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은 능동을, '해방'은 피동을 부른다

올해 8·15는 여느 해와 좀 다른 곤욕을 치렀다.

8월 15일은 익히 아는 대로 '광복절'이지만 이를 '건국절'로 바꾸자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큰 논란을 일으켰다.

광복(光復)의 일반적인 의미는 '빼앗긴 주권을 도로 찾음'이다.

하지만 이 말이 날을 뜻하는 '광복절'로 쓰이면 이는 '우리나라의 광복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국경일''1945년 8월15일,우리나라가 일본 제국주의자들에게 빼앗겼던 나라의 주권을 다시 찾은 날'이란 특정 의미로 바뀐다.

'광복'이란 말은 '되다'와 '하다'를 모두 붙여 쓸 수 있다.

우선 '하다'가 올 때는 자동사로도,타동사로도 쓰인다.

가령 '조국이 광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에서는 자동사로 쓰였다.

그러나 '독립군들은 일치단결하여 반드시 조국을 광복하자고 결의했다'에서는 타동사로 쓰였다.

'광복'과 '되다'의 결합은 '광복된 지 50년이 지나…'와 같이 가능하긴 하지만 의미상으로는 본래 자연스러운 게 아니다.

즉 '광복' 자체가 빼앗긴 주권을 '도로 찾는' 것이므로 그 용법은 '광복하는' 것이지 '도로 찾아지는' 것이 아니므로 '광복되는'이란 표현은 적절치 않다.

이는 우리가 '찾다'란 말을 쓸 때 '~을 찾았다'라고 하지 여기에 '지다'를 붙여 '~이 찾아졌다'라고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리하면 '광복'은 '우리나라가 빛을 다시 찾은 것'이라는 뜻이고 따라서 '나'를 주체로 해서 쓸 수 있는 말이다.

'8월15일 우리나라가 광복했다'라고 쓴다.

해방은 '구속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 '8월15일 우리나라가 해방했다'라는 표현은 성립하지 않고,가령 '(미국 등 다른 주체가) 우리나라를 해방했다'라고 해야 바른 문장이 되는 것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를 주어로 쓰려면 '우리나라는 8월15일 일제로부터 해방됐다'로 해야 한다.

따라서 '나'를 주어로 '해방'을 쓸 때는 피동의 형태를 취해야 자연스러운 표현이 된다.

'해방'이나 '광복'이나 우리에게 결국은 같은 것을 나타내는 말이지만 두 말을 쓰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으므로 구별해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