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잘레스 대통령, 야권 주지사들과 대화 합의
[Global Issue] 볼리비아 빈부 지역간 정정불안 해소되나
수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볼리비아의 정국 혼란이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과 야권 주지사들의 대화 합의에 따라 수습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 18일 시작된 여야 협상에서 국제기구와 가톨릭계까지 참여하는 대규모 국제회의를 통해 해결책을 도출할 전망이다.

브라질 일간 폴랴 데 상파울루 등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볼리비아 중부 코차밤바 시에서 열린 여야 협상에는 남미대륙 12개국으로 이루어진 남미국가연합과 유엔,미주기구(OAS),유럽연합(EU) 등 국제기구와 볼리비아 가톨릭계 대표들이 참여한다.

⊙ 국제협상 통해 해결책 모색

이번 협상은 2006년 초 모랄레스 대통령 집권 이후 조성된 여야 대립을 해소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갈등 요인들을 놓고 협의를 벌일 것으로 알려져 3년째 지루하게 이어져온 볼리비아 정국 혼란을 해소할 수 있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앞서 모랄레스 대통령과 야권 5개 주지사 모임인 전국민주협의회(Conalde)를 대표하는 남부 타리하 주의 마리오 코시오 주지사는 정국 혼란 수습책 마련을 위한 대화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야권은 반정부 시위대의 공공기관 및 고속도로 점거를 끝내기로 약속했고,모랄레스 대통령은 야권이 요구하는 주정부 자치권 확대 및 천연가스 판매수입의 지분 확대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특히 대통령 연임 제한 철폐와 사유지 보유한도 규제 강화,원주민 권익 향상 등을 내용으로 하는 개헌안의 국민투표 실시 계획도 연기하기로 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당초 오는 12월 초나 내년 1월 말 개헌안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볼리비아 빈ㆍ부 지역 간 내전 우려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볼리비아에서는 지난달 말부터 전국 9개 주 가운데 산타크루스 베니 판도 타리하 추키사카 등 5개 주에서 모랄레스 대통령의 권력집중 시도에 반대하는 야권의 시위가 계속됐으며,친-반 정부 시위대가 충돌하면서 사망자가 속출하는 등 유혈 사태가 빚어지는 등 정국 혼란이 심화됐다.

볼리비아 북부 판도 주에서는 최근 친정부 시위대와 반정부 시위대의 무력충돌로 30여명이 사망하는 등 내분이 격화하면서 모랄레스 대통령의 좌파정권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15일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모랄레스 대통령은 12일 밤 전격적으로 판도 주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주도 코빌라 시에 군대를 파견,사태를 진정시켰다.

하지만 브라질 국경 인근의 다른 반정부 지역 지주들이 동조 저항운동 움직임을 보이고,반정부 세력이 천연가스 시설에 대한 공격을 잇따라 시도해 혼란은 계속됐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판도 주의 무력충돌이 레오폴도 페르난데즈 주지사가 페루와 브라질 출신 용병을 고용,친정부 세력을 공격했기 때문에 시작됐다고 발표하고 14일 은신 중인 페르난데즈 주지사를 체포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반면 페르난데즈 주지사는 체포 전 지역 라디오방송에 출연,정부 시위대가 반정부 시위대를 공격하면서 무장충돌이 일어났다고 주장하며 양측의 반응이 엇갈렸다.

루이스 트리고 볼리비아 군 참모총장은 육ㆍ해ㆍ공 3군 사령관을 대동하고 방송에 출연,반정부 시위대에 엄중 경고했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군부가 아직은 정부 편에 서 있으나 모랄레스 정부가 흔들리면 언제든 정치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 부자 주(州)의 반란

볼리비아의 혼란은 지난달 모랄레스 대통령이 국민투표에서 67%의 지지로 재신임을 얻은 후 판도 베니 타리하 산타크루스 등 자원이 풍부한 동부 저지대 4개 주의 천연가스 수익 재분배 작업과 토지개혁을 위한 개헌 추진을 가속화하면서 이미 예견됐던 것이다.

코카 농장 출신 토착민으로 2005년 대통령에 당선된 모랄레스 대통령은 가난한 고지대 토착민의 절대적 지지 속에 주요 시설 국유화 등의 작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부자 주 정부들은 자율권 확대를 주장하며 사사건건 모랄레스 정부에 맞섰다.

뉴스위크 최신호는 "볼리비아 국토의 3분의 2가 전 인구의 1%에도 못 미치는 소수 지주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토지 재분배는 필요한 조치"라며 "이번 유혈 충돌은 부자들의 초헌법적 반란"이라고 규정했다.

⊙ 남미 반미국가의 결집

모랄레스 대통령은 11일 필립 골드버그 볼리비아 주재 미국대사가 반정부 지역 지도자들과 회동한 것을 이유로 정부 전복을 부추긴다며 추방 명령을 내리는 등 볼리비아 내분을 미국과 연계하고 있다.

뉴스위크는 워싱턴 남미지역 전문가의 의견을 인용해 "골드버그 대사는 미국 국익을 위해 누구든 만날 수 있지만,그 방법과 시기가 볼리비아 정부에 '비우호적'이었다"고 보도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볼리비아와의 연대를 이유로 자국 주재 미국대사를 추방하고 마누엘 셀라야 온두라스 대통령도 신임 미국대사의 승인을 거부하는 등 중남미 국가들은 볼리비아 사태를 계기로 미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볼리비아로부터 자국 천연가스 소비량의 절반가량을 의존하는 브라질의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도 모랄레스 대통령에 대한 조건 없는 지지를 천명하며 "볼리비아에 쿠데타가 일어나면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 니카라과 등도 모랄레스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들 국가를 비롯해 남미국가연맹 12개국 정상들은 15일 순번 의장국인 칠레 산티아고에 모여 특별정상회의를 열었다.

각구 정상들은 볼리비아 위기 해결책을 논의한 뒤 모랄레스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만장일치로 선언하고 중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 볼리비아, 미국과는 관계 악화

볼리비아에서 반미(反美)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는 자국민의 출국을 돕기 위해 항공기를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일간 에스타두 데 상파울루의 17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전날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 주재 미국 대사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대사관 직원과 가족들의 외출 자제와 미국인들의 볼리비아 여행 계획 중단을 권고한 데 이어 볼리비아에 머물고 있는 미국인들의 출국을 돕기 위해 두 대의 항공기를 투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도로 미국 국무부는 숀 매코맥 대변인의 성명을 통해 볼리비아 정부에 대해 미국 대사관 보호 조치를 요청한 상태다.

라파스 인근 엘알토 시에서는 전날 모랄레스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회단체 회원과 코카 재배농 수천명이 가두시위를 벌이는 등 반미 시위가 고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볼리비아 관계는 모랄레스 대통령이 11일 미국 대사에게 추방 명령을 내리고,골드버그 대사가 14일 출국하면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볼리비아에서는 앞서 지난 6월 말 중부 차파레 지역에서 국제개발처(USAID) 직원들이 시위대에 의해 쫓겨났으며,7월 초에는 미국 대사관 앞에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USAID 직원 축출과 골드버그 대사 추방에 이어 일반 미국인들의 출국이 이어질 경우 미국과 볼리비아가 완전히 외교관계를 단절하는 상황도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와 함께 볼리비아를 '마약 거래 블랙리스트'에 올리면서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 정부의 결정은 상징적인 의미만 있을 뿐 추가 제재는 없을 전망이지만 볼리비아 정부는 미국에 대한 비난 수위를 더욱 높이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기열 한국경제신문 기자 philos@hankyung.com