다는 분석도 나왔지만,순매도 금액이 많지 않았고 이달 들어 장중에 활발한 순매수를 나타내는 걸 보면 항복까진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2중 또는 3중 바닥'을 이뤄야 '진 바닥'을 본다는 증시 속설도 아직 입증되지 않고 있다.
이 속설은 주가 그래프가 'V자'모양이 아니라 'W자'로 바닥을 두 번 찍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코스피지수가 전 저점인 938선 안팎까지 다시 한 번 내려가야 2중 바닥이 만들어진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있는 점도 불안요인이다.
이에 따라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해질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신용경색과 부동산 PF 부실로 위기에 몰린 기업들이 연이어 시장에 충격을 주는 점을 감안하면 증시 바닥을 단언할 수 없다는 신중론이 만만치 않다.
⊙ 경기방어주에 관심 가져야
증시 격언 중에 "천장에 팔려고 하지 말고 바닥에 사려고 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천장을 고집하다가 팔 기회를 잃어 낭패를 보고,바닥에 사려고 주저하다가 주가가 올라버려 때를 놓치기 십상이라는 말이다.
그만큼 바닥 판단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요새처럼 바닥권인 것 같은데 진짜 바닥인지는 확실치 않을 때는 어떤 투자전략을 세워야 할까.
"바닥은 지나고 나야 확인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항상 만약을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증시가 바닥을 찍었다고 해도 주가가 일정 기간 조정(기간조정)을 보일 가능성이 큰 상황인 만큼 증시를 짓누르고 있는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경기방어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조언이다.
실제로 11월 들어 2주 동안 보험 의약품 통신 음식료 등 경기방어 업종이 돋보이는 주가흐름을 나타냈다.
불황이 깊어져도 웬만해선 보험을 해약하거나 전화통화를 삼가지 않고,아프면 약을 사야 하고,먹는 것도 줄이기 어렵기 때문에 이들 업종은 상대적으로 실적이 견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방어주 외에 장기적인 차원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업종대표주를 분할 매수할 때라는 분석도 많다.
IT 자동차 등은 지금은 글로벌 수요 위축으로 고전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경쟁자들이 도태되면 결국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기아차 등이 증권사들의 추천대상이다.
이 밖에 현금성 자산이 많은 기업이나 자산가치가 시가총액보다 큰 기업 등도 불황기에 유망한 종목으로 꼽힌다.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