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기자 코너] "우리는 교내 헌책방에서 책을 산다"
전남 광양시에 위치한 광양제철고에는 특별한 장소가 있다.

바로 상설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기) 장터가 열리는 보건실이다.

이곳에는 헌 체육복, 슬리퍼, 교복 등 주로 학교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이 준비돼 있다.

이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헌책방'이다.

이 헌책방은 1998년에 처음 문을 열어 올해로 10년째 운영되고 있다.

운영자는 봉사 동아리 '투게더(together)'와 보건선생님 겸 동아리 담당 조경녀 선생님이다.

투게더 학생들이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와서 정리하고 판매도 한다.

헌책방 운영에 어려운 점은 없느냐는 질문에 투게더 회원 김누리양은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다"며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오히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문제집,자습서,사전,단어장,교과서 등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구매할 수 있다.

현재 보건실 헌책방이 보유하고 있는 교과서 및 각종 참고 서적은 500여권이 넘는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집을 구할 수 있어 이곳의 유용성을 아는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헌책방에서 판매되고 있는 책들은 전부 선배들과 학교 선생님들의 기증으로 마련됐다.

이 장터가 시작될 당시에는 운영자인 조 선생님께서 대부분의 물품을 구하셨지만 점차 소문이 알려지면서 다른 선생님들도 남는 책이나 문제집이 있으면 기증을 하시는 등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신다.

가격은 권당 500원(교과서는 권당 1000원)으로 만원이 훌쩍 넘는 요즘 책값에 비하면 20분의 1정도밖에 안 된다.

한 달에 평균 60여권이 팔려 수익금은 3만원 정도.

비록 많지는 않지만 수익금은 매달 광양시 소년 소녀 가장의 점심 보조금으로 사용되고 있다.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

광양제철고 김진원군은 "불우이웃돕기도 하고 내가 원하는 책도 싸게 살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1998년 처음 이 아나바다 장터를 시작하게 된 것은 수능이 끝나고 나면 버려지는 많은 책들과 물건들을 재활용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조 선생님은 "수능이 끝나고 나면 매년 2~3트럭 분량의 책들이 버려져 아까웠다"며 "이 중 깨끗한 책들은 후배들이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처음 보건실에서 아나바다 장터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나바다 장터가 열리고 난 후 버려지는 책이나 물건들이 확연히 줄었다고 한다.

이 학교 김누리양은 "수익금이 좋은 곳에 쓰이는 만큼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해 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미란 생글기자(광양제철고 2년) kes915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