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가 '미국'이 된 사연
2009년도 대입 수능시험이 십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 전에도 이미 수시입학이란 절차를 통해 많은 수험생들이 실질적으로 대학 문을 두드려 왔다.
그 중 인문대 어문계열을 지망하는 학생들이 선택하는 학과에는 영어영문학과를 비롯해 중어중문학과,일어일문학과,불어불문학과,독어독문학과,서어서문학과,노어노문학과 등 다양하다.
그런데 우리가 어려서부터 접해오고,너무나 익숙해져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는 있지만 이런 명칭들이 왜 굳이 영어,불어,독어,서반아어 등으로 불리게 됐을까.
중국이나 일본처럼 우리와 같은 한자어권 나라야 당연히 한자음으로 읽으면 될 터이지만,가령 미국은 영어로는 아메리카인데 왜 하필 '미국'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됐을까,프랑스나 도이칠란트,스페인으로 익히 알고 있는 나라들은 또 왜 불란서니 독일이니 서반아 같은 말로도 통용되는 것일까,
우리가 United Kingdom으로 알고 있는 나라 이름 영국은 어디서 온 것일까.
미국(美國)이란 말은 'America'에서 나왔다.
중국에서 이를 음역해 亞美里加로 적던 것('아메리카'란 이름 자체는 15~16세기 초의 이탈리아 피렌체 출신 탐험가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이름에서 유래했다)이다.
이를 줄여서 '아메리카'에서 첫 액센트가 들어가는 '美'를 취하고 나라 국(國)자를 붙여 만든 것이 '미국'이다.
우리나라엔 고종 3년(1866년) 부산항에 들어온 미국 상선에 대해 관리가 보고하면서 '美國'이란 말이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이를 '米國'으로 취음했는데 우리나라도 초기엔 두 말을 혼용해 쓰다 곧 美國으로 통일해 썼다.
나라 이름을 취음할 때 통상적으론 첫 글자를 따서 쓰지만,미국의 경우 '아(亞)'를 취하지 못한 까닭은 당시 러시아를 가리키는 아라사(俄羅斯)와 그 줄인 말 아국(俄國)이 이미 쓰이고 있어서 이를 피하려고 한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아(亞)'는 그 대신 아시아(아세아·亞細亞)를 가리키는 말로 자리 잡아 지금도 신문 등 인쇄 매체에서는 '아주(亞洲)'란 단어를 쓰기도 한다.
지금은 러시아란 국명을 회복했지만 예전엔 '소련(蘇聯)'이란 사회주의 연방국가가 있었는데,이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소련'은 정식 명칭인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을 줄인 말이다.
소비에트(Soviet)란 민주주의 국가의 의회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노동자·농민·병사의 대표자가 구성한 평의회를 말한다.
이 소비에트의 머리글자 '소'를 취음한 한자 蘇와 연방의 련(聯)을 합성해 만든 말이 '소련'이다.
지금은 말의 대상이 해체돼 없어지면서 단어도 점차 소멸돼 가고 있는 중이다.
예전에 백러시아라는 나라가 있었다.
폴란드와 러시아의 중간에 위치한 이 나라는 지금 '벨로루시(Belarus)'라 불린다.
벨로루시는 'Belorussia'라고도 하며 이는 'White Russia'란 뜻이다.
백(白)러시아는 여기서 유래한 말인데,'White'를 의역한 것이니 이 경우는 소리를 딴 게 아니라 뜻을 옮겨 만든 의역어인 셈이다.
영국이란 단어의 연원은 England이다.
이를 옛날에 '英格蘭國'으로 취음해 썼는데 여기서 첫 글자 '영'에 나라 국(國)을 붙여 만든 말이 영국이다.
이를 '영'과 '란'만 따서 '영란'이라고도 했는데 신문에서 간혹 보이는 '영란은행'은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영국의 중앙은행을 이르는 말이다.
지금은 '영란'이란 말을 쓰지 않으므로 잉글랜드은행,또는 영국 중앙은행,영국은행이라 하면된다.
지명이나 국명은 아니지만 이와 비슷한 경우가 '유대인/유태인'의 관계이다.
이는 지금의 이스라엘인을 일컫는 말이다.
'유대'는 'Judea'를 소리 나는 대로 한글로 옮긴 것이고,'유태'(猶太)는 'Judea'를 한자어로 음역한 것이다.
전통적으로 혼용해 써온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유대인 혹은 유태인 어느 쪽을 써도 되지만 기왕이면 '유대인'이라 하는 게 더 좋다.
왜냐하면 가령 지금껏 살핀 France나 England를 프랑스로도 불란서로도,또 잉글랜드로도 영란으로도 적을 수 있지만 한자어를 빌려 억지로 전서한 불란서니 영란이니 하는 것보다 발음 그대로 한글로 프랑스,잉글랜드라고 적는 게 더 합리적인 이치와 같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
2009년도 대입 수능시험이 십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 전에도 이미 수시입학이란 절차를 통해 많은 수험생들이 실질적으로 대학 문을 두드려 왔다.
