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보원의 원맨쇼는 시늉일까 흉내일까

우리나라에서 '원맨 쇼의 달인'이라고 하면 코미디언 남보원씨를 꼽지 않을 수 없다.

1960년대에 연예계에 데뷔한 그는 무엇보다도 성대 모사로 유명세를 타 한 시대를 풍미했다.

여기서 문제 하나.

성대 모사란 '자신의 목소리로 다른 사람의 목소리나 새,짐승 따위의 소리를 ○○내는 일'이다.

이때 ○○에 들어갈 수 있는 말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두 개를 떠올릴 것이다.

흉내 또는 시늉이 그것이다.

물론 둘 중 하나만 맞는다.

대개 모국어 화자라면 이 경우 자연스럽게 '흉내'를 선택할 것이지만 더러는 '시늉'을 맞는 말로 고르기도 한다.

흉내와 시늉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말이다.

우선 사전 풀이를 통해 보면, 시늉이란 '어떤 움직임이나 모양을 흉내 내어 꾸미는 짓'이다.

이에 비해 흉내는 '남이 하는 말이나 행동을 그대로 옮기는 짓'을 뜻한다.

이 정도면 사전의 풀이로 그 차이를 구별하기는 불가능하다.

이럴 때는 우리말을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직관'에 의한 판단에 따라 차이를 찾는 게 더 빠르다.

우선 우리가 '시늉'을 자연스럽게 쓰는 경우는 '먹는 시늉을 하다''죽으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해야지' 따위가 있다.

이에 비해 흉내는 '원숭이 흉내를 내다''목소리를 흉내 내다' 등이 있다.

이런 쓰임새의 차이는 무엇일까.

'시늉'은 어떤 동작이나 행동을 따라하는 것이다.

특히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그런 것처럼 꾸민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에 비해 흉내는 단순히 모방해 그대로 옮겨 하는 짓이다.

또 동작이나 행동뿐만 아니라 목소리 따위를 따라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시늉과 흉내의 결정적인 차이는 시늉은 거짓으로 꾸미는 것이고 흉내는 그냥 단순히 모방하는 것이다.

예컨대 '죽으라면 죽는 시늉을 하는 것'이고 '먹기 싫어도 먹는 시늉을 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흉내는 '사람이 원숭이 흉내를 낸다'거나 '학생이 선생님 흉내를 내는 것'이고 '아이가 아버지 목소리를 흉내 내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시늉은 결국 의미적으로 '-척하다''-체하다'와 통하는 말임을 알 수 있다. ('척하다'와 '체하다'는 같은 말이다)

'-척하다'는 앞말이 뜻하는 행동이나 상태를 거짓으로 그럴 듯하게 꾸밈을 나타낸다.

'죽은 척하고 엎드려 있다''애써 태연한 척하다'― 이런 자리에 쓰인 '척하다'는 '시늉'과 통한다.

'시늉을 하다'와 바꿔 쓸 수 있다.

또 목소리 같은 것은 '흉내 낸다'고 하지 '시늉한다'고 하지 않는 데서 '흉내'가 시늉보다 넓게 쓰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