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리품은 승자의 것 '엽관제' 정착

승리한 정당이 주요 공직 독차지
[Cover Story] 美대통령은 '선출된 군주'…막강 파워 자랑
미국은 자유 민주주의와 개인주의를 기반으로 1776년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

당시로서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던 대통령제를 새로 탄생시켰다.

미국을 만든 사람들은 식민 종주국이었던 영국과는 다른 정부 형태를 만들고 싶었으며 강력한 중앙정부의 등장을 희망했다.

이런 배경 아래 탄생한 대통령제는 19~20세기 신흥국들의 새로운 체제 모델이 됐으며 끊임없는 논란 속에서도 영속성을 유지해 오고 있다.

미국은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부터 지금의 조지 부시에 이르기까지 총 43대 42명의 대통령을 배출해 왔다.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국정 전반을 책임 지는 역할만 하는 게 아니다.

전 세계에 영향력을 끼치는 강력한 파워를 지니고 있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세계 각국의 정치와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 미국 대통령의 '파워'

미국은 상대적으로 공동체보다는 개인주의적 토대 위에 세워진 사회이다.

기독교를 정신적 원천으로 삼고 있고 본질적으로 국가의 권력을 경계한다.

따라서 대통령 직이 너무 많은 권력을 장악하고 지나치게 개인의 삶에 개입하는 것에 대해 건국 초기부터 우려가 컸다.

물론 공화당 민주당에 따라 차이가 없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는 개인주의적 토대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1930년대 대공황 이후에는 점차 국가의 역할도 커졌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체제 속에서 미국은 자유 세계의 맹주로서 강한 대통령의 이미지를 계속 강화해 왔다.

전후의 도전들, 즉 유럽에 대한 소련의 군사적 위협을 비롯해 이탈리아와 그리스에서의 공산주의자들의 위협, 서구의 재편과 재무장,베를린 봉쇄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긴박한 사태는 미국 대통령의 세계적 역할을 증가시켰다.

실제로 임기 4년의 미국 대통령은 '선출된 군주'라고 부를 만큼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다.

본질적으로 의회가 가지고 있는 입법권에 대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이미 의회를 통과한 법안이라 하더라도 무효나 재의결을 요구할 수 있다.

긴급한 상황에서는 군대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도 갖고 있다.

⊙ 대통령 선거의 공적 '엽관주의'

미국 대통령 선거에 이긴 정당은 정당에 대한 충성도를 바탕으로 공직을 임면하고 있다.

이를 '엽관제(spoils system)'라고 한다.

엽관이란 말은 상원의원인 윌리엄 마시가 '전리품은 승리자의 것(To the victors belong the spoils)'이라는 말에서 유래됐다.

전리품이 전쟁 승자의 것인 것과 마찬가지로 선거도 일종의 전쟁으로 간주,선거에서 이긴 정당은 각종 공직을 전리품처럼 나누어 갖는다는 것이다.

엽관제가 제도적으로 확립된 것은 제7대 대통령인 잭슨부터였다.

그는 엽관제를 민주주의의 실천 원리로 간주했으며 공직의 25%를 공화당원으로 임명했다.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임명할 수 있는 고위 직위는 대략 2000개가 되며 그 중에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임명하는 자리는 500개 내지 600개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 고위직이 다시 영향을 줄 수 있는 자리까지 합치면 공식적인 수치의 10배는 된다는 분석도 있다.

엽관주의가 필요한 이유는 고위 정책 결정자와 통치권자의 이념이 일치하고 서로 믿을 수 있는 신뢰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 있다.

엽관주의 반대 개념은 관료제도 혹은 실적주의라고 할 수 있다.

공직에의 임용이 당파성이 아니라 능력·자격·실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공무원에게 신분을 보장해 주는 대신 당파를 떠나 국가 사무를 처리한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새롭게 정권을 잡은 세력과 이념 및 정책이 다를 경우 적지 않은 마찰이 생길 수도 있다.

⊙ 미국 대통령의 인기

미국에서는 1930년대 이후 전국 표본에 의해 대통령의 인기도 내지 지지도를 조사해 오고 있다.

역대 대통령은 이 인기도의 높낮이에 따라 일희일비하며 가능한 한 높은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을 비롯 아이젠하워, 케네디 등과 같이 그들 임기 거의 전 기간 동안, 또 국민 거의 모든 계층으로부터 따뜻한 사랑을 받았던 대통령이 있는가 하면 트루먼이나 닉슨처럼 인기가 땅에 떨어진 대통령도 있다.

미국의 현직 대통령인 부시의 경우 인기도가 90% 가까이 치솟은 적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30% 선까지 급강하하고 있다.

자국 내에서의 대통령 인기도는 국제 무대 또는 다른 나라에서의 인기도와는 판이한 경우가 많다.

또한 전문가의 평판은 대중적 인기와 다르다. 트루먼 대통령은 대중적 인기는 별로 높은 편이 아니었으나 대통령 주위의 핵심 사회 구성원 등 전문가들로부터의 평판은 매우 높았다.

또한 역사상 위대한 대통령의 뒤를 이어 대통령 자리에 오른 후임 대통령은 길게 드리운 거인의 그림자 때문에 항상 손해를 보기도 한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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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통령제가 건재한 이유는 의회의 견제 때문

미국 대통령제가 외국으로 수출되는 경우 그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실패하는데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건재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자들은 우선 의회가 대통령의 권력 행사에 강력한 제동을 걸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대통령의 정책 결정에 대해서는 항상 의회가 입법 형식을 부여할 필요성이 존재하고 또 거의 모든 경우에 있어 정책 집행에 필요한 자금은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둘째 미국에는 자유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정치적 동질성이 존재할 뿐 정치·이념적인 양극화 현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현상은 미국인들에게 만연해 있는 투철한 준법 정신과 공정한 경쟁 원리를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 정당의 정당 규율이 강하지 못한 점도 대통령제를 확고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 공화당이나 민주당 권한의 본질적 수준은 시나 군의 테두리 안에 있기 때문에 중앙당의 지시에 일사불란하게 따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연방의회에서 여당 의원이 과반수를 차지하더라도 실제 표결에 있어서는 과반수 선에 동요를 주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