그 중 인문대 어문계열을 지망하는 학생들이 선택하는 학과에는 영어영문학과를 비롯해 중어중문학과,일어일문학과,불어불문학과,독어독문학과,서어서문학과,노어노문학과 등 다양하다.
그런데 우리가 어려서부터 접해오고,너무나 익숙해져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는 있지만 이런 명칭들이 왜 굳이 영어,불어,독어,서반아어 등으로 불리게 됐을까.
중국이나 일본처럼 우리와 같은 한자어권 나라야 당연히 한자음으로 읽으면 될 터이지만,가령 미국은 영어로는 아메리카인데 왜 하필 '미국'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됐을까,프랑스나 도이칠란트,스페인으로 익히 알고 있는 나라들은 또 왜 불란서니 독일이니 서반아 같은 말로도 통용되는 것일까,
우리가 United Kingdom으로 알고 있는 나라 이름 영국은 어디서 온 것일까.
미국(美國)이란 말은 'America'에서 나왔다.
중국에서 이를 음역해 亞美里加로 적던 것('아메리카'란 이름 자체는 15~16세기 초의 이탈리아 피렌체 출신 탐험가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이름에서 유래했다)이다.
이를 줄여서 '아메리카'에서 첫 액센트가 들어가는 '美'를 취하고 나라 국(國)자를 붙여 만든 것이 '미국'이다.
우리나라엔 고종 3년(1866년) 부산항에 들어온 미국 상선에 대해 관리가 보고하면서 '美國'이란 말이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이를 '米國'으로 취음했는데 우리나라도 초기엔 두 말을 혼용해 쓰다 곧 美國으로 통일해 썼다.
나라 이름을 취음할 때 통상적으론 첫 글자를 따서 쓰지만,미국의 경우 '아(亞)'를 취하지 못한 까닭은 당시 러시아를 가리키는 아라사(俄羅斯)와 그 줄인 말 아국(俄國)이 이미 쓰이고 있어서 이를 피하려고 한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아(亞)'는 그 대신 아시아(아세아·亞細亞)를 가리키는 말로 자리 잡아 지금도 신문 등 인쇄 매체에서는 '아주(亞洲)'란 단어를 쓰기도 한다.
지금은 러시아란 국명을 회복했지만 예전엔 '소련(蘇聯)'이란 사회주의 연방국가가 있었는데,이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소련'은 정식 명칭인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을 줄인 말이다.
소비에트(Soviet)란 민주주의 국가의 의회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노동자·농민·병사의 대표자가 구성한 평의회를 말한다.
이 소비에트의 머리글자 '소'를 취음한 한자 蘇와 연방의 련(聯)을 합성해 만든 말이 '소련'이다.
지금은 말의 대상이 해체돼 없어지면서 단어도 점차 소멸돼 가고 있는 중이다.
예전에 백러시아라는 나라가 있었다.
폴란드와 러시아의 중간에 위치한 이 나라는 지금 '벨로루시(Belarus)'라 불린다.
벨로루시는 'Belorussia'라고도 하며 이는 'White Russia'란 뜻이다.
백(白)러시아는 여기서 유래한 말인데,'White'를 의역한 것이니 이 경우는 소리를 딴 게 아니라 뜻을 옮겨 만든 의역어인 셈이다.
영국이란 단어의 연원은 England이다.
이를 옛날에 '英格蘭國'으로 취음해 썼는데 여기서 첫 글자 '영'에 나라 국(國)을 붙여 만든 말이 영국이다.
이를 '영'과 '란'만 따서 '영란'이라고도 했는데 신문에서 간혹 보이는 '영란은행'은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영국의 중앙은행을 이르는 말이다.
지금은 '영란'이란 말을 쓰지 않으므로 잉글랜드은행,또는 영국 중앙은행,영국은행이라 하면된다.
지명이나 국명은 아니지만 이와 비슷한 경우가 '유대인/유태인'의 관계이다.
이는 지금의 이스라엘인을 일컫는 말이다.
'유대'는 'Judea'를 소리 나는 대로 한글로 옮긴 것이고,'유태'(猶太)는 'Judea'를 한자어로 음역한 것이다.
전통적으로 혼용해 써온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유대인 혹은 유태인 어느 쪽을 써도 되지만 기왕이면 '유대인'이라 하는 게 더 좋다.
왜냐하면 가령 지금껏 살핀 France나 England를 프랑스로도 불란서로도,또 잉글랜드로도 영란으로도 적을 수 있지만 한자어를 빌려 억지로 전서한 불란서니 영란이니 하는 것보다 발음 그대로 한글로 프랑스,잉글랜드라고 적는 게 더 합리적인 이치와 같